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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홍순상은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 출신이다. 늠름함까지 갖췄으니 어느 것 하나 빠질게 없다. 그런 그가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흠 잡을 데 없는 인간성까지 선보였다. 6일 2라운드 경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습 그린에서 몸을 풀고 경기에 나간 홍순상은 1번홀 페어웨이에서 깜짝 놀랐다. 골프백 안에 정체불명의 퍼터가 하나 더 들어 있던 것.
즉시 클럽이 15개라는 사실을 경기위원에 알렸고, 현장에서 2벌타를 받았다. 선수는 경기에 나설 때 최대 14개의 클럽까지 들고 나갈 수 있고, 그 이상 초과했을 때 홀 당 2벌타, 최대 4벌타까지 받게 된다.
나중에 알아보니 연습 그린에서 옆에 있던 태국 선수의 캐디가 실수로 퍼터를 홍순상의 백 안에 넣었다. 홍순상으로선 억울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는 딱 2타 차이로 컷 탈락했다.
화가 날 법한 상황이지만 홍순상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벌타를 만회하려는 듯 경기에 집중했고, 끝날 때까지 한번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간혹 억울한 룰 판정 때문에 경기위원과 말다툼을 하거나 억울함을 참지 못하다 경기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선수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본 골프팬은 “억울하기도 할 텐데 더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성격이 좋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