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넘치는 스포츠축제, 조화로운 아시아(Thrilling Games and Harmonious Asia)’를 슬로건으로 내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27일 대만원의 막을 내린다.
45개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선수 9704명과 임원 4750명 등 총 1만4454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96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06명의 선수를 파견한 한국은 25일까지 총 72개의 금메달을 따내 179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에 이어 4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중국과 함께 아시아 양강 체제 구축
1998년 방콕(금메달 65개), 2002년 부산(금메달 96개), 2006년 도하(금메달 58개)아시안게임 등 3개 대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했던 한국 선수단은 당초 이번 대회에 금메달 65개· 종합 2위 수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개최국 중국의 독주 제지보다 일본의 견제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당면 과제였다. 하지만 두가지 목표를 모두 손쉽게 달성했다.
일본은 개막 초반 수영 유도 등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거듭 부진했고, 반면 한국은 사격 유도 펜싱 볼링 등에서 무더기 금메달을 쏟아내며 초반부터 여유 있게 일본을 따돌리고 일찌감치 4회 연속 종합 2위 목표를 이뤄냈다.
특히 금메달 수도 기존 목표였던 65개를 훌쩍 넘어 1998년 방콕대회(65개) 기록을 깨고 ‘원정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금메달’이란 값진 열매로 이어졌다. 4회 연속 종합 2위는 한국이 중국과 함께 아시아 스포츠에서 양강 체제를 확실히 굳혔음을 의미한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만에 아시아 2위를 노리던 일본은 25일까지 39개의 금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기초 종목 약진, 밝은 앞날을 예약하다
무엇보다 기초 종목으로 불리는 수영과 육상에서의 선전이 가장 큰 수확이다. 수영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100m와 200m, 400m에서 3관왕에 올랐다. 정다래는 평영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수영에서 나온 남녀 동반 금메달. 육상에서도 쾌거가 이어졌다.
24일 김덕현이 남자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따내 하루 전 여자멀리뛰기 정순옥에 이어 육상 사상 첫 남녀 금메달의 신기원을 열었다. 여자 허들 100m 이연경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수영과 육상에서 남녀 모두가 금메달을 딴 건 물론 이번이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구기와 격투기, 양궁 등에서 메달을 따 왔지만 수영과 육상은 약세를 보였던 종목이다. 더욱이 기초종목의 선전 여부는 스포츠선진국의 중요한 판단 잣대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메달 편중 극복해야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최대 효자 종목은 사격과 유도, 펜싱, 볼링이었다. 사격은 개막 이튿날인 남자 50m 권총 단체전에서 첫 금을 선사하는 등 금 13개, 은 8개, 동 7개의 무더기 메달을 쏟아냈다. 일본의 초강세가 예상되던 유도에서 6개의 금메달을 딴 것 역시 기대를 뛰어넘는 소득이었다.
양궁은 아시안게임 역대 최초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2회 연속 독식하며 금메달 4개를 모두 쓸어 담았고, 골프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 걸린 4개의 금메달도 독차지했다.
볼링, 사이클, 인라인롤러의 선전도 돋보였다. 4관왕(개인전·개인종합·5인조·마스터스)을 차지한 황선옥을 앞세운 볼링(금메달 8개)은 아시아 무대에서 더 이상 적수가 없음을 보여줬다. 펜싱은 7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나 과거 금밭으로 불렸던 레슬링과 복싱의 노골드 부진은 예상 밖이었다. 8개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태권도가 4개에 그친 것도 충격이었다. 일본에 비해 다양한 금메달 종목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종목에 금메달이 집중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엇갈린 구기 종목의 희비
야구대표팀은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4년 전 동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냈다. 반면 24년만에 금메달을 노렸던 축구는 UAE에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석패, 동메달에 머물렀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이어 8년만에 남녀 동반 결승 진출에 성공한 농구 역시 직전 도하 대회에서 각각 5위(남자), 4위(여자)에 그쳤던 부진을 털고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러나 6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여자 핸드볼과 3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남자배구의 결승 진출 좌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금메달 꿈을 키웠던 남녀하키가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은 옥의 티였다.
○떠오른 스타 & 떠나는 별
최근 부진과 부상으로 신음했던 한국 일반 스포츠의 스타 박태환과 장미란이 각각 명예 회복에 성공한 가운데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스타 탄생도 이어졌다.
수영의 ‘4차원 소녀’정다래는 톡톡 튀는 말투와 빼어난 미모로 네티즌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최고 스타로 주목 받았고, 바둑의 이슬아 역시 실력과 외모를 겸비해 시선을 끌었다.
유도 왕기춘은 비록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결승에서 만난 상대의 부상 약점을 공략하지 않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으로 박수를 받았다.
반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은퇴를 선언한 스타도 있었다. 한국 사격의 ‘살아있는 전설’로 꼽히는 박병택은 남자 25m 센터파이어 권총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은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6회 연속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은 그는 총 5개 금메달에 은메달 8개, 동메달 19개를 기록하며 역대 한국 선수 최다 메달기록을 세우고 아시안게임과 작별했다.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신백철과 짝을 이뤄 금메달을 차지한 이효정과 여자농구 은메달의 숨은 주역 박정은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광저우(중국)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