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 스포츠] 30세 프로야구, 팬들을 잊지 말자

입력 2011-03-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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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역사적인 30번째 시즌이 드디어 이번 주말 열린다. 겨우내 야구에 굶주린 팬들은 시범경기만으론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 야구팬들에게 봄은 일 년의 시작이다. 각자가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1년 정신건강을 좌우할 수 있기에 개막전은 ‘간보기’로 안성맞춤이다. 지난 겨울 각 팀이 흘린 땀방울이 실전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오키나와에서 본 일부 팀들에게서는 비장감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승부의 세계에서는 승자와 패자로 나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프로야구는 봄에 승부를 거는 경향이 강하다. 봄에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초임감독도 2명이나 되며, 단장 또는 사장이 교체된 구단도 적지 않다. 초반부터 과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프로팀이 승부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팬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1990년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프로야구가 침체기에 있을 때도 승부는 치열했다. 경기가 치열하면 할수록 팬들은 떠나가는 경향마저 보이던 때가 있었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야구가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해도 ‘뻔한 야구’를 보기 위해 팬들이 돈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입장료도 인상되었고, 평일에 먹고 살기도 힘든데 굳이 야구장을 찾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치열한 승부 그 이상을 야구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2011년 시즌에 걱정되는 현상 중의 하나는 구단들이 마케팅을 핑계로 ‘클리닝 타임’을 재도입했다는 것이다. 5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경기시간이 5분 이상 늘어나는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메이저리그가 왜 3시간 안에 경기를 끝내기 위해 ‘목숨을 거는지’생각해 봐야한다. 2010년 시즌의 경기시간을 넘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프로야구가 다른 종목과 차별되는 것은 게임수에 있다. 팀당 133게임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야구마니아 확보만으론 관중석을 채울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프로야구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야구문외한이 보아도 재미있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야구키드들은 이제 중년이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경기장에 갈 준비가 되어 있다. 숨막히는 승부도 중요하지만 야구장이 아이들에게 ‘꿈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판타지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1982년 처음 프로야구가 내건 슬로건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었다.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한 이 슬로건이 실제로 구현되어야 미래가 담보된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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