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진행은 자신의 ‘롤모델’ 김태균의 전철을 밟기를 소망한다. 김태균(사진)은 최진행에게 “어서 결혼하라”고 조언했다.스포츠동아DB
형수님은 시크한 형이 자상하다고 하던데…미녀를 사로잡은 비법은 뭐죠?
무조건 잘해주는 수밖에…결혼하니 더 좋더라고 ㅋ
최진행(26)에게 그는 큰 산 같은 존재였다. 감히 오를 수 없는 그런 산. 그 산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산이 자리를 옮기자 팀에선 최진행에게 대신 산이 되라 했고, 그렇게 1년을 보냈다. 한때 자신에게 소중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던 그 산을 떠올리며 그 역할을 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힘에 부쳤다. 무조건 잘해주는 수밖에…결혼하니 더 좋더라고 ㅋ
릴레이인터뷰 질문을 받고 다음 주자로 그 산을 찍은 것도 그래서였다. 2011년 릴레이 인터뷰 첫 주인공은 한화의 신·구 4번 타자인 최진행(26)과 김태균(29·지바 롯데)이다. KIA 이용규에게 질문을 받았던 최진행은 자신의 롤모델인 김태균에게 바통을 건넸다. 김태균은 “진행이가 롤모델이라고 날 찍었으니, 난 내 롤모델에게 질문을 드리겠다”며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오릭스에 새롭게 둥지를 선배 이승엽(35)을 지목했다.
○최진행이 김태균에게
형, 일단 결혼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제가 형을 지명해서 놀라신 건 아니겠죠? 형이 일본 가시고 나서 통화도 제대로 못 하고 만날 기회는 더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빌어 형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도 하고 질문도 해보고 싶었어요.
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어요. 신인 때 처음 1군에 올라와서 갑자기 9회에 대타로 나가게 됐는데, 당연히 준비는 하고 있었어도 막상 나가게 되니 심장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형이 제 옆으로 오셔서 이렇게 말했어요.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직구만 보고 맞힌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쳐라.” 그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해요.
형의 그 조언이 큰 힘이 됐거든요. 아! 작년 초 일본 전지훈련에서 형이 주신 방망이도 감사했어요. 참, 저는 형 결혼식에 갔잖아요. 형도 나중에 제 결혼식에 오실 거죠? 바쁘다는 핑계 대면 안 됩니다!
○김태균이 최진행에게
한화에 함께 있을 때만 해도 어려 보이고, 어딘가 주눅(?)들어 보이고, 네가 가진 능력을 다 펼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어느덧 훌쩍 큰 네 모습에 내가 더 기분 좋다. 언젠가 좋은 선수가 될 것으로 믿고 있었지. 다 그동안 네가 흘린 땀의 결과라고 생각해. 함께 뛸 때 가끔씩 네가 기분 나쁠 정도로 내가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쓴소리도 하곤 했었는데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고 조언 받아줘 내가 더 고마웠다.
너에 대한 애정, 넌 잘 모를 수 있지만 정말 컸어. 지금도 그렇고. 한해 반짝 잘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땀 흘렸으면 좋겠다. 항상 예의 바르고 자세를 낮출 줄 아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고. 나도 그렇게 해야지. 결혼식에 꼭 오라고? 꼭 가야지. 근데 언제 날 잡을 거야?
-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어요. 형은 타석에 들어설 때 꼭 1루수나 우익수 쪽을 바라보면서 들어가시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건 내스타일에서 비롯된 거야. 난 최대한 볼을 끝까지 보고 몸을 회전하면서 치잖아. 그러다보니 일부러 큰 거를 노린다든가, 잡아당겨 좌측으로 때리려고 하면 왼쪽 어깨가 빨리 열려 밸런스가 깨지게 되거든. 1루나 우익수쪽을 보는 것도 왼쪽 어깨가 열리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 우리나라와 일본 야구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알고 있잖아요. 형도 일본 프로야구가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고 얘기하셨다는 걸 들었어요. 타석에서의 그런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기술적인 면도 그렇고 멘털 쪽으로도요.
“시범경기 때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네가 알다시피 내가 시즌 초반 땐 완전 굴욕을 당했잖아.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그 때 그렇게 된 게 약이 됐지. 내 위치가 어떤지, 내 능력이 어떤지 그 때 알게 됐어. 많이 부족한 걸 깨달은 거지. 지금 상태로는 이길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연구하고 공부했어. 타격폼에도 큰 변화는 아니지만 계속 세밀한 변화를 줬고. 연습을 하더라도 생각을 하면서 해야 해. 무작정 (방망이를) 1000번 스윙하는 것보다 집중해 연구하며 100번, 200번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야.”
Q1. 일본 진출 후 달라진 점?
K굴욕이 오히려 약…부족한 점 알아 타격폼 바꾸고 스윙훈련에 집중했지
- 제가 타격하는 모습을 TV로라도 보신 적이 있나요? 보셨다면,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이 아쉽다고 느끼셨는지 듣고 싶어요. 만약 못 보셨다면, 예전에 저를 봤을 때 이것 만큼은 고쳤으면 좋겠다고 느끼신 게 있으셨는지도 궁금하고요.
“일본에서도 네 모습 자주 봤다. 내 생각엔 잘 칠 때와 못 칠 때 스윙자세가 극과 극인 것 같더라. 홈런치고 안타 칠 때는 스윙 자세가 안정감 있게 딱 잡혀있는데, 삼진 당하거나 땅볼 때릴 때 보면 안 좋은 게 많아. 누구나 그렇지만 스윙 변화 폭을 줄이려고 하는 게 좋을 듯 싶다.”
Q2. 무표정 세리머니 바꿀 의향은?
멋진 홈런 리액션? 생각은 해봤는데…얼굴색 숨기려고 일부러 포커페이스
- 형은 정말 찬스에 강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중요할 때 홈런을 쳐도 솔직히 리액션이 너무 없다는 느낌이 들긴 해요. 멋진 세리머니를 하나 만드실 생각은 없나요? 혹시 형 생각에 무표정이 더 ‘시크’해 보이는 것 같아서 안 하시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하네요. ㅎㅎㅎ. 일본시리즈를 TV로 봤는데, 적시타 쳤을 때도 한국에서랑 똑같이 표정이 없어서 재미있었거든요.
“멋진 세리머니? 그런 생각 안 해 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런데 난 어렸을 때부터 내 기분이나 마음이 누구한테 보여지는 게 싫더라. 그래서 홈런을 쳤을 때도, 삼진을 당했을 때도 얼굴에 내색을 잘 안하려하지. 삼진을 당해도 다음에 잘 치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홈런을 쳐도 오버하지 않으려고 하고. 때론 미치게 안될 땐 어쩔 수없이 얼굴에 표가 나지만 말이야.”
- 형 결혼식 때 TV로만 봤던 형수님(방송인 김석류 씨)을 실제로 봤는데, 정말 예쁘시고 형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듣기로는 형수님이 ‘남자답고 자상하고 잘 챙겨 주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하던데, 어떻게 형수님 마음을 사로잡으셨나요? 제가 입단해서 봐왔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말이에요. ㅋㅋㅋ. 역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달라지는 건가요?
“하하하. 다 때가 있나 봐, 그런거 보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거지 뭐. 이 사람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잘 보이고 싶었고, 잘 해주고 싶었던 거지. 너 오래 사귄 여자친구 있잖아. 빨리 결혼해. 해보니까 더 좋다.”
- 앞에서 제 데뷔 첫 타석을 앞두고 조언해 주신 얘기를 했잖아요. 사실 제가 그 때 펜스를 맞히는 2루타를 쳤거든요. 형은 지나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마디 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아직도 감사하고 잊지 못하고 있어요.
“당연히 기억한다. 그리고 그 때 아무 생각 없이 한 말도 아니었다. 대타로 나가는 네가 당황한 표정이더라고. 그래서 덕아웃 뒤에 있다 일부러 너에게 다가갔던 거였어.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말이야. 당시 상대 투수가 누구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내 기억으로는 직구가 빠른 투수였던 것 같아. 그래서 네 생각을 단순하게 해 주려고 ‘직구만 보고 쳐’라고 한거야. 2루타 쳤을 때? 내가 너보다 더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 ‘롤모델’인 태균이 형! 지금까지 형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게 무엇인가요? ‘좌우명’이라고 하니까 상당히 거창해 보이는데, 사실 한 시즌 치르다 보면 슬럼프가 적어도 두세 번은 찾아오잖아요. 그럴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겨냈는지 알고 싶습니다.
“어떨 땐 정말 답이 없지. 내 생각엔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 때로는 야구는 생각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고, 미친 듯이 연습에 매달려 슬럼프를 벗어나야할 때도 있고. 그 상황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어렸을 때부터 난 놀 땐 놀고, 할 땐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 미친 듯이 놀 땐 놀고, 미친 듯이 운동할 땐 열심히 하고. 집중해서 최선 다하자고, 연습할 때도 게임할 때도 그렇게 생각하곤 해.”
▲생년월일=1982년 5월29일 ▲학교=천안남산초∼천안북중∼천안북일고 ▲키·몸무게=184cm/100kg(우투우타) ▲프로 데뷔=2001년 한화 1차 ▲일본 프로야구 데뷔=2010년 지바롯데(계약금 1억엔·계약기간 3년) ▲2010·2011년 연봉=각 1억5000만엔 ▲2010년 성적=141경기 출장 타율 0.268, 출루율 0.357, 장타율 0.429, 141안타, 21홈런, 92타점
정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