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없이 감정만 상했던 ‘보이콧’ 파동

입력 2010-1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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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국내 필드에선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시즌 초 갑작스런 KPGA 선수회의 대회 출전 보이콧을 시작으로, 아마추어 골퍼 장수연을 눈물짓게 한 룰 위반 사건, 3년 만에 한국오픈에 출전해 10타차 뒤집기 쇼를 펼치며 다시 한번 메이저 챔피언의 건재를 보여준 양용은의 우승 등 팬들을 흥분시킨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2010 필드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를 통해 2010 년을 되돌아봤다.


KPGA 선수회 ‘원아시아투어’ 반발
대한골프협회와 양보 없는 입씨름
2주간 진통…결국 대회 출전 선언


4월 중순 한국 프로골프투어 유진투자증권오픈이 열리기 전 남자 프로골퍼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선수회를 중심으로 ‘원아시아투어에는 출전하지 않겠다’는 보이콧 움직임이었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발단은 새로 창설된 원아시아투어의 국내투어 뺏어가기에서 비롯됐다. 원아시아투어 회원사로 참여한 대한골프협회가 그동안 한국프로골프투어로 열어온 매경오픈과 한국오픈에 이어 SK텔레콤까지 원아시아투어로 편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 프로골프협회(KPGA) 소속 프로골퍼들이 반발의 뜻으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선수회는 “대한골프협회와 중국, 호주가 결성한 원아시아투어가 새로운 대회를 유치하려하지 않고 기존 대회를 편입하면서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보이콧 이유를 설명했다. 대한골프협회는 KPGA 선수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지만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양보 없는 입씨름이 계속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대한골프협회는 설득이 통하지 않자 대회 강행을 못 박았다. “국내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으면 해외선수와 아마추어만으로 대회를 치르겠다”고 했다. 선수회도 맞불을 놨다. 연판장 사인에 이어 총회까지 열어 재차 보이콧 입장을 밝혔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파행이 불가피할 위기였다.

극으로 치닫던 선수회 보이콧 파동은 2주일간 진통을 겪다 4월 말 겨우 진정됐다. 이유는 불분명하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KPGA 선수회는 돌연 입장을 바꿔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했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소득 없는 싸움으로 서로의 감정만 상했다. KPGA 선수회와 대한골프협회가 싸우는 동안 피해를 입은 쪽은 오히려 대회를 주최한 기업들이다. 대회 개최를 2주일 여 남겨뒀던 매경오픈 주최 측은 선수들의 보이콧 철회 직전까지 선수들을 설득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한달 여 앞둔 SK텔레콤오픈의 주최 측 역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보이콧 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하마터면 남자 프로골프투어가 존폐의 위기로 내몰릴 아찔한 순간이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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