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가 한창인 프로농구 코트 밖에서는 감독들의 에어컨리그 열기가 뜨거웠다. 10명의 사령탑 중 4명이 바뀌었다
당초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감독이 2명이었기에 소폭의 변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계약이 1년 남았던 삼성 안준호(55), SK 신선우 감독(55)이 성적 부진으로 중도하차하면서 물갈이가 심해졌다.
LG로 옮긴 김진 감독(50)이 유일한 50대 사령탑일 만큼 지도자 세대교체 바람은 거셌다. 1970년대 학번인 안, 신 감독과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51)은 일제히 코트를 떠났다. 고참 감독을 대신해 SK는 ‘람보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문경은 2군 코치(40)에게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맡겼다. 삼성은 중앙대를 이끌던 김상준 감독(43)이 프로 입성에 성공했다.
‘사오정(45세 정년)’이란 말이 나올 만큼 감독들이 젊어지고 있다. 그 배경은 뭘까. 한 구단 단장은 “어린 선수들과 소통이 잘되고 의욕적으로 팀워크를 끌어올릴 것 같다”고 기대했다. 프런트 입장에서 볼 때 선수단에 이런저런 훈수와 입김을 넣으려면 아무래도 연상의 감독은 껄끄럽다.
젊은 감독은 변화와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많고 구세대라는 이유만으로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현실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명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타고난 자질과 부단한 노력으로 스타가 탄생하듯 뛰어난 감독도 마찬가지다. 최근 8시즌 동안 감독상을 나눠가지며 최고 주가를 올린 모비스 유재학, KT 전창진 감독도 그랬다. 이들은 일찍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았기에 어린 나이에 감독에 올랐어도 시행착오를 줄였다. 유 감독은 “연세대 코치 때 배운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삼성 주무, 프런트 직원 등을 거치며 폭넓은 수업을 쌓았다. 무작정 감독을 조기에 발탁하기보다는 체계적인 지도자수업이 절실해 보이는 이유다.
뭐든 조화를 이뤄야 발전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코트에 쏟아 부은 선배들의 열정이 무시돼서는 곤란하다. 머리가 희끗하도록 코트를 지키는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