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과 벤치마킹 사이에서 게이머들도 의견 분분
가요계의 표절 시비는 이제는 세삼스러울 것도 없이 익숙한 일이 됐다. 멀리 돌아갈 것도 없이 2010년에는 지드래곤과 이효리가 표절 시비로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으며, 최근에는 가수 아이유 역시 드라마 '드림하이'의 O.S.T.로 사용된 '썸데이'가 표절시비에 휘말리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사실 이러한 표절시비는 가요계에서는 끊이지 않는 화두이다. 특히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는 표절 의혹이 그 이전에 비해 더욱 자주 발생하게 됐다. 표절을 일삼는 이들이 주요 소스로 사용하던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음악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해보고, 국내 노래와 비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표절은 국내에서만 자행되고 있는 일은 아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수많은 노래들이 해마다 표절시비에 휘말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곡들을 표절했다는 동남아 지역의 표절 의심곡들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표절이란 것은 음악에만 국한되어 생겨나는 일은 아니다. 미술, 광고는 물론 사진,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일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표절이 일어나는 콘텐츠 목록에서 '게임'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는 것 역시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최근 게임로프트는 아이폰용 RTS(Real 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약자)게임 '스타프론트: 콜리전'(Starfront: Collision)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손가락 끝으로 자원 채취, 건물 건설, 유닛 생산은 물론 전투까지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의 등장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물론 RTS 장르 마니아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 못지 않게 일각에서는 '스타프론트: 콜리전'에 대한 표절 의혹이 강하게 일어났다. 이 게임이 블리자드의 대표적인 RTS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표절이라는 것이다. 게임에 세 종류의 종족이 등장하며 이들의 모습 역시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저그, 프로토스와 흡사하다는 것과 각 유닛의 외형 역시 스타크래프트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것이 이 작품에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 근거이다.
물론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RTS 게임에 종족 3가지가 등장하면 모두 스타크래프트 표절이란 말인가? 테란, 저그, 프로토스와 같은 종족은 이미 워해머 같은 기타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한 바 있다'라며 이러한 표절 의혹에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프론트: 콜리전'의 표절 의혹에 힘이 실리는 것은 이 게임의 제작사인 게임로프트가 이 작품 이외에도 이전부터 자사의 다양한 게임에 표절 시비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로프트는 '쉐도우 가디언'과 'N.O.V.A.', 'Gangs TeR', '스파르타' 등의 작품을 출시 했을 당시에도 이들 작품들이 각각 언챠티드, 헤일로, GTA, 갓 오브 워 시리즈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받은 바 있다. 실제로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이들 게임을 원작과 비교해 놓은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게임로프트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우리 게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라는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이러한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표절 시비가 해당 업체들과의 분쟁으로까지 번진 적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에는 명확한 표절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게임의 컨셉과 분위기가 비슷하더라도 표절이라 주장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모바일과 비디오 게임이라는 플랫폼이 타겟으로 하는 시장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소송이라는 불편한 행동을 굳이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찍이 넥슨의 카트라이더와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가 각각 닌텐도의 마리오카트와 허드슨의 봄버맨 시리즈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지난 12월에는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루니아Z의 신 캐릭터 '아이리스'가 PS3용 액션 게임 '갓 오브 워'의 주인공인 '크레토스'를 따라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캐릭터가 사용하는 무기가 '크레토스'가 사용하는 '파멸의 블레이드'와 같은 형태이며, 스킬의 모션과 이펙트도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게이머들은 관련 게시물에 '크레토스'의 대사인 '당신의 아들이 돌아왔소!'를 패러디 해 '당신의 딸이 돌아왔소!'와 같은 리플을 달기도 했다.
게임의 표절 논란을 두고 업계의 한 전문가는 “워낙 많은 게임이 나온 상황이기에 소재가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그 게임을 표절작으로 치부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러나 완성도가 높고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의심이 가는 게임을 무조건 옹호하는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결국 게임사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이렇게까지 같은 의혹을 보이는데도 게임사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이런 의혹을 확장시키는 것은 물론이며 자신들의 기획력에도 미심쩍은 부분을 남기게 될 것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