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전 패배 후‘나머지 공부’를 위해 실내연습장에 들어서는 넥센 타자들.“오리 꽥꽥”이라 소리를 지르며 추가 훈련의 아쉬움을 자조적으로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시진감독 훈련면제 인센티브… 경기에 진 백팀 오리 구령 꽥꽥
동기부여가 확실할 때 훈련의 성과는 극대화된다. 15일(한국시간) 넥센의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자체청백전. 김시진 감독은 경기 전, 승리팀에게 파격(?)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현금’보다 더 좋다는‘야간훈련 면제’였다. 스프링캠프 한 달을 넘기면서 선수들의 피로는 극에 달해 있다. 현지시간으로 밸런타인데이인 14일. 휴일을 하루 앞두고 저녁시간마저 자유롭게 보낸다면, 초콜릿 한 박스보다 더 달콤한 선물이 될 수 있었다. 경기 초반부터 양팀 덕아웃의 분위기는 실전을 방불케 했다. 공 하나하나에 박수와 탄성이 이어졌다.
결국 경기는 청팀의 승리. 백팀은 애처롭게 김시진 감독을 바라봤지만, 김 감독은 “약속은 약속”이라는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훈련장에서 바비큐로 저녁식사를 해결한 선수단은 다시 한 번 두 팀으로 나뉘었다. 청팀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일찍 버스에 오른 반면, 백팀은 투타로 갈려 나머지 공부를 시작했다.
공이 든 박스를 맞잡고 실내연습장으로 향하는 백팀 타자들은 마치 벌을 서는 것처럼 “오리, 꽥꽥”구령을 넣어 폭소를 자아냈다. 가장 억울한 선수들은 출전명단에도 없었는데 백팀으로 분류돼 본의 아니게 보충수업을 받은 일부 투수들이었다.
한쪽에서는 “역시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말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막상 훈련이 시작되자, 선수들의 표정은 다시금 진지해졌다.
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글·사진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