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정석원.
‘닥터…’ 정석원, 영화 ‘사물의…’ 동시촬영 즐거운 비명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면서 다져진 ‘강철 체력’이라고 해도 연일 펼치는 강행군에는 어쩔 수 없었다. 연기자 정석원(사진)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닥터 챔프’(극본 노지설·연출 박형기)와 내년 3월 개봉하는 영화 ‘사물의 비밀’을 동시에 촬영하느라 3개월 동안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하루에 2∼3시간 밖에 잠을 못 잤다. “두 작품의 촬영이 동시에 이루어졌어요. 촬영지가 경기도 파주, 용인, 서울, 부산이다 보니 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죠. 전국 각지를 차로 이동하며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었고요.”
체력적으론 한계 상황이지만 ‘닥터 챔프’에서 맡은 역이 유도선수여서 운동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특히 운동 후 목욕을 하는 장면 등에서 남자 연기자들의 상반신 노출은 매회 등장했다.
“은근히 경쟁되던데요? 정겨운 형을 비롯해 남자 연기자들이 식스팩은 기본이고, 몸이 다 좋거든요. 누군가 운동을 많이 해서 몸이 좋아 보이면, 그 다음 촬영할 때는 그 보다 두 배로 열심히 운동해서 몸을 만들어 와요. 여배우들이 미모에 경쟁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몸매와 운동에 꽤 신경을 썼죠.”
정석원의 경쟁 상대는 정겨운이었다. 그와는 유난히 유도 경기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정)겨운이 형은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해요. 처음 봤을 때와 지금의 몸이 완전히 달라요. 가끔 운동같이 하자, 한번 겨뤄보자고 자주 전화했어요.”
원래 정겨운이 맡은 박지헌 역은 정석원이 후보였다. 감독과 작가가 실제로 유도 2단의 실력자인 정석원을 처음 만난 뒤 캐릭터와 딱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역할은 최종적으로 정겨운에게 돌아갔다.
“이해해요. 제가 운동이나 체력적인 면으로 볼 때는 적합하겠지만, 겨운 형보다 신인이고, 연기로 아직 검증이 안됐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서 부담이 됐을 거예요.”
정석원은 자신에게 올 수 있었던 행운을 놓쳤어도 실망하지 않았다. 정겨운을 통해 자신이 생각했던 운동법이나 선수들의 감정 등을 조언해줬다.
“드라마가 주인공 위주로 풀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유도팀 선수들 한 명 한 명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의미 있었어요. 실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잘 봤다’라는 응원메시지도 받았고, 왕기춘 선수는 작가에게 전화해서 ‘드라마가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 항의(?)까지 했대요.”
그는 이제 한 숨 돌리고 영화 개봉 일만 기다리고 있다. 장서희와 주연으로 나선 영화에서 “처음으로 멜로 연기를 선보이게 됐다”며 자랑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