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성의 눈으로 본 ‘야한여자들’, 정말 야한가…노골적 가슴 노출보며

입력 2010-11-24 09: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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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사라’ 역할을 맡았던 이파니, 유니나를 순식간에 스타로 만든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가 궁금했다.
현재 ‘사라’역할을 맡고 있는 여배우는 뮤지컬 배우 장신애다. 그러나 장신애는 역대 ‘사라’역을 맡았던 여배우들만큼 섹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타 배우들에 비해 작은 목소리와 과감하지 않은 행동 탓에 연기의 흡입력은 매우 약했다.

빈약한 주인공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연극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 우선 이 연극은 마광수 교수의 동명 에세이에서 타이틀만 가져온 순수 토종 창작극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탄탄한 줄거리로 구성됐다. 최근 공연계는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이 넘쳐나고 있다. 이 와중에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5회 앵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극중 사건의 발단은 대학교 축제 때 학교 뒷동산에서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섹스를 하다가 경비원에게 들키면서부터다. 섹스 스캔들 소문을 들은 국문과 은교수(김우경)와 마교수(조셉)는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결국 지승남과 애꿎은 사라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이 연극은 엄밀히 말하면 섹시 환타지 극이다. 하지만 20-30대가 실제 겪는 성관계 이야기를 가볍게 표현해 낸다. 관람 도중 무릎을 탁! 치면서 동의하는 관람객이 있을 정도.

혜화 대학로 공연가에 몇 년 전부터 ‘성’을 소재로 삼은 누드 연극, 노출 연극이 등장했다. 노출 연극이 등장할 때마다 ‘성 상품화’를 문제 삼아 논란이 일어나고, 화제가 되었으나 큰 흥행을 한 작품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연극 ‘논쟁’도 마찬가지다. 출연 배우들의 파격적인 전라 노출이 한때 이목을 끌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한편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의 성공으로 ‘논쟁’이 막을 내렸다는 후문도 있다.

관객의 눈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탄탄한 줄거리 및 구성없이 그저 ‘벗는 연극’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장기적인 인기를 모으기는 역부족임을 연극‘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가 증명해준다.

뮤지컬 배우 유하.



- 두 번째,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들이 있다. 드라마에서도 감초 같은 조연배우가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는 은교수역을 맡은 김우경과 엉뚱하지만 섹시한 여대생 박안나 역을 맡은 유하가 있다. 특히 유하는 극중 과감하게 상의를 벗어 가슴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누가 봐도 섹시한 외모를 가진 그녀가 돌연 푼수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극중 마광수 교수가 만들어낸 가상 인물인 ‘사라’에 비해 ‘박안나’는 좀더 현실적으로 사회 속의 성관계를 고발한다. 독특한 캐릭터의 성격과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 유하의 연기력이 삼박자를 잘 이룬다.
조연의 역할이 지나치게 인상깊다보니 ‘사라’의 연극이 아닌 ‘박안나’의 연극으로 착각할 정도다.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끝내 벗지도 않고, 도발적인 연기력도 보여주지 못한 ‘사라’탓에 조연 구경만 실컷 하고 나온 연극이다.

그나마 마지막 ‘사라’가 죽는 장면은 ‘사라’가 주인공으로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이조차 마광수의 매우 친절하고 겸손한 해설 때문에 극장을 나서는 나의 기억 속에는 이미 ‘사라’가 없었다. ‘사라’가 없기에 '육체적인 사랑이냐 정신적인 사랑이냐' 를 논할 여지도 남지 않았다. 그저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에 한바탕 웃고 나왔다.
사진 | 극단 사라
동아닷컴 |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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