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최진행이 김태균에게 묻다

입력 2011-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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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최진행은 자신의 ‘롤모델’ 김태균의 전철을 밟기를 소망한다. 김태균(사진)은 최진행에게 “어서 결혼하라”고 조언했다.스포츠동아DB

한화 최진행은 자신의 ‘롤모델’ 김태균의 전철을 밟기를 소망한다. 김태균(사진)은 최진행에게 “어서 결혼하라”고 조언했다.스포츠동아DB

형수님은 시크한 형이 자상하다고 하던데…미녀를 사로잡은 비법은 뭐죠?
무조건 잘해주는 수밖에…결혼하니 더 좋더라고 ㅋ
최진행(26)에게 그는 큰 산 같은 존재였다. 감히 오를 수 없는 그런 산. 그 산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산이 자리를 옮기자 팀에선 최진행에게 대신 산이 되라 했고, 그렇게 1년을 보냈다. 한때 자신에게 소중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던 그 산을 떠올리며 그 역할을 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힘에 부쳤다.

릴레이인터뷰 질문을 받고 다음 주자로 그 산을 찍은 것도 그래서였다. 2011년 릴레이 인터뷰 첫 주인공은 한화의 신·구 4번 타자인 최진행(26)과 김태균(29·지바 롯데)이다. KIA 이용규에게 질문을 받았던 최진행은 자신의 롤모델인 김태균에게 바통을 건넸다. 김태균은 “진행이가 롤모델이라고 날 찍었으니, 난 내 롤모델에게 질문을 드리겠다”며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오릭스에 새롭게 둥지를 선배 이승엽(35)을 지목했다.


○최진행이 김태균에게

형, 일단 결혼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제가 형을 지명해서 놀라신 건 아니겠죠? 형이 일본 가시고 나서 통화도 제대로 못 하고 만날 기회는 더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빌어 형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도 하고 질문도 해보고 싶었어요.

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어요. 신인 때 처음 1군에 올라와서 갑자기 9회에 대타로 나가게 됐는데, 당연히 준비는 하고 있었어도 막상 나가게 되니 심장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형이 제 옆으로 오셔서 이렇게 말했어요.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직구만 보고 맞힌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쳐라.” 그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해요.

형의 그 조언이 큰 힘이 됐거든요. 아! 작년 초 일본 전지훈련에서 형이 주신 방망이도 감사했어요. 참, 저는 형 결혼식에 갔잖아요. 형도 나중에 제 결혼식에 오실 거죠? 바쁘다는 핑계 대면 안 됩니다!


○김태균이 최진행에게

한화에 함께 있을 때만 해도 어려 보이고, 어딘가 주눅(?)들어 보이고, 네가 가진 능력을 다 펼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어느덧 훌쩍 큰 네 모습에 내가 더 기분 좋다. 언젠가 좋은 선수가 될 것으로 믿고 있었지. 다 그동안 네가 흘린 땀의 결과라고 생각해. 함께 뛸 때 가끔씩 네가 기분 나쁠 정도로 내가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쓴소리도 하곤 했었는데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고 조언 받아줘 내가 더 고마웠다.

너에 대한 애정, 넌 잘 모를 수 있지만 정말 컸어. 지금도 그렇고. 한해 반짝 잘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땀 흘렸으면 좋겠다. 항상 예의 바르고 자세를 낮출 줄 아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고. 나도 그렇게 해야지. 결혼식에 꼭 오라고? 꼭 가야지. 근데 언제 날 잡을 거야?


-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어요. 형은 타석에 들어설 때 꼭 1루수나 우익수 쪽을 바라보면서 들어가시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건 내스타일에서 비롯된 거야. 난 최대한 볼을 끝까지 보고 몸을 회전하면서 치잖아. 그러다보니 일부러 큰 거를 노린다든가, 잡아당겨 좌측으로 때리려고 하면 왼쪽 어깨가 빨리 열려 밸런스가 깨지게 되거든. 1루나 우익수쪽을 보는 것도 왼쪽 어깨가 열리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 우리나라와 일본 야구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알고 있잖아요. 형도 일본 프로야구가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고 얘기하셨다는 걸 들었어요. 타석에서의 그런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기술적인 면도 그렇고 멘털 쪽으로도요.

“시범경기 때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네가 알다시피 내가 시즌 초반 땐 완전 굴욕을 당했잖아.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그 때 그렇게 된 게 약이 됐지. 내 위치가 어떤지, 내 능력이 어떤지 그 때 알게 됐어. 많이 부족한 걸 깨달은 거지. 지금 상태로는 이길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연구하고 공부했어. 타격폼에도 큰 변화는 아니지만 계속 세밀한 변화를 줬고. 연습을 하더라도 생각을 하면서 해야 해. 무작정 (방망이를) 1000번 스윙하는 것보다 집중해 연구하며 100번, 200번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야.”


Q1. 일본 진출 후 달라진 점?

K굴욕이 오히려 약…부족한 점 알아 타격폼 바꾸고 스윙훈련에 집중했지



- 제가 타격하는 모습을 TV로라도 보신 적이 있나요? 보셨다면,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이 아쉽다고 느끼셨는지 듣고 싶어요. 만약 못 보셨다면, 예전에 저를 봤을 때 이것 만큼은 고쳤으면 좋겠다고 느끼신 게 있으셨는지도 궁금하고요.

“일본에서도 네 모습 자주 봤다. 내 생각엔 잘 칠 때와 못 칠 때 스윙자세가 극과 극인 것 같더라. 홈런치고 안타 칠 때는 스윙 자세가 안정감 있게 딱 잡혀있는데, 삼진 당하거나 땅볼 때릴 때 보면 안 좋은 게 많아. 누구나 그렇지만 스윙 변화 폭을 줄이려고 하는 게 좋을 듯 싶다.”


Q2. 무표정 세리머니 바꿀 의향은?

멋진 홈런 리액션? 생각은 해봤는데…얼굴색 숨기려고 일부러 포커페이스



- 형은 정말 찬스에 강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중요할 때 홈런을 쳐도 솔직히 리액션이 너무 없다는 느낌이 들긴 해요. 멋진 세리머니를 하나 만드실 생각은 없나요? 혹시 형 생각에 무표정이 더 ‘시크’해 보이는 것 같아서 안 하시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하네요. ㅎㅎㅎ. 일본시리즈를 TV로 봤는데, 적시타 쳤을 때도 한국에서랑 똑같이 표정이 없어서 재미있었거든요.

“멋진 세리머니? 그런 생각 안 해 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런데 난 어렸을 때부터 내 기분이나 마음이 누구한테 보여지는 게 싫더라. 그래서 홈런을 쳤을 때도, 삼진을 당했을 때도 얼굴에 내색을 잘 안하려하지. 삼진을 당해도 다음에 잘 치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홈런을 쳐도 오버하지 않으려고 하고. 때론 미치게 안될 땐 어쩔 수없이 얼굴에 표가 나지만 말이야.”


- 형 결혼식 때 TV로만 봤던 형수님(방송인 김석류 씨)을 실제로 봤는데, 정말 예쁘시고 형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듣기로는 형수님이 ‘남자답고 자상하고 잘 챙겨 주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하던데, 어떻게 형수님 마음을 사로잡으셨나요? 제가 입단해서 봐왔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말이에요. ㅋㅋㅋ. 역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달라지는 건가요?

“하하하. 다 때가 있나 봐, 그런거 보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거지 뭐. 이 사람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잘 보이고 싶었고, 잘 해주고 싶었던 거지. 너 오래 사귄 여자친구 있잖아. 빨리 결혼해. 해보니까 더 좋다.”


- 앞에서 제 데뷔 첫 타석을 앞두고 조언해 주신 얘기를 했잖아요. 사실 제가 그 때 펜스를 맞히는 2루타를 쳤거든요. 형은 지나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마디 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아직도 감사하고 잊지 못하고 있어요.

“당연히 기억한다. 그리고 그 때 아무 생각 없이 한 말도 아니었다. 대타로 나가는 네가 당황한 표정이더라고. 그래서 덕아웃 뒤에 있다 일부러 너에게 다가갔던 거였어.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말이야. 당시 상대 투수가 누구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내 기억으로는 직구가 빠른 투수였던 것 같아. 그래서 네 생각을 단순하게 해 주려고 ‘직구만 보고 쳐’라고 한거야. 2루타 쳤을 때? 내가 너보다 더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 ‘롤모델’인 태균이 형! 지금까지 형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게 무엇인가요? ‘좌우명’이라고 하니까 상당히 거창해 보이는데, 사실 한 시즌 치르다 보면 슬럼프가 적어도 두세 번은 찾아오잖아요. 그럴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겨냈는지 알고 싶습니다.

“어떨 땐 정말 답이 없지. 내 생각엔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 때로는 야구는 생각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고, 미친 듯이 연습에 매달려 슬럼프를 벗어나야할 때도 있고. 그 상황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어렸을 때부터 난 놀 땐 놀고, 할 땐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 미친 듯이 놀 땐 놀고, 미친 듯이 운동할 땐 열심히 하고. 집중해서 최선 다하자고, 연습할 때도 게임할 때도 그렇게 생각하곤 해.”

지바롯데 김태균은?

▲생년월일=1982년 5월29일 ▲학교=천안남산초∼천안북중∼천안북일고 ▲키·몸무게=184cm/100kg(우투우타) ▲프로 데뷔=2001년 한화 1차 ▲일본 프로야구 데뷔=2010년 지바롯데(계약금 1억엔·계약기간 3년) ▲2010·2011년 연봉=각 1억5000만엔 ▲2010년 성적=141경기 출장 타율 0.268, 출루율 0.357, 장타율 0.429, 141안타, 21홈런, 92타점
정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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