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에는 ‘스마트폰’이라는 키워드가 한 해를 휩쓸었다. 그리고 그 열기는 태블릿 PC, 스마트 TV로 점차 옮겨가고 있는 추세이며, 2011년에는 휴대용 모바일 기기로 대변되는 다양한 기기들이 한 해를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 3대 가전 쇼 중 하나인 ‘CES 2011’에서 선보이는 태블릿 PC만 100종이 넘는단다. 이제 새해가 밝은지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그만큼 올해 IT 시장은 예측이 힘들 정도로 빠르게 소용돌이 치고 있다.
델(Dell)이라는 회사가 있다. IT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삼성전자, LG전자는 안다. 정확히 무엇을 판매하는지는 몰라도, 유명한 대기업이라는 정도는 다 알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델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전세계에서는 PC 판매량 부문에서 HP의 뒤를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명한 대기업이다. 혹시 주변에 PC 좀 안다는 ‘아는 오빠’가 있다면 델이라는 회사에 대해 한번 물어 보라. 어쩌면 일장 연설을 들을 지도 모르겠다.
델의 국내 지사인 델 인터내셔널(이하 델코리아)은 1995년에 설립되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데스크탑 PC, 노트북, 서버, 스토리지, 그리고 워크스테이션 등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며 국내에도 서서히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재미있는 소식이 들렸다. 5인치 태블릿폰 ‘스트릭(Streak)’이 국내에 출시된다는 것. 이제 델이 PC 영역을 넘어 모바일 영역까지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IT동아는 델코리아 컨슈머 사업부 임정아 본부장을 만나 델의 2011년 사업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 봤다.
온라인 판매에 대한 전략이 수정된다
델을 얘기할 때 온라인 판매(http://www.dell.co.kr/)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델의 독특한 마케팅 기법인 온라인 판매 시스템은 인터넷 또는 전화 연결을 통해 PC, 노트북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다. 하지만 임 본부장은 2011년부터 이 전략이 일부 수정된다고 입을 열었다.
임 본부장: 지금까지 델이 성장하는데 온라인 판매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직거래방식을 통한 온라인 시스템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동일한 제품이라도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부품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약 3년 전부터 델은 오프라인을 통한 판매 시스템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보고 만지고 체험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델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델(Michael Saul Dell)의 경영 방침이 변경되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 덧붙였다.
임 본부장: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기기의 시장 확대는 이미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델도 약 3년 전부터 스마트폰을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가 약 반년 전에 세계 시장에 먼저 소개됐던 5인치 태블릿폰 스트릭이지요.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스트릭과 같은 모바일 기기는 소비자가 직접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올해 델은 온라인 판매와 더불어 오프라인 매장이나 총판 판매 시스템 등을 더 확대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테크노마트나 하이마트, 전자랜드 같은 곳에서 저희 제품을 더 많이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온라인 판매를 없앤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용자 마음대로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장점은 여전히 PC 전문가들에게 매력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도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에 온라인 판매는 그대로 유지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오프라인 매장이 늘어나면 A/S가 더욱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는 가격 측면에서 국내 업체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A/S 측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렇게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TV, 라디오와 같은 방송 광고도 강화
지금까지 진행했던 마케팅 외에 이제는 공중파 TV CF나 라디오 광고 등을 더 강화한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 기존의 델은 바이럴 마케팅 즉, 입소문을 통한 마케팅을 주로 진행했습니다. 온라인 판매를 알리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죠. 더구나 국내 시장은 얼리어답터와 PC 전문가들이 많고, 수준도 다른 나라보다 높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의 지식을 전문 기자나 블로그와 같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습득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하죠. 그래서 바이럴 마케팅이 좀더 효과적이고, 그것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 직거래 시스템이 알맞습니다.
그러나 스트릭과 같은 모바일 기기는 얼리어답터,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사용하는 대중적인 기기입니다. 일반인을 타겟으로 하는 마케팅은 TV 광고 같은 기존 매체를 활용한 마케팅이 더 효과적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휴대폰 같은 것이죠. 이에 저희 델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할 것입니다. 오는 주말부터 TV CF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5인치 태블릿폰 스트릭, 4.1인치 프리미엄 스마트폰 베뉴를 연이어 국내에 선보인 델의 올 한해 목표는 뚜렷하다. 모바일 시장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단발적인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임 본부장의 말에는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스트릭, 베뉴에 담은 델의 생각
올 한해 노트북을 포함한 델의 전반적인 전략에 대한 인터뷰 후, 국내 출시한 모바일 기기 스트릭, 베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델이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임 본부장: 앞서 델은 3년 전부터 스마트폰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3년 이라는 시간 동안 준비 및 개발을 하고 그 첫 작품으로 스트릭을 선보일 수 있었던 건데요.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델이 처음 스마트폰을 준비할 때, 휴대폰 개발자들을 영입해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그저 기존 휴대폰에 델의 이름을 달고 출시했기 때문인지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델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델만의 장점을 담을 수 있는 모바일 기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달리고 있는 A사와 똑같은 방식을 택한다면, 경쟁에서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델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휴대폰의 기능을 담은 PC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간단합니다. 휴대폰과 PC의 장점을 담은 것이 스마트폰인데, 델은 PC 제조에 탁월한 능력이 있으니 좀더 PC에 가깝게 치중해서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별 것 아닌 생각의 전환이지만, 그 작은 생각의 변화가 스트릭, 베뉴라는 델만의 모바일 기기를 탄생케 했습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델의 PC 라인업을 넓혀 나간다는 생각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스트릭을 출시하며 ‘태블릿폰’으로 설명한 이유는?
얼마 전, 델이 스트릭을 발표하며 전면에 내세운 타이틀이 바로 태블릿폰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부터 각 언론 등에서 태블릿폰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되고 있다. 사실 스마트폰의 성능이 점점 향상되면서, 화면 크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델은 태블릿폰이라는 뜻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임 본부장: 정확히 어떤 제품군을 겨냥해 선정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분류되는 모바일 기기를 딱히 이것은 이것, 저것은 저것이라고 지칭하기 힘듭니다. 노트북을 예로 들어 보면, 12인치건 15인치건 그냥 노트북으로 분류합니다. 단지 화면 크기의 차이가 있고 그에 따른 휴대성과 성능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입니다.
모바일 기기도 마찬가지로 생각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한데 묶어 화면 크기를 기준으로 조금씩 세분화했을 뿐입니다. 그런 와중에 5인치 크기의 스트릭을 출시하며, 전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좀더 강조하고자 태블릿폰이라고 설명을 한 것입니다. 국내에 스트릭을 출시하기 전 다른 나라에 출시할 때는 스마트 태블릿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지요.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전화 기능이 들어가 있는 5인치 이상 7인치 미만의 모바일 기기가 태블릿폰에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7인치는 전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사실 좀 크더군요.
본 기자가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과 비슷해 놀랐다. 최근 모바일 기기의 성능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각 기기간의 차이점은 화면 크기 하나로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화면 크기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며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기와 두 손을 사용해야 하는 기기로 분류하는 것과 가로로 사용하면 좋을 기기와 세로로 사용하면 좋을 기기로 구분하는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스트릭은 기본적으로 가로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단 바의 메뉴가 가로로 누워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델은 끊임 없는 사후 지원을 약속한다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면,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 태블릿 PC 제조사는 구글 안드로이드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윈도우폰 7를 탑재하고 있다. 델도 마찬가지다. 국내에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트릭과 베뉴만을 출시했지만, 윈도우폰7을 탑재한 베뉴 프로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폰은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 업데이트가 빠르다는 것.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를 시행할 때마다 각 제조사는 이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임 본부장: 가장 먼저 약속하는 것은, 델은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운영체제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항상 차기 업데이트를 지원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하드웨어적인 제약으로 인해 운영체제의 기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할 때는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업데이트를 지원할 것입니다. 또한, 모바일 기기를 직접 구매하는 사용자는 후속 제품의 출시 시기에 민감하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과 6개월 전에 구매한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후속 제품이 빠르게 출시된다면, 이전 제품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델은 후속 모델의 출시를 PC처럼 짧게 생각하지 않고, 길게 가져갈 예정입니다.
델이 모바일 기기로 진출하며, 많은 부분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인터뷰 도중 구글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주기가 상당히 짧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웃음 짓는 임 본부장의 모습이 오히려 친근감있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차라리 좋았다.
윈도우폰7 스마트폰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국내 시장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는 이미 윈도우폰7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아직 국내에 선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한글 지원 문제 때문이다. MS 측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한글을 지원하고 있지 않기에 제조사는 출시하고 싶어도 그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내로 MS가 윈도우폰7에 한글을 지원할 예정으로 알려져 향후 국내 출시가 빨라질 전망이다.
임 본부장: 만약 이 인터뷰가 2~3개월 전에 있었더라면, 윈도우폰7 스마트폰 출시는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을 겁니다. 하지만, 한글 지원이 곧 될 것이 확실시 됨에 따라 델도 출시를 조율 중에 있습니다. 다만, 델이 현재 출시한 윈도우폰7 스마트폰은 쿼티 키패드를 탑재한 베뉴 프로라서 약간 고민 중에 있습니다. 쿼티 키패드가 영어 입력이나, 업무적인 용도로는 상당히 편리하지만, 한글 입력이나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오히려 불편하다는 자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윈도우폰7 스마트폰도 선보일 예정이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 하반기 ‘스마트북’을 선보인다
인터뷰 도중 임 본부장은 무심결에 스마트북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스마트폰을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구글 크롬과 연계된 내용에서 나온 것이라 좀더 자세히 물었다. ‘스마트북’은 델이 준비 중인 차기 클라우드 시스템에 적용되는 일종의 단말기를 일컫는다.
임 본부장: 올 하반기에 델은 스마트북을 시장에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델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지와 서버 시스템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힙니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 크롬과 같은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구동되는 운영체제를 탑재한 단말기 출시를 선보이려고 합니다. 단말기의 형태는 기존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처럼 다양하게 출시될 것이며, 벌써 베타 테스트 제품을 모 업체에 제공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는 아니고 해외 항공사 중의 하나입니다. 스튜어디스가 기존 승객 명단을 확인할 때, 종이로 제작된 용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들고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죠. 병원이나 큰 대기업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찍부터 델은 클라우드 시스템과 관련된 것을 마련하기 위해 HP와 경쟁해 왔던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퀄로직, 페롯시스템즈, 스캘런트, 오카리나 네트웍스 등 관련 업체 등을 인수 합병하고 있다. 최근에는 HP와 스토리지 제조 업체인 3PAR 인수를 두고 경쟁을 벌일 정도다. 물론, 아직까지 이 클라우드 시스템과 델이 선보인다는 스마트북에 대한 예상은 이른 시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끊임 없는 준비와 노력이야말로 IT 기업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IT동아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
임 본부장: 상대적으로 세계 시장보다 국내에서 델의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대한 정책도 상당 부분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올해에는 달라질 것이며, 과감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 첫번째는 역시 스마트폰, 태블릿 PC로 대변되는 모바일 기기입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PC와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임 본부장의 모습으로 충분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을 토대로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델의 자세는 IT 업체라면 응당 가져야 하는 도전 정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2011년 IT 시장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넷북, 노트북, 데스크탑 PC에 이르기까지 일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올 한해, 델의 도전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지 기대가 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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