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무기를 탓하지 않는다고? 근데 우리는 고수가 아니잖아. 우린 안될거야 아마.”
최근 가수 임재범이 한 TV 방송에서 착용한 헤드폰이 화제다. 일반 가수들이 사용하는 수십 만원 대의 고가 제품이 아닌 2~3만원 대의 보급형 제품, 그것도 오래 사용해 솜이 떨어져 나간 낡은 헤드폰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고수는 무기를 탓하지 않는다”, “역시 황제는 다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물론 임재범이나 되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 범인(凡人)이라면, 비용에 연연하지 않고 가장 좋은 헤드폰을 써야 한다. 저급 제품으로는 작곡/편곡 업무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문가용 제품 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다.
우리들이 매일 사용하는 PC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십여 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초저가 PC도 있는 반면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전문가용 PC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를 흔히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이라고 부른다. 주로 콘텐츠 개발이나 컴퓨터 2D/3D 그래픽 작업을 하는 사용자들이 이 시장의 주 소비자층이다. 하지만 모두가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고급 워크스테이션을 구매할 만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이동이 잦은 사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일반 PC 혹은 노트북으로 작업한다. 물론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건 감수해야 한다.
모든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PC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HP가 이를 놓칠 리 없다. 한국HP는 자사의 워크스테이션 신제품 ‘z210’, ‘8460w’, ‘8560w’, ‘8760w’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중 z210은 일반 PC의 가격과 비슷한 보급형 워크스테이션이고, 8460w, 8560w, 8760w는 휴대성을 강조한 노트북형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다. 이로써 HP는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도 가격, 성능, 휴대성을 다양화함으로써 소비자 맞춤 라인업을 구성하게 됐다.
신제품이 기존 제품과 어떤 차별성을 띠고 있는지, 향후 어떤 방식의 마케팅을 전개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HP APJ(아시아태평양 및 일본지역) 워크스테이션 사업부 매니저 스테판 쿠(Stephen Khoo), HP 월드와이드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마케팅 매니저 크리스 컨버티토(Chris Convertito) 외 HP 관련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저비용 고성능, 보급형 워크스테이션 z210
z210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z210은 경제적인 가격을 강조한 워크스테이션이다. 1년 단위로 출시되는 z200 시리즈의 2번째 제품으로, 일반 PC와 비교했을 때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면서도 성능과 안정성은 훨씬 더 좋은 제품이다. 최근 캐드(CAD) 시장을 살펴보면 최상위급 워크스테이션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어 가격대비 성능을 높여 차별화를 시도했다. z210을 사용하다가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하면 그 때 업그레이드를 하면 된다.
형태는 컨버터블 미니타워(일반적인 형태의 데스크탑 PC, 이하 CMT), 스몰 폼팩터(부피를 최소화한 슬림형 PC, 이하 SFF) 두 가지의 형태로 출시된다. CMT는 방송, 엔터테인먼트 등 범용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효율적이고, SFF는 의료 산업과 같이 공간이 협소한 분야에서 효율적이다. 특히 SFF형태는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HP 제품이 유일하다.
다른 나라에서 z210의 반응은 어땠나?
CMT와 SFF 사이에 시차가 있었다. CMT는 반응이 바로 왔는데, SFF는 초반에 호응이 없었다. 아마 크기가 더 작아져서 성능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꾸준히 홍보를 한 결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처럼 부동산이 비싸서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곳에서는 좋아할 수 밖에 없다. SFF의 부피를 축소했다고 해서 성능까지 줄였다는 생각은 버려달라.
z210의 사용자층은 누구인가?
z210은 2D 작업과 저사양 3D 작업 수행에 초점을 맞췄다. 2D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최상위급 워크스테이션을 구입하지 않는다. 대신 일반 데스크탑 PC를 쓰곤 하는데, 하드웨어 성능이 소프트웨어를 따라가지 못하니 불만을 쏟아내는 일이 많았다. 이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z210을 공급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주요 타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데스크탑 PC 사용자 중 성능은 우수하면서도 안정성과 A/S는 오래 보장해주는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상당히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 데스크탑 PC를 보완하는 쪽으로 홍보를 진행하려고 한다.
밖에서도 작업할 일 많다, 노트북형 워크스테이션 3종
그렇다면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8460w는 14인치, 8560w는 15.6인치, 8760w는 17.3인치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다. 세 제품 모두 성능, 휴대성, 디자인을 모두 갖춰 이동 중에도 전문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특히 8760w는 인텔 2세대 코어 i5 및 i7 프로세서, AMD 파이어프로(FirePro) M5950 그래픽카드, 최대 32GB의 메모리를 지원한다. 또한 AMD 아이피니티 기술로 최대 5개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으며 저소음, 내구성, 안전성에도 만전을 기했다.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워크스테이션과 교차하는 부분이 있다. 사무실에 데스크탑 형태의 워크스테이션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출장이나 외근 등 외부에서 작업을 확인해야 할 때가 있다. 이 때 적합한 그래픽을 지원하는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15.6인치와 17.3인치 제품은 콘텐츠를 만드는 쪽에 최적화됐고, 14인치는 이 콘텐츠를 공유하는 쪽에 더 알맞다. 따라서 14인치 제품은 방송국과 같이 안전성이 뛰어난 분야에서 수요가 있다고 본다. HP의 주력 제품군은 15.6인치지만, 앞으로 14인치 제품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데스크탑 워크스테이션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뒤떨어지지는 않는가?
물론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의 특성상, 전문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최대 17인치의 화면이 작게 느껴질 것이다. 이럴 때는 더 큰 모니터와 연결하면 된다. 본인의 경우 30인치 모니터를 연결해 사용하는데, 화질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 아까 말한 대로, AMD 아이피니티 기술을 이용하면 모니터를 최대 5대까지 연결해서 하나의 대형 모니터 혹은 5개의 개별 모니터로 사용할 수 있다.
데스크탑 워크스테이션과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에는 데스크탑 워크스테이션의 모든 성능을 다 집어넣을 수는 없고 일정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누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은 휴대성이 뛰어나고, 데스크탑 워크스테이션은 업그레이드가 용이하다. 사용자 선택의 폭을 넓힌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지금까지 제대로 해 왔다, 해온 대로 계속 할 것”
국내 마케팅은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국내 워크스테이션 시장에 있어서 데스크탑과 모바일의 마케팅 방향은 다르다. 데스크탑 워크스테이션은 80% 이상이 기업에 직접 판매되며, 나머지 20% 정도가 일반 판매점에서 소화된다. 이와 반대로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의 70~80%는 일반 판매점을 통해 판매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판매 구조에서 기업에 직접 판매하는 비율을 더 늘릴 예정이다. 기존 데스크탑 워크스테이션이 성공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형식을 취할 것이다.
전세계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HP는 맞춤형 디자인과 다양한 선택의 폭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왔다. 그 결과, 소비자는 HP를 택했다. 전 세계 워크스테이션 시장상황을 살펴 보면, 2010년 4월 기준 HP가 45%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의 심판이 내려졌고, HP가 제대로 해왔다는 게 밝혀졌다. 앞으로도 같은 전략을 취할 것이며, 굳이 노선을 변경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 책임감은 가지고 있다. 신규 수요를 창출해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확장시킬 것이다.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해본 적이 없는 일반 사용자들에게 워크스테이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많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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