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임수정이 유일하게 대답 못한 질문은…

입력 2010-12-12 11:3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연합

● “공유와 키스신 찍다 졸았어요”
●착한 캐릭터 당분간 그만, 캐릭터 변신
●애교 넘치는 공유, 배우로서 배울 점 많아
●'절친' 강동원 입대 사실, 신문 보고 알아 "미안"
영화 '김종욱 찾기'의 주인공 임수정(30)은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다. 기자가 인터뷰 장소에 일찍 가서 홍보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는데 스르륵 다가와 조그맣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인기척도 없이! '새털처럼' 가벼운 여배우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귀신같은 사람이었다. 젓가락 같은 팔, 바스러질 듯 여린 어깨, 동그란 얼굴…. 자세히 보니 팀 버튼 감독의 '유령신부'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쩌면 임수정에게 청룡영화상과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여우상을 안겨준 공포영화 '장화, 홍련'의 여운이 아직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임수정에게 비 오는 날 쇄골에 빗물이 찰랑찰랑 고일 정도로 말랐다고 인사를 건넸다. "흐흐흐"라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살짝 코믹한 코맹맹이 소리로 "영화 속 뮤지컬 장면을 연습하면서 촬영하다 빠진 거예요. 어휴, 이게 일인데 어쩌겠어요?"라며 처연한 표정을 짓는다. 체중을 물었더니 "노코멘트"란다. 그의 두 번째 인상은 '털털함'이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김종욱 찾기’로 돌아온 임수정. 조윤선 동아닷컴 기자 zowook@donga.com


임수정은 동명의 인기 뮤지컬을 영화화한 '김종욱 찾기'에서 11년 전 인도 여행에서 만난 첫사랑을 찾는 배우 출신 뮤지컬 감독 서지우로 나온다. 청순가련형 배우 임수정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소심한 성격 탓에 회사에서 잘리고 첫사랑을 찾아주는 사업을 하게 된 한기준(공유 분)이 그의 상대다. 첫 사랑을 찾아다니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얼마 전 개봉한 외화 '레터스 투 줄리엣'과 비슷하다. 원작의 극본과 연출을 맡았던 장유정 감독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아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나이 탓일까, '청순가련' 벗고 편안하게 돌아온 그녀

"나이 탓도 있지만, 여유가 생겼어요. 영화 속에서 술에 취해서 엉망이 되기도 하고, 욕도 하고, 부스스하게 안 꾸민 장면도 나오고, 조금 더 털털하고 씩씩하다 보니까 밝게 보이고…. 운명처럼 이 작품이 제게 온 것 같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임수정을 떠올리면 '슬픔'이 주된 이미지였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이하 미사),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행복' 등에서 주로 비극적인 역할을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전 '전우치'부터 '김종욱 찾기'까지 그의 행보는 '청순가련형 끝내기'로 보였다.

"청순가련형 끝내기라고요? 에이 전 또다시 비련의 여주인공 하면 안 되나요. 그래도 좀 더 캐릭터나 장르적으로 확장하는 시기이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착한 캐릭터 당분간 안 하기'로 봐 주세요. '전우치' 이후로는 이상하거나 못된 캐릭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우도 척 보기에 착한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로맨틱 코미디 영화 ‘김종욱 찾기’로 돌아온 임수정. 조윤선 동아닷컴 기자 zowook@donga.com


실감나는 뮤지컬 연기를 위해 뮤지컬 예술 감독 박칼린 씨를 스승으로 모셨다. 그리고 살이 쭉쭉 빠질 정도로 두 달간 악착같이 덤볐다. 이번 기회에 뮤지컬 계에 입문하는 건 어떠냐고 했더니 "하는 건 싫고, 구경만 다니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일정이 너무 빠듯했어요. 영화 준비과정부터 2달 반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어요. 촬영 일정이 없는 날에는 뮤지컬 연습해야 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그에게 박칼린 씨에 대해 물었다. 박 씨는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합창단 지휘자로 출연해 유명세를 치렀다. 그는 현재 본업인 뮤지컬로 돌아가 '아이다'의 음악 감독과 에세이 출간, CF 출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박칼린 선생님은 뮤지컬 계에선 이미 유명한 분인데 그 이후에 예능프로그램으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확 올라서 스타가 됐어요. 실제로도 카리스마 넘치지만 무섭지 않아요. 제가 못하고 어려워해도 힘을 북돋아주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숨겨진 걸 잘 끄집어내 주세요. 이렇게 높은 인지도가 생기고 대중의 관심을 받아서 반갑고 기뻤어요. 기회가 되면 선생님이 하는 작품을 보러가고 싶어요."


▶군에 갔다 온 공유, 의젓해진 모습에 깜짝 놀라


상대역 공유(31)는 3년 전부터 그녀와 핑크빛 열애설이 돌았던 배우다. 지난해 12월 제대한 공유에겐 '김종욱 찾기'가 복귀작이다. 열애설의 대상이 출연한다면 피할 법도 한데 임수정은 시나리오가 들어온 지 사흘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

"둘이 함께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더군요. 놀랐어요. '오, 난 아직 죽지 않았구나. 이렇게 뜨겁단 말이야' 하고요. 열애설에 대한 관심이 싫진 않아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친구 사이라는 것 외엔 더 말씀드릴 게 없어서 걱정될 뿐이죠."

두 사람은 2001년 KBS 드라마 '학교 4'에 함께 출연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고 했다.

"공유가 군대에 다녀오더니 아주 잠시 의젓해졌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 역시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 구나' 했었죠. 하지만 얼마 못가 개구쟁이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그 의젓함은 다 어디로 갔지? 본인은 어마어마한 이야기라며 군대 얘기를 들려주는데 배우로서 여유로워진 걸 빼고는 예전의 모습 그대로예요."

그는 "공유는 아주 유연한 배우이고 현장에서도 밝고 곰살맞아서 어떤 사람과도 잘 어울려 노는 멋진 배우"라고 칭찬을 이어갔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김종욱 찾기’로 돌아온 임수정. 조윤선 동아닷컴 기자 zowook@donga.com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고 함께 하는 사람이죠. 오히려 제가 무뚝뚝하고 지우 같은 부분이 있어서 공유 씨가 애교를 떨기도 했어요. 함께 해서 좋았어요. 저는 이런 장르는 처음이거든요. 주로 장르적으로 센 영화에 많이 해왔었기 때문에 이런 영화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어요. 공유 씨의 조언으로 제 부족함이 채워진 것 같아요."

뮤지컬 계에서 잔뼈가 굵은 장유정 감독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다보니 도입부도 영화라기보다는 뮤지컬 같다. 배우들이 말하는 톤에서도 뮤지컬 대사의 느낌이 묻어난다. 임수정은 "그것이 바로 감독님만의 독특한 리듬감"이라고 설명했다.

"신과 신 사이, 컷과 컷 사이에, 또는 배역끼리 대사를 주고받는 와중에 묘한 리듬감이 있어요. 그걸 보는 재미는 분명 있어요. 예를 들면 대사를 빨리 치기를 원했어요. 마치 무대 위에서 연극 연기하듯 말이죠. 캐릭터 사이에서 대사를 빨리 주고받았어요."

인도에서 촬영한 키스 장면은 '여성의 판타지를 잘 구현했다'며 특히 화제가 됐다. 하지만 임수정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당시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인도라는 나리가 낮에는 45도가 될 정도로 아주 더워요. 낮 동안 다른 신을 찍고, 밤새 키스 신을 찍었어요. 이미 스태프들이 지칠 대로 지쳐서 일부는 졸고, '중요한 로맨틱한 장면을 왜 이제 찍어?' 라고 할 정도로 열악한 가운데 찍은 장면인데, 시사회 때 반응이 좋아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졸리기도 하고 집중하느라 힘들었거든요."

만약 임수정이라면 첫사랑 김종욱과 곁에 있는 한기준 가운데 누굴 선택할까. 그는 "나라면 첫사랑을 찾지도 않을 것"이라고 여린 몸으로 씩씩하게 말했다.

"지나간 사랑은 지나간 사랑이고, 헤어졌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안타깝고 아련하더라고 기억 속에 혼자 간직하는 게 맞다고 봐요. 현재를 봐야죠."


▶"강동원 원래 조용해.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몰래 간 건 아닌데"

임수정의 별명은 '크리스털 임'이다. 피부가 맑고 투명하다고 해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임수정은 3년째 모 화장품 CF의 모델을 하고 있다.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매일 밤마다 집에서 혼자 피부 케어를 하고 고현정 씨처럼 20분까지는 아니지만 15분가량 세심하게 세안을 한다"고 말했다. 쉬는 날에는 주로 집에서 지내기 때문에 화장도 잘 하지 않는다고.

겨울이면 그가 '미사'에서 신은 어그 부츠가 떠오른다. '임수정 부츠'라고 할 정도로 생각나는 패션이다. 오래도록 그를 따라다니는 '미사'의 이미지가 싫진 않을까.

"겨울이 될 때마다 가끔 재방송도 해주더라고요. 라디오에서 드라마 주제곡인 '눈의 꽃'도 들려주고요. 그렇게 오래 얘기되는 드라마에 출연한 게 저는 복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진짜 두고두고 잊지 못한 드라마를 했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드라마구나'를 느껴요. 지금은 영화에 출연하지만 드라마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로맨틱 코미디 영화 ‘김종욱 찾기’로 돌아온 임수정. 조윤선 동아닷컴 기자 zowook@donga.com


하지만 쪽 대본, 몰아치기 밤샘 촬영 등 드라마의 열악한 제작 환경 때문에 영화계로 가서 드라마로 오지 않는 배우들도 있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고민하고 연구할 시간이 있으니까 연기적인 완성도도 차이가 난다. 그는 "미사는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번쩍하는 게 있었다"며 "본능적으로 반짝 하는 작품이 나온다면 다시 드라마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사'를 함께 찍은 소지섭과 자주 연락하며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 얼마 전 입대한 정경호와는 입대 전날 송별식도 했다. 작품에서 만난 남자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던 그가 유독 '전우치'에서 호흡을 맞춘 강동원이 입대할 때는 전혀 연락을 못 했다고 한다. 강동원은 언론에도 알리지 않고 지난달 홀연히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가기 전에 사실 연락을 못했어요. 동원 씨를 본 게 '초능력자' 한창 촬영할 때 현장에 놀러 간 게 마지막이에요. 그 이후는 둘 다 바빠서 그냥 지내다가 신문을 보고 (입대를) 알았어요. 이렇게 갈 줄이야. 미안하죠. 훈련소에서 퇴소하면 그때 연락하려고요. 그래도 그 전에 한마디라도 해주었으면 좋았을 걸. 원래 동원 씨는 그래요.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 잘 알리지 않죠. 언론에서 섭섭해 하는 것도 그를 잘 몰라서 그래요. 원래 본인이 떠들썩한 걸 싫어해요. 이미지 관리 차원이나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데…. 그렇다고 안타까운 건 아니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데요~!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가 생기는 부분은 공감한다는 거죠."

끝으로 그는 영화 팬들에게 "분명히 보시고 후회하진 않을 것"이라며 " 많은 여자 관객들과 공감 소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지금까지 배우로서 절반을 보여주었는데, 남은 절반을 앞으로 천천히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