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불문 '게임 셧다운', 대중들은 '시큰둥'

입력 2010-12-16 19: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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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셧다운제', 대안 없이 규제의욕만 충천
"어떤 결과물을 거둘 것인지도 궁금하지만, '어떤 기준'에 맞춰 '어떻게' 시행하겠다는 것인지가 더욱 의문입니다"

개정안이 발표됨과 동시에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게임 셧다운제'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논란이 가속화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합의한 '게임 셧다운제'의 적용 대상이 온라인게임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게임 셧다운제'는 오전 12시부터 6시까지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 이용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게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비디오게임과 모바일게임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령 제한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국내에 서비스 되는 모든 게임에 대해 제제를 가하겠다는 이번 조치를 두고 대중들은 '청소년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라는 의견과 '게임 플레이를 막는다고 청소년 범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라는 의견을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전혀 반대되는 의견을 보이는 이들 두 부류의 의견이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바로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적용 대상과 규제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 명시가 전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규제안의 전반적인 실효성 여부에도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비디오게임과 모바일게임의 경우는 게임 플레이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의 네트워크 플레이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Xbox360 라이브와 PS3의 PSN 같은 경우는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성인인증 없이도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이라는 허들이 무색해지는 이유다.

비디오게임과 모바일게임의 경우는 온라인을 거치지 않아도 혼자서 얼마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규제안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점이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를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로 기획된 규제안이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게임 플레이를 막더라도 혼자서 즐기는 콘텐츠가 다수인 비디오게임과 모바일게임의 플레이를 통해 얼마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게임 셧다운제'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규제안 시행을 위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해당 업체들이 이에 상응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것인지도 의문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미 문화부는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과 같은 오픈마켓 시장에도 규제안을 강제적으로 적용한 전적이 있다. 그 결과, 애플과 안드로이드 등의 글로벌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존재하는 규제안 때문에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아예 삭제한 바 있다.

즉, 해당 부처는 게임 업체들이 해당 법령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들이 굳이 총대를 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픈마켓의 경우에서 한 번 겪었음에도 똑같은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게이머들은 법령이 만들어진 과정에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규제안이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 플레이에 제한을 두자'던 문화부와 '만 19세 미만의 전체 청소년의 플레이를 제한하겠다'고 주장하던 여가부가 서로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서로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게임 셧다운제'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이 이번 안건을 두고 졸속행정이라고 비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있어왔다. 입장에 따라 이번 규제안에 찬반이 나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며, "하지만 규제를 위해서는 규제를 하는 입장은 물론, 당하는 입장 모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뚜렷한 명분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번 '게임 셧다운제'에는 이러한 점이 간과되어 있기 때문에 대중의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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