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새로운 프로세서인 2세대 코어 i3, i5, i7 시리즈(코드명:샌디브릿지)가 출시된 지도 벌써 4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발매 초기 메인보드의 SATA2 포트(하드디스크/ODD를 연결하는 단자)에 작은 결함이 발견되면서 판매량이 잠시 주춤했지만, 결함이 수정된 새 메인보드(B3 버전)가 공급됨으로써 현재는 다시 순조로운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프로세서 판매량 중 23.09%, 다나와 통계 4월 18일 기준).
이전 세대 프로세서(코드명: 린필드, 블룸필드)에 비해 저발열, 저전력을 유지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2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AVX(Advanced Vector Extensions)라는 차세대 명령어 세트와 개선된 터보 부스트 모드 등을 가미하여, '인텔은 UFO를 한 대 주워서 외계인의 기술을 토대로 프로세서를 개발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로 프로세서 기술력에서 급진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예전과 다르게 프로세서 이름에 통일성을 부여함으로써 누구라도 쉽게 제품 규격을 이해, 기억할 수 있게 한 점도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2세대 코어 시리즈 이름에 대한 정보는 http://it.donga.com/openstudy/5291/를 참고한다). 이번 2세대 프로세서에는 강제로 기본 성능을 향상시키는 오버클러킹이 가능한 'K' 모델도 포함되어 있어 PC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돈 들이지 않고 성능 향상 - CPU 오버클러킹
CPU 오버클러킹(over-clocking)은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CPU의 기본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이지만, 그만큼 CPU의 발열이 증가하고 CPU 수명이 짧아질 수 있거나 전반적으로 PC가 불안정 해 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비단 CPU뿐만 아니라 주변기기인 메인보드, 메모리 등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C 마니아들은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왜 오버클러킹을 하는 것일까?
PC 마니아들은 대개 고가의 부품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늘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컴퓨터를 사용히려고 한다. 그런 PC 마니아들에게 CPU의 기본 성능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오버클러킹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이들뿐 아니라 가격대성능비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도 오버클러킹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 20만 원짜리 CPU를 오버클러킹하여 40만 원이 넘는 CPU의 성능을 내게 만들고, 그 차액으로 다른 부품 등에 투자하여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오버클러킹은 일부 PC 마니아들이 튜닝 편법을 통해 적용했지만, 2세대 코어 i5, i7 시리즈 프로세서 K 모델이 발매됨으로써 오버클러킹이 공식적으로 인정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약간의 조작만으로 CPU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데 마다할 사용자가 어디 있겠는가? 인텔 입장에서는 K 모델 출시가 쉽지 않은 결단이었으리라 판단된다.
하지만 오버클러킹은 양날의 칼과 같다.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CPU 고장, 메인보드 이상 등) 정상적인 기술 지원을 받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오버클럭킹은 순전히 사용자의 선택이고 결정이기 때문에 인텔은 이를 지원할 의무가 없음은 당연하다. 그래도 오버클러킹이 무엇이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건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현재 사용 중인 프로세서가 '코어 i7 2600K'라면 더더욱 그렇다.
CPU의 성능 지표, '클럭'의 계산법
컴퓨터 초보자라면 조금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니 차근차근 이해하며 읽기를 바란다.
컴퓨터 판매 광고에는 '3GHz의 속도' 같은 문구가 반드시 들어 있다. 여기서 3GHz(기가헤르츠)란 CPU의 동작 클럭(Clock)을 뜻하며, CPU의 기본 성능을 수치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러한 CPU 클럭은 일반적으로 시스템 버스(system bus) x 배수(multiplier)로 계산한다. 여기서 시스템 버스란 CPU가 다른 부품과 데이터를 주고 받는 전송폭을 의미하며, 배수는 CPU의 등급에 따라 메인보드에서 정해진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인텔 2세대 코어 i7 2600K의 기본 동작 클럭인 3.4GHz를 산식으로 풀이해보자.
100MHz(시스템 버스) x 34(배수) = 3400MHz(3.4GHz)
즉 인텔 2세대 코어 i7 2600k CPU는 100MHz의 시스템 버스와 34의 배수로 산출된 3.4GHz 클럭으로 동작하게 된다. 오버클러킹이란 이 시스템 버스와 배수를 조정해서 CPU의 동작 클럭을 높이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당연하겠지만, CPU 동작 클럭이 높을수록 전반적인 성능도 높아진다.
오버클러킹의 기본 개념 쌓기
이쯤 되면 벌써부터 CPU를 어떻게 오버클러킹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CPU의 오버클러킹 방법을 알아보기 전에 오버클러킹의 두 가지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로는 시스템 버스를 이용한 오버클러킹이 있다.
이는 배수 조정이 불가능했던 1세대 코어 시리즈(코드명:린필드, 블룸필드) 이전 세대 CPU에서 쓰이던 오버클러킹 방법 중 하나로, 시스템 버스를 조정하여 CPU의 동작 클럭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버스는 CPU 뿐만 아니라 주변기기(메인보드, 메모리) 등과도 연동되기 때문에,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시스템 버스를 강제로 올리면 주변기기에도 무리를 주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 일반 사용자가 그 동안 오버클러킹을 가까이 하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로는 배수를 통한 오버클러킹 방법이 있다.
배수의 설정 잠금(lock)이 풀린 코어 시리즈 K 모델의 출시로, 이제는 임의대로 배수를 설정하여 CPU의 동작 클럭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시스템버스를 이용한 오버클러킹 방법보다 주변기기가 손상될 위험이 적고(배수 설정에 대한 영향은 CPU에만 국한되기 때문), 배수의 설정법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참고로 인텔은 사용자가 오버클러킹을 하지 않아도 CPU가 알아서 성능을 기본 이상으로 높이는 기술을 내놓았다. '터보 부스트 모드'라고 하는데, 인텔 1세대 코어 i5, i7 시리즈 프로세서부터 정식으로 탑재됐다. 터보 부스트 모드는 현재 작업 상황에 따라 CPU가 알아서 성능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스스로 오버클러킹하는 셈이다.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공식적 오버클러킹 - '터보 부스트 모드'
인텔 코어 i5, i7 시리즈 프로세서에서 가장 주목 받은 기술이 바로 터보 부스트 모드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터보 부스트 모드는 CPU의 4개 코어(Core, CPU의 핵심 연산장치)에 걸리는 부하에 따라 자동으로 한 개, 혹은 두 개 이상의 코어의 클럭을 높이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인텔 2세대 코어 i7 2600K 프로세서를 기본 동작 클럭인 3.4GHz로 사용한다고 하자. 터보 부스터 모드가 활성화되면(이는 시스템이 알아서 활성화한다) 하나의 코어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다면 자동으로 오버클러킹 되어 최대 3.8GHz로 상향 조정된다. 이때 나머지 3개의 코어에 공급되던 전력을 차단하고 하나의 코어에 집중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터보 부스트 모드가 없는 이전 세대 CPU는 코어가 여러 개라도 코어 하나만을 사용하는 프로그램 실행 시 단일 코어 CPU에 비해 성능 차가 거의 나지 않았다(코어의 성능은 모두 같았기 때문). 하지만 최근의 코어 샌디브릿지 프로세서는 터보 부스트 모드를 통해 나머지 코어의 성능을 하나의 코어에 집중시켜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오버클러킹 실전
지금부터는 인텔 2세대 코어 i5, i7 프로세서에서 터보 부스트 모드가 아닌 사용자가 직접 설정 가능한 오버클러킹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인텔 2세대 코어 i5, i7 프로세서는 K 모델과 'Non-K' 모델 두 가지로 출시되었으며, 배수고정이 풀린 K 모델의 CPU는 원하는 대로 오버클러킹이 가능하지만, 배수가 고정된 Non-K 모델은 제한적인 오버클러킹만이 가능하다.
1) Non-K 모델의 오버클러킹
배수는 메인보드 바이오스(BIOS) 설정 내 'CPU Ratio' 메뉴에서 설정할 수 있다(이는 메인보드마다 다를 수 있지만 비슷한 단어를 사용한다). 'Non-K' 모델 CPU에서 최대로 설정 가능한 배수는 최대 39로, 시스템 버스인 100MHz와 곱해 3.9Ghz의 속도를 갖게 된다(100MHz x 39 = 3900Mhz). 참고로, 사용자가 임의로 배수를 설정하면 터보 부스트 모드는 자동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2) K 모델의 오버클러킹
K 모델 CPU용 메인보드의 배수 설정 화면이다. Non-K 모델 메인보드에서는 39 이상 설정되지 않던 배수를 57까지 높일 수 있다. 57의 배수는 이론상 가능할 뿐, 5.7GHz의 성능을 발휘할 순 없다. 2011년 5월 초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텔 2세대 코어 i7 2600K 프로세서의 클럭은 약 6GHz로, 배수는 물론이고 시스템 버스까지 이용해서 오버클러킹한 상태였다. 6GHz으로 오버클러킹하면 엄청난 발열과 전력소모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발열을 잡기 위해 LN2(액화질소)까지 사용하는 마니아들도 있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그저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코어 시리즈 K 모델은 4.5 ~ 4.6GHz 정도로 오버하는 게 '국민 오버클러킹(배수 조절만으로 쉽게 도달할 수 있는 클럭)'으로 불릴 만큼 보편적이다. 코어 i5 1세대 760 프로세서가 3.6GHz 수준, 코어 i7 1세대 920 프로세서가 4.0GHz 수준을 국민 오버클러킹 이라고 했다면, 2세대 코어 i5, i7 프로세서는 이보다 상당히 높은 클럭으로 오버클러킹할 수 있게 됐다.
오버클러킹을 위한 전압설정
우리가 일을 하려면 삼시세끼 밥을 챙겨먹어야 하듯이, CPU도 일을 하려면 그에 맞는 전압이 필요하다. 전압 설정에 따라 CPU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 증가, 혹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기본보다 높은 클럭으로 CPU를 사용하면, 평소보다 많은 전압이 소비되는데, 이러한 전압 상승은 CPU 뿐만 아니라 메인보드, 메모리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CPU와 함께 이들 주요 부품도 기본 설정보다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어야 오버클러킹을 성공할 수 있다.
인텔 코어 i7 2세대 2600K 프로세서의 기본 전압은 1.25V(볼트)이다. 필자가 테스트 해본 바로는 코어 i7 2600K 모델을 4.5GHz로 오버클러킹하기 위해 1.30V가 필요했다. 최대 1.45V까지 무난하게 올릴 수 있었지만, 1.35V 이상은 아무래도 CPU와 주요 부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과연 오버클러킹의 효과는 어느 정도?
일반적으로 컴퓨터 성능을 테스트 하는 데 3D 게임이 주로 사용된다. 고사양 컴퓨터 사용자는 대개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3D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3D 게임이라도 많아야 두 개의 코어를 사용하므로, 오버클러킹한 코어 i7의 4개 코어 성능을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다. 아울러 3D게임 성능은 주로 그래픽카드(GPU)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이때는 멀티스레드 방식(여러 개의 코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테스트 하면 비교적 정확한 측정치를 얻을 수 있는데, 대체로 동영상 변환 프로그램이나 CPU 연산능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쓴다. 여기서는 동영상 변환 프로그램인 '다음 팟인코더'와 CPU 연산능력을 측정하는 'SuperPI(슈퍼파이)'를 사용하여 성능 벤치마크를 진행한다.
테스트는 기본 클럭인 3.4GHz에서 터보 부스트 모드를 켠 상태와 4.6GHz로 오버클러킹한 상태를 비교했다.
다음팟 인코더의 인코딩 속도 비교
약 1.1GB 용량의 동영상을 스마트폰용 고화질 동영상으로 인코딩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같은 파일을 인코딩했을 때 오버클러킹 상태가 약 1분 40여초 정도 빨랐다.
SuperPI 계산 속도 비교
슈퍼파이 1M 계산 속도는 약 2초가 감소하였다. 참고로 슈퍼파이는 파이(3.14) 값을 지정된 크기 만큼 구하는 연산 작업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CPU의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이다. 흔히 오버클러킹 후의 성능 변화를 파악할 때 사용된다.
벤치마크 결과로, 오버클러킹(4.6GHz)을 했을 시 평균 10~15% 내외로 CPU 성능이 향상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순전히 CPU의 클럭 수치를 높인 것만으로 얻은 결과지만, 10% 정도의 성능 향상은 컴퓨터로 과도한 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라면 크게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CPU 성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동영상 인코딩 프로그램이나, 전문 연산 프로그램 등을 자주 사용해야 한다면 오버클러킹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제대로 된 쿨러는 필수
오버클러킹과 발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버클러킹을 이용해서 성능을 강제로 향상시키는만큼 CPU에서도 많은 전압을 사용하게 되고 그만큼 발열도 많아 진다. CPU에서 발생하는 열을 확실하게 낮출 수 있다면 국민 오버클러킹 이상도 가능하다. 오버클러킹 테스트에 사용된 쿨러는 커세어의 H70 수냉식 쿨러(라디에이터를 통해 순환되는 물을 이용한 냉각 쿨러)로서, 일반적인 공랭식 쿨러(팬으로부터 전달되는 바람을 이용한 냉각 쿨러)보다 좀 더 효과적으로 CPU 온도를 낮출 수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2세대 코어 i5, i7 프로세서에 들어 있는 기본 쿨러로는 국민 오버클러킹 이상 설정 시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오버클러킹을 고려한다면 고급 쿨러 역시 마련해 둬야 한다.
물론 고급 쿨러를 추가 구매해야 하긴 하지만, 이는 금세 잊어버릴 정도로 오버클러킹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인텔 2세대 코어 i7 2600K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 CPU에 비해 큰 폭으로 오버클러킹됐으며, 오버된 클럭만큼 높은 성능도 보여줬다. 아울러 손쉬운 설정으로 단 30초만에 오버클러킹이 가능했다.
가격적인 메리트도 상당하다. PC용 CPU로는 최고급 사양에 속하지만, 코어 i5 2500K는 25만 원대, 코어 i7 2600K는 35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어 초기 판매가가 60만 원이 넘었던 이전 세대 최고급 CPU(코어 i7 950)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점도(2011년 5월 초 다나와 기준)도 2세대 코어 i7 K 모델을 돋보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글 / 박진우(qooz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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