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일구회 시상식에서 나란히 상을 받고 있는 김태균(왼쪽·지바 롯데)과 최진행(한화). 최진행은 김태균이 떠난 빈자리를 채우며 올 시즌 한화의 새로운 4번 타자 역할을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김태균, 대견한 후배에 뜨거운 축하
최진행, 선배 결혼식 도우미로 화답한화 최진행(25)은 10일 일구회 시상식장에서 뜻깊은 인물과 재회했다. 전임 한화 4번 타자인 김태균(28·지바 롯데)이다. 김태균의 일본 진출이 확정된 후,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댄 건 그 날이 처음이었다.
둘 다 상을 받으러 왔다. 김태균은 특별상, 최진행은 의지노력상 수상자였다. 한 번도 연말 시상식과 인연이 없었던 최진행에게는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자리. 김태균은 오랜만에 만난 후배의 등을 두드리며 “어디 아픈 데는 없냐”는 질문부터 했다.
4번 타자의 중압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른 후배의 체력을 걱정한 것이다. 최진행은 “문제 없다”는 말로 선배를 안심시켰다.
여전히 친정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김태균은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 준 후배에게 뜨거운 축하 인사로 화답했다.
그리고 다음 날, 최진행은 김태균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예정된 예식 시간(낮 12시)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했다. “일찍 와서 좀 도와달라”는 김태균의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청첩장이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한데, 분명히 잊고 못 가져오신 분들이 계실 것이니 그 분들을 좀 챙겨 달라”는 게 임무였다.
물론 김태균은 식이 끝난 후 열심히 도우미 노릇을 한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최진행은 “이틀 동안 형이 너무 바빠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조언을 듣고 싶다”고 했다.
사실 최진행에게 ‘김태균’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이름이다. 지난해까지 붙박이 4번 타자였던 김태균의 자리를 올해 최진행이 물려받아서 그렇다. 무엇보다 김태균은 최진행이 바라보고 달려야 할 ‘롤모델’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부담감이 심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20홈런 고지를 밟게 되자, 최진행도 조심스럽게 “태균이 형의 한 시즌 최다 홈런(31개)을 넘어서는 게 목표”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홈런 32개를 때려냈다. 타점도 92점이나 올렸으니, 무사히 첫 단추를 꿴 셈이다. 오랜 만에 만난 선배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됐다.
최진행은 “신인 시절 김태균 선배는 내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앞으로 형을 따라잡으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면서 “내년에도 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죽도록 노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달리겠다”고 했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고 ‘한화 4번 타자’의 명예를 드높이겠다는 각오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