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지성 형 7번 내가 받다니…”

입력 2011-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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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은 영리한 플레이와 남 다른 센스로 ‘제2의 박지성’이라 불린다. 25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경기를 해 합격점을 받았다. 스포츠동아DB

김보경은 영리한 플레이와 남 다른 센스로 ‘제2의 박지성’이라 불린다. 25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경기를 해 합격점을 받았다. 스포츠동아DB

‘박지성 후계자’ 이유있는 진화
“늘 동료들에 믿음 주는 플레이
박지성 형의 모든 것 닮고싶어
플레이스타일·성격까지 붕어빵”

“온두라스전 호평? 내 플레이 했죠
장거리 슛·몸싸움 등 아직은 숙제
영리하다고? 머리 좋은건 아닌데”

김보경(22·세레소 오사카)은 이름보다 ‘제2의 박지성’으로 더 자주 불린다.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최근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며 자신의 후계자로 직접 김보경을 지목했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현 인천 감독) 등 지도철학이 모두 다른 지도자들이 한결 같이 칭찬하는 선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축구를 할 줄 아는 영리함을 지녔다”고 평한다.

김보경은 25일 온두라스와 평가전에 선발로 나서 후반 11분 교체될 때까지 왼쪽 측면에서 맹활약했다.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생긴 우려를 깔끔하게 털어버렸다. 남아공월드컵 직전 같은 방을 썼던 우상 박지성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뒤 좋은 플레이를 해 의미가 남달랐다.

A매치를 마친 뒤 곧바로 일본으로 돌아가 곧 재개될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보경과 29일 국제전화 인터뷰를 했다. 전화기 너머는 시끌시끌했다. 이날 오사카에서 벌어지는 일본대표팀과 J리그 선발팀의 자선경기를 보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25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 이후 평가가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썩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그냥 무난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많이 칭찬해주셔서 기쁠 따름이다.”


-대표팀에서 등번호 7번을 받아들 때 느낌이 어땠나.

“팬들이 트위터에 남긴 글을 통해 내가 대표팀에서 7번을 달게 됐다는 걸 알았다. 지성 형 번호를 물려받았다는 것만으로 영광이었다. 사실 부담도 컸지만 크게 신경 쓰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경기에 나섰다.”


-플레이스타일 이외에 말투나 성격 등도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하. 나도 몰랐는데 언론에서 그러시는 것 같더라. 글쎄. 개인적으로는 지성 형의 모든 것을 닮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비슷해져 가는지도 모르겠다.”


-박지성과는 평소에 연락을 주고받나.

“마음은 있는 데 솔직히 그러지는 못하고 있다. 트위터 등을 통해서는 구자철, 조영철, 김영권 등 또래들과 많이 연락을 한다.”


-어린 나이지만 대표팀 경험이 많은 편이다. 배운 것도 많을 것 같다.

“무게감과 신뢰감이라는 단어로 요약하고 싶다. 지성 형이나 주영 형은 확실히 그라운드 안에서 동료들에게 믿음 가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나도 그런 점을 꼭 갖고 싶다.”

주제를 바꿨다.

김보경은 약관의 나이에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조광래호 출범 이후 아시안 컵에서는 주전에서 밀리며 쓴 맛을 봤다. 처지가 바뀌었다.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에 탈락했던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과 K리그에서 뛰는 후배 지동원(20·전남)의 종횡무진 활약상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아시안 컵 때 좌절감이 컸을 것 같다.

“단 한 경기도 못 뛰었다.(웃음) 대표팀에 오면 늘 경쟁의식이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내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아 이번 온두라스와 평가전 때는 경쟁자들은 신경 쓰지 말고 내 플레이만 하겠다는 마음으로 했다.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더 잘 됐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J리그에서 2년째를 맞는데.

“1부와 2부 리그는 확실히 다르다.(김보경은 작년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한 뒤 2부 리그 오이타로 임대돼 28경기에서 8골을 넣었다. 올 시즌 다시 원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1부 리그의 높은 수준이 앞으로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빨리 리그가 시작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영리하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기 중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것뿐인데 자꾸 영리하다고 하셔서…. (지능지수가 높은 것 아니냐고 묻자 웃으며) 잘 모르겠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스스로 보완해야 할 점은.

“아직 슛이나 장거리 킥 등이 조금 부족하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신장과 힘이 좋은 외국 선수들과 붙으면 몸싸움에서 밀려 내 장점을 발휘하기 힘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고 3∼4kg 정도 근육이 붙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할 생각이다.”


-올 시즌 목표는.

“일단 팀 우승이다. 개인적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김종원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보경 누구?

▲ 생년월일 : 1989년 10월 6일 ▲ 신장/체중 : 178cm/73kg ▲ 포지션 : 미드필더 ▲ 현 소속 팀 : 세레소 오사카 ▲ 학력 : 서울 오류초→용인 원삼중→신갈고→홍익대 ▲ A매치 데뷔 : 2010. 1. 9 vs 잠비아(친선경기) ▲ A매치 출전 : 9경기 0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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