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우승후보의 몰락’은 승부의 세계에선 다반사로 빚어지곤 한다. 그 경우 잇따르는 책임과 문책도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여진다. 대개는 사령탑이 총체적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또는 ‘중도해임’(경질)의 수순을 밟는다. 김경문 감독은 그 중 전자, 즉 명예로운 퇴진을 택했다.
감독의 용퇴는 흔히 그 외 모든 이에게 면책특권 또는 면죄부로 작용한다. 과거 숱한 사례가 입증한다. 그러나 감독 한 사람만을 희생양 삼은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뿌리 또는 근원을 제대로 짚지 못해 즉효약을 처방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두산 구단은 앞으로 어떤 전철을 밟게 될까. 현재로선 그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일이다.
두산은 2003시즌을 7위로 마친 뒤 김인식 감독을 사실상 ‘해고’했다. 그 방법이 졸렬했다. 내부적으로 ‘일찌감치’(시즌 전 스프링캠프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도 있다) 경질을 결정해놓고, 시즌 종료 후 버젓이 제3의 인물과 감독직 협상을 할 때까지 본인에게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재임 9년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사한 명감독의 품격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7년 8개월이 흘러 이번에는 김경문 감독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 김인식 감독 시절에도 그랬지만 김경문 감독 재임기간 중에도 타 구단에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선수는 전무하다.
용병 역시 재활용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례는 있어도 제대로 영입한 사례로는 올해 더스틴 니퍼트가 유일할 정도다. 그나마 니퍼트도 2년 전 여름 김경문 감독이 구단 고위층과 일전도 불사한 채 ‘제대로 된 용병을 데려와 달라’고 요청한 결과일지 모른다.
올시즌 초반의 부진을 놓고 김경문 감독과 구단은 5월부터 심각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이 먼저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실행에 옮기는 동안 과연 두산 구단 관계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행여 그 ‘긴’ 시간 동안 김 감독이 태도를 바꿀까봐 노심초사하진 않았기를 바란다.
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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