두산 손시헌이 9월 29일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6회 1사 2루서 임재철의 적시타 때 멋진 슬라이딩으로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주장의 허슬플레이가 두산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스포츠동아 DB]
두산 주장으로 1년 보냈는데, 선수관리 노하우 좀…
“잔소리 또 잔소리…후배들은 피곤할걸”
어떻게 보면 라이벌이었다. 손시헌(30)이 2008년 상무에서 제대했을 때 두산 주전유격수는 이대수(29)였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했다. 그리고 2010년 이대수가 한화로 트레이드돼 떠났다. 이대수는 손시헌에게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 번 맺은 인연,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시헌도 “항상 챙겨주고 싶었던 후배”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부딪쳐야했던 사이. 하지만 같은 야구인이자 한때 한솥밥을 먹던 동료로서 따뜻한 정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대수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손시헌은 다음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서 키스톤콤비를 이루고 있는 SK 정근우(28)를 지목했다.“잔소리 또 잔소리…후배들은 피곤할걸”
○한화 이대수가 손시헌에게
○두산 손시헌이 이대수에게
“이제야 말하는데 준플레이오프 시작하기 하루 전날 타격폼을 바꿨어(웃음). 평소에 하던 폼 말고 단기전에서는 내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타격폼이 있거든. 나만의 스윙을 한다는 느낌이랄까? ‘공을 맞힌다’보다 내가 칠 수 있는 공이 레이더가 들어오면 풀스윙으로 돌려서 방망이에 공이 걸리게끔 하는 느낌으로 쳐. 무엇보다 타석에서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 그게 포스트시즌에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평소 형이 제가 야구하는 모습을 보셨을 때, 수비와 타격에서 고쳐야 할 부분이 뭐가 있었나요? 후배로서 한 수 배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꼭 진지한 조언 부탁드려요.
“너는 워낙 기본기가 충실해서 타격이나 수비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할 게 없어. 그런데 형이 보기에는 꾸준함이 조금 부족하다고 할까. 어떤 경기에서는 굉장히 잘 치고 수비도 잘 하는데 몇 게임 더 진행되면 체력적인 부분도 그렇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야. 개인적으로는 대수 옆에는 경쟁자가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 팀에는 (이)원석이도 있고 (김)재호도 있고 경쟁이 치열하잖아. 그래서 내가 더 긴장하는 부분이 있거든. 안심하지 않는 이대수가 됐으면 좋겠어. 만족하지 말고 욕심도 부리고.”
-올시즌 팀의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리드했는지 궁금해요. 다들 성인이고 프로야구 선수들이라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저도 요즘 중고참에서 고참으로 넘어가는 시기라서, 후배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
“올시즌 처음 주장을 맡으면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년에 주장을 맡으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야. 하하. 내가 후배들한테 잔소리를 많이 하거든. 좋게 갈 때는 좋게 가는데 (김)동주 형, (김)선우 형 있어도 그 앞에서 욕도 하고 그래. 여기는 프로무대고 책임이 따르는 곳이잖아. 후배들은 피곤할 거야. 그리고 내가 야구장에만큼은 일부러 선수들을 자극시키려는 부분도 있어. 이번 시리즈 할 때도 옆에 코치님들 계신지도 모르고 ‘감독 코치 눈치 보지 말고 우리가 할 일 제대로 하자. 집중해서 한 번 뭉쳐보자’고 했어. 그러고 나서 (고)영민이, (이)종욱이, (오)재원이가 앞장서서 열심히 하니까 후배들이 따라오더라고.”
-12월 초에 결혼하신다는 소식 들었어요. 저도 청첩장 주실 거죠? 결혼이란 중대사를 앞두고 형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결혼 선배로서 한 가지 조언하자면, 아내 몰래 비자금은 꼭 챙겨 두셔야 해요. 하하하.)
“내가 네 결혼식 간 거 알고 있지? 당연히 청첩장 줘야지. 우리 팀 선수들이 마무리훈련 때문에 상당수 못 와. 알고 있으라고. 하하. 결혼을 앞둔 심정은…. 주위에서 결혼한다니까 속된 말로 ‘너도 끝났네’ 그러는데 아직 못 겪어봐서 그런지 설레고 기대된다. 광저우에서 금메달 따서 와이프 될 친구에게 선물도 해주고 싶고. 그리고 비자금 문제는…. 대수야, 오히려 내가 묻자. 예전에 김광수 (수석)코치님이 우리들 모아놓고 ‘자기가 돈 관리하는 사람 손들어봐’라고 했을 때 네가 들었잖아. 다들 ‘이대수 최고’라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비자금을 모을 정도로 주도권이 바뀐 거냐? 그리고 그때는 어떻게 본인이 돈 관리를 했는지 오히려 궁금하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 아들 이름이 ‘시헌’이랍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형과 이름이 같은 우리 아들이 앞으로 손시헌이라는 야구 선수를 보고 좋은 생각을 하면서 자랄 수 있도록 멋진 모습 보여주세요. 그리고 형은 2세가 태어나면 어떤 이름을 짓고 싶으신가요? 생각해 보신 적 있어요?
“어렸을 때는 내 이름을 별로 안 좋아했어. ‘손시헌’이라고 하면 몇 번을 대답을 해줘야 사람들이 아는 거야. 그런데 야구하면서 사람들이 ‘네가 손시헌이냐?’라고 알아봐주니까 지금은 자부심을 느끼지. 네 아들 한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때 시(時)에 법 헌(憲)자를 쓰는데 내가 태어난 해(1980)에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 개정안을 공표한 날이래. 이걸 보기 위해 태어났다고 아버지가 지어주셨다. 2세 이름은 글쎄. 아직 생각 안 했는데 일단 태어난 뒤에 생각해볼게.”
-두산 시절 상무에 입단하려고 테스트 받으러 갔을 때, 당시 상무에서 뛰던 형이 저를 챙겨주셨잖아요. 여기 오면 어떻게 해야 한다, 조언도 해주시고요. 그 때 제가 형 자리에서 뛰고 있었는데도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형은 그 때가 기억나시나요?
“생각나지. 너도 나와 같이 나이 먹고 군대에 오는 입장이었잖아. 나 역시 군대를 늦게 가서 네 마음을 잘 알겠더라고. 다른 후배였으면 어림도 없는데 같은 야구인이기도 했고 네가 나보다 한 살이 어렸기 때문에 잘 해주고 싶었어. 그나저나 고맙다. 그걸 기억해줘서.”
-첫 태극마크인데 대표팀에서 어떤 마음으로 뛰고 계신가요.
“개인적으로는 큰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 최선을 다할 거고. 나를 ‘국민유격수’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절대 아니고. 아직까지는 두산베어스 유격수. 하지만 대표팀이 국민유격수에 다가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어.”두산 손시헌은?
▲생년월일=1980년 10월 19일 ▲출신교=화곡초∼선린중∼선린정보고∼동의대 ▲키·몸무게=172cm·73kg(우투우타)▲프로데뷔=2003년(두산 신고선수) ▲2010년 성적=128경기 433타수 118안타(타율 0.273) 8홈런 89타점 53사사구 ▲2010년 연봉=1억 8500만원정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