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KBL센터에서 개최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KCC의 하승진(왼쪽부터)과 허재 감독이 동부 강동희 감독,
김주성과 우승 트로피를 만지며 미소를 짓고 있다.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프로농구 챔프전 미디어데이
“선후배 사이 잊고 경기만 집중”
허재-강동희 선의의 대결 다짐
KCC 하승진-동부 김주성 키맨
두 남자 중 하나는 울어야 되는 상황이건만 날카로움은 없었다. 13일 서울 신사동 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는 요약하면 ‘호형호제의 화기애애한 재회’였다. “선후배 사이 잊고 경기만 집중”
허재-강동희 선의의 대결 다짐
KCC 하승진-동부 김주성 키맨
KCC 허재 감독의 중앙대 후배인 동부 강동희 감독은 “허 감독”이 아니라 “허재 형”, “선배”라는 호칭을 썼다. 허 감독 역시 공식인터뷰 직전 자리를 잡으며 “너”라고 강 감독을 불렀다. 허 감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후배”라고 강 감독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게 막역한 두 감독이지만 챔피언결정전 기간에는 “인연을 끊기로” 합의했다. 두 감독은 정규시즌 맞대결을 앞두곤 곧잘 식사를 함께 하며 회포를 풀었으나 챔피언결정전은 예외로 삼기로 했다. 후배인 강 감독이 “경기에 집중하자”고 먼저 제안했고, 이에 허 감독도 흔쾌히 받았다.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고 객관적 전력에서 우세로 평가받는 KCC 허 감독은 센터 하승진의 출장시간을 최대 변수로 꼽았다. 하승진이 40분을 다 뛰면 높이의 우세를 확보할 수 있으나 교체될 때의 공수 매치업을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동부의 주특기인 매치업존(3-2 지역방어를 축으로 빈 공간에 덫을 놓는 변형수비전술)을 어떻게 뚫을지도 변수로 꼽았다.
반면 동부 강 감독은 얇은 벤치 멤버를 우려했다. KCC의 파괴력 넘치는 공격력을 75∼80점 이하로 묶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고 봤다. 80점을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공격력에서 떨어지는 동부는 거의 유일하게 키에서 매치업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윤호영에게 거는 기대치가 높다.
재미있는 것은 양팀 공히 시리즈 성패를 가를 요소로 센터 하승진과 김주성의 체력을 꼽았다. 양쪽 다 둘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전법을 찾아내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강 감독은 “이제 마지막까지 왔다”라는 말로 김주성의 풀타임 출전을 예고했다.
당사자인 하승진과 김주성은 시리즈를 7차전까지로 예상했다. 김주성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하승진을 어떻게 막을지를 고민하는 인상이 뚜렷했다.
이제까지 허 감독은 현역 시절 강 감독과의 대결에서 져본 적이 없다. 감독으로서 정규시즌 성적(5승1패)도 우세했다. 그러나 강 감독은 “더 나이 먹기 전에 붙어서 좋다”고 절치부심의 심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왕년에 농구계를 평정했던 절친 선후배의 외나무 다리 혈투는 16일 KCC의 홈구장 전주에서 막이 오른다.
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