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최향남이 이대진에게 묻다

입력 2011-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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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노장’이라고 하지만 열정만은 젊은 선수들만큼, 아니 젊은 선수들보다 훨씬 더 뜨거운 두 사람. 롯데 최향남과 KIA 이대진(사진)이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주고받았다.스포츠동아DB

Q1해태 입단초 팀분위기 빡빡해 힘들었는데, 넌 어땠어?
A1 그때 고생한 덕에 아직도 뛰고 있죠

Q2 회춘모드라던데 무등산 산삼 먹었니?
A2 몇년 안남은 현역 모든 열정 쏟고싶어

Q3 야구외 영어·노래도 잘하던데 비결은?
A3 초등때팝송 많이 듣다보니 둘다 늘어
-생각해보니 우리 통화한지도 제법 오래 됐네. 얼마 전 ‘이대진 이종범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는 기사가 나왔던데…, 옛 동지인 (이)종범이 형하고 너하고 둘 다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내가 기분이 좋더라. 광주에서 무등산 산삼을 먹었나. 나도 좋은 기사 나도록 좀 해 볼란다. 하하.

“제가 전화도 못 드렸네요. 무등산 산삼이요? 하하하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꾸준히 몸이 좋아요. 지난해와 비교해도 지금 페이스가 훨씬 좋습니다. 시즌 내내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게 착실히 준비할 계획입니다.”


-네 결혼식에 갔던 게 바로 며칠 전 같은데 벌써 오래됐네. 가정생활은 어때? 제수씨 잘 계시지? 애들은 잘 크고? 아이들 많이 보고 싶겠다.

“큰 아이가 다섯 살, 작은 아이가 세 살이에요. 캠프 내내 항상 눈에 밟히죠. 집사람이 혼자 아이들 키우느라 맘고생이 많아요. 항상 고맙죠. 야구를 열심히 해서 가족들에게 기쁨을 주고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수술도 여러 번 했는데 어깨 상태는 어때? 노하우가 생긴 것인지, 힘이 드는 데에도 야구를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투수는 수술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수술 받은 것에 대해 후회는 해 본적이 없어? 광범위하게 얘기해다오.

“수술을 3번 했어요. 마지막 수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후회를 많이 해요. 지금처럼 재활이 발달됐었다면 수술을 선택하지 않았겠죠.

형도 수술 경험이 있으셔서 알겠지만 100%를 되찾기는 어렵죠. 저도 100%로 돌아왔다면 예전 같은 공을 던졌겠죠(웃음). 계속 자신만의 노하우로 체크해가며 공을 던지는 것 같아요. 최근에도 어깨보강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진짜 한번 묻고 싶었던 게 있다. 우리 함께 뛰던 1990년대 초반 해태 분위기는 사실 쉽지 않았잖아. 팀 분위기도 그렇고 감독님도 코치님도 그렇고. 프로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너무 타이트한 생활에 난 힘들었어. 나만 그런 것인지, 궁금해. 넌 야구 잘 했던 선수니까 어떤 기억을 갖고 있는지 듣고 싶다. 난 어린 마음에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

“하하하. 저도 저 나름대로 많이 힘들었어요. 전 신인 때부터 1군에서 뛰었지만 항상 대학에 동경이 있었어요. 그 때는 프로보다는 대학에 많이 갔잖아요. 막상 대학을 포기하고 프로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굉장히 타이트했죠.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지금도 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이 힘들었지만 옛 어른들 말씀처럼 그 때 고생이 나중에는 다 약이 됐고, 힘겨웠던 재활기간, 그리고 제 인생 전체에 큰 도움이 됐어요.”


-이런 질문해도 되나 모르겠다, 하하. 넌 노래도 잘 하고 영어도 잘 하는데, 부럽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어. 10년 전에도 넌 용병들하고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것 같더라고. 난 2년 반 미국에 있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데 말이야. 어떻게 공부한거야? 그리고 노래는 타고 난 것인지 연습한 것인지도 말해다오.

“학교 다닐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어요. 운동부라서 오전에만 수업을 들었는데, 우리 반 영어 수업이 오후에 있으면 선생님께 부탁드려 다른 반에서 영어수업을 들었어요. 다른 나라 말을 조금씩 익히고 뜻이 통할 때 느껴지는 뿌듯함이 참 컸죠.

지금도 틈틈이 공부하고 있어요. 아직 완벽치 않아서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노래요? 하하하 부모님들이 모두 노래를 잘 하세요. 저도 그 영향을 받았어요. 초등학교 때 마이클 잭슨 노래 등 팝송을 많이 들었는데 가사 내용이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보게 되고, 영어도 익히고 노래도 배우고 도움이 많이 됐어요.”


-네가 종범이형 다음으로 팀에서 고참이지? 이제 길어봐야 현역 생활은 5년 안팎일 텐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어? 야구 인생은 어떻게 끝내고 싶은지 궁금하다.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것은 모든 선수들의 바람이겠죠. 앞으로 몇 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모두 쏟아붓고 싶어요.

‘나이가 있다. 구위도 떨어졌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는 여러 말이 있는 것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 만큼 야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향남이 형은 여전히 20대 못지않은 체력을 갖고 있잖아요. 오래오래 야구 하세요.”

■ 애피타이저

고졸신인이 많지 않았던 1990년대 초, 고교 졸업 후 곧장 프로에 뛰어든 최향남(40·롯데)과 이대진(37·KIA)은 해태에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1997년 최향남이 LG로 떠난 후 이대진은 해태의 에이스로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후엔 세 차례나 수술을 받으며 끝없는 고통의 시간. LG에서 10승 투수가 된 최향남 역시 편안한 길을 마다하고 계속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어느덧 노장이 된 두 사람은 도전과 투혼의 상징이 됐다. 멀리서 서로를 응원하던 두 사람은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나눴다. 한편 이대진은 다음 릴레이인터뷰 상대로 10년 후배인 SK 전병두(SK·27)를 지목했다.


● 최향남이 이대진에게


대진아, 향남이 형이야. 참 오랜만이다. 어릴 때 해태에서 함께 뛰고 뒹굴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네. 어렸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넌 비록 내 후배지만 나에게 참 부러운 존재다.

야구도 잘 했고, 노래도 영어도 잘 하고 말이야. 하하. 나도 수술과 재활을 거쳤지만, 너는 나보다 더 그런 경험이 많잖아. 그런 어려움을 겪고 지금까지 꿋꿋하게 현역 생활을 하는 네 모습을 보니 내가 뿌듯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나도 나름대로 수술 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지만 아직 뚜렷하게 정립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거든.

그러고 보니, 우리 함께 밥 먹은 게 벌써 오래됐네. 3년 전엔가 나 롯데 있을 때 부산에서 먹은 뒤론 기억이 없어. 그래도 지금까지 우리 둘이 모두 야구하니까 그런 시간도 찾아오고, 좋더라. 올해는 더 맛있는데 가서 밥 먹고 많은 얘기 나누자.


● 이대진이 최향남에게

향남이 형, 오랜만이에요. 말씀 듣고 나니 예전 생각 많이 나네요. 해태시절 형이랑 저 함께 열심히 운동했었죠. 형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술, 담배를 철저히 멀리하면서 지금도 젊은 선수들 이상 체력을 유지하고 있잖아요.

또한 자기관리를 통한 자신감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 같은 것을 느꼈어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형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꼭 올랐으면 하고 응원했어요. 자신의 목표에 끝없이 도전하는 형을 보며 참 부럽다, 대단하다 그런 생각했어요.

이제 한국에 돌아왔으니 오래오래 형의 야구를 보여주세요.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향남이 형이 최고인 것 같아요. 형의 모습을 보며 젊은 선수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오셨으니 광주에 원정 오시거나 제가 부산에 갈 때 꼭 밥 함께 드시죠. 올해 꼭 좋은 성적 올리세요.

● KIA 이대진은?

▲ 생년월일=1974년6월9일
▲ 학교=서림초∼진흥중∼진흥고∼(한국사이버대)
▲ 키·몸무게=180cm·82kg(우투우타)
▲ 프로 데뷔=1993년 해태 고졸신인∼2001 KIA
▲ 통산성적=280경기 100승73패 22세이브, 방어율 3.55
▲ 2011년 연봉=8300만원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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