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슨스댄스컴퍼니의 홍보문구를 보면 ‘6분에 관객을 기절시키는 작품’이란 게 보인다. 실은 이 문구는 컴퍼니 측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공연을 본 뒤 시애틀타임즈가 보도한 리뷰 중의 한 부분이다.
정확한 내용은 이렇다.
“데이비드 파슨스의 ‘코트(Caught)’는 겨우 6분에 지나지 않는 공연이지만 관객을 ‘기절’시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사실 나를 파슨스댄스컴퍼니의 공연장(LG아트센터)으로 이끈 것은 이 짧은 문구였다.
현대무용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딱히 애호하는 편도 아니기에, “도대체 사람을 기절시킬 정도의 공연이란 말인가”하는 호기심의 발동은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하게 만든 상당한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말해, ‘코트’는 엄청난 작품이었다.
어두운 무대에 한 줄기 조명이 들어오고, 조명 안에는 한 건장한 남자가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낸 채 서 있다. 이윽고 기괴하기까지 한 단선율의 기계음이 흘러나오자 남자는 서서히,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전반부는 내내 이렇다.
솔직히 보는 동안 “속았다”란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시애틀타임즈의 기자가 관객이 졸고 있는 것을 ‘기절한 상태’로 오인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진짜가 시작됐다.
번쩍 번쩍 하며 나이트클럽 조명(정식으로는 스트로보 라이트라고 한다)이 들어오면서 남자의 움직임이 거친 질감으로 툭툭 끊어져 보였다.
조명의 빠른 깜빡임이 음악과 어우러지며 긴박감을 조성하고, 남자는 드디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연속 점프를 감행했다.
만화영화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초창기 활동사진기를 기억하시는지.
일정하게 조명을 비춘 상태에서 연속 촬영된 사진이나 만화를 빠르게 돌리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기구인데 아마도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이다.
이것과 원리는 다소 다르지만, ‘코트’는 마치 활동사진기를 보는 듯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안무가는 시종 무대를 뛰어 다니며 다양한 포즈를 취한 채 점프를 하고, 점프를 할 때마다 절묘하게 조명이 들어온다.
이 효과는 실로 놀라워서, 마치 사람이 허공을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렇다! 진짜 사람이 날고 있었다!!
‘코트’의 인상이 워낙 강렬해서였는지 이날 공연의 메인인 ‘리멤버 미’는 오히려 밋밋하게 보일 정도였다. 60여 분간 공연된 ‘리멤버 미’는 오페라의 유명 아리아들을 록 버전으로 편곡한 뒤, 세 남녀의 삼각관계 스토리를 현대무용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단원들의 파워풀하면서도 선이 굵은 춤도 환상적이었지만, 중요한 부분마다 무대에 등장해(무대 뒤가 아니다) 노래를 부른 두 명의 남녀 보컬리스트는 정말 대단했다.
타일리 로스의 음색은 아저씨풍의 외모와 달리 그야말로 ‘꽃미성’의 절정을 들려주었고, 앤마리 밀라조의 목소리는 북구의 숲을 떠올리게 만드는 고고한 기품이 감돌았다.
눈을 감아도 단원들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경험은 신비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7년 만에 내한한 파슨스댄스컴퍼니.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다시 또 7년’이란 말은 너무 잔인해 듣고 싶지 않다.
사진제공|뉴벤처엔터테인먼트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