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광저우 에세이]아시안게임 최고 미녀 선정 손연재 '못난이 발'이 더 예뻤다

입력 2010-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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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듬체조의 스타’ 손연재가 26일 광저우타운체육관에서 여린 리듬체조 개인전에서 자신 있는 표정으로 리본연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리듬체조의 스타’ 손연재가 26일 광저우타운체육관에서 여린 리듬체조 개인전에서 자신 있는 표정으로 리본연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일간지 동방일보가 선정한 ‘4대얼짱’에 한국 손연재(1위·왼쪽위·리듬체조)와 정다래(4위·오른쪽아래·수영)가 뽑혔다. 2위는 말레이시아 령문이(오른쪽위·다이빙)가, 필리핀 츄타코 크리스탈(왼쪽아래·사격)이 3위에 랭크됐다. 사진=연합뉴스.

홍콩일간지 동방일보가 선정한 ‘4대얼짱’에 한국 손연재(1위·왼쪽위·리듬체조)와 정다래(4위·오른쪽아래·수영)가 뽑혔다. 2위는 말레이시아 령문이(오른쪽위·다이빙)가, 필리핀 츄타코 크리스탈(왼쪽아래·사격)이 3위에 랭크됐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언론이 뽑은 AG 4대얼짱… “내가 제 2김연아?…비교도 안되죠”
한국리듬체조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었습니다.

손연재(16·세종고)가 26일 광저우 아시안게임타운 체육관에서 열린 개인종합 결승에서 줄(26.900점)∼후프(27.000점)∼볼(27.450점)∼리본(27.100점) 4종목 합계 108.450점을 받아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리듬체조가 정식종목이 된 이후 한국이 아시안게임 개인종합에서 입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아한 연기에 빼어난 외모까지 갖춘 손연재에 중국취재진도 관심이 많습니다.“영 뷰티(Young Beaty)”라는 말로 손연재를 치켜세웁니다.

하지만 인터뷰 중간 흘깃 본 손연재의 발은 예쁘지 만은 않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43)의 발이 옹이처럼 튀어나온 뼈마디로 유명하다지요? 고된 훈련의 흔적이라고 하는데요, 대부분의 리듬체조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울이 되면, 리듬체조 선수들의 발은 더 고단해집니다. 태릉선수촌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리듬체조 선수들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곳은 세종고등학교 체육관 하나뿐입니다. 그나마도 찬바람이 부는 계절엔 ‘호호’ 손을 불어가며 훈련을 해야 합니다.

대표팀 김지희 코치에 따르면, 체육관 난방비가 한 달에 500만원이나 된대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난로를 피워놓고 온 몸을 구부립니다.

리듬체조에서 유연성은 기본인데요, 그 추위에 제대로 된 운동은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손연재는 지난 겨울까지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시니어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처음으로 태릉에 들어갑니다. 사실 태릉선수촌에 리듬체조가 발을 디디게 된 것도 2009년에서야 가능했답니다.



손연재는 “올시즌 초반 힘들었다”고 털어놓습니다. 리듬체조 심판들은 ‘텃세’가 심하답니다.

김지희 코치는 “생전 보지도 못한 선수의 연기에 높은 점수를 주는 심판은 드물다”고 말합니다.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가서 수준 높은 선수들과도 겨뤄보고, 심판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어야 한대요. 물론 대한체조협회에서 전지훈련비를 지원하기도 합니다만, 아직은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국가대표선수들도 자비를 들여 유럽으로 떠납니다.

손연재 스스로도 “러시아 훈련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하듯, 꼭 필요한 것이니까요. 어찌 보면, 아스팔트 위에서 꽃을 피웠다는 표현이 딱 적당할 듯싶네요.

‘리듬체조계의 김연아’라는 호칭에 대해 손연재는 이렇게 말합니다.

“연아 언니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고, 제 나이 때 벌써 세계선수권에서도 잘했잖아요. 저와는 비교도 안 되지만, 그래도 어려운 여건에서 성과를 일궈낸 언니를 보면서 용기를 얻었어요.” 그리고 “그냥 리듬체조계의 손연재”로 불러달랍니다.

볕도 들지 않고, 물기도 없는 음지에서 손연재는 이제 겨우 싹을 틔웠습니다. 여린 줄기가 어떻게 커나갈지, 정말 김연아처럼 무성한 잎을 피울지는 그 푸른 싹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광저우(중국) ㅣ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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