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이면 악마의 음료가 뚝딱,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 픽시

입력 2011-07-21 12: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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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보다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커피 애호가들이 즐겨 인용하는 탈레랑의 ‘커피예찬’이다. 씁쓸하면서도 향긋하고, 중독성이 강해 안마시면 허전한 이 검은색 액체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 중 하나다. 물론 기호에 따라 커피, 크림, 설탕의 황금비율에 계란 노른자 띄우고 참기름 두 방울 가미한 ‘다방식 모닝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독약처럼 쓰디쓴 에스프레소 더블샷의 목넘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매일 아침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커피 애호가라는 점만은 같다. 그들만의 문화에 열광하는 청소년도, 타인을 이해할 여유가 없는 직장인도, 관습과 추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노년층도 모두 커피를 마신다. 그야말로 동서고금,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장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음료가 아닐 수 없다.


질 좋은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고의 원두를 선별해 적절한 비율로 섞는 ‘블렌딩(blending)’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 원두가 최고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볶는 ‘로스팅(roasting)’ 과정이 필요하다. 한 번 로스팅한 원두는 시간이 갈수록 맛과 향이 줄어들기 때문에 마시기 직전 분쇄해야 하는데, 이를 ‘그라인딩(grinding)’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바리스타가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한 후 물과 첨가물을 조절해 다양한 커피로 만들어낸다. 어지간한 지식이 없는 사람은 커피를 추출할 엄두도 못 낼 뿐더러, 나름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라도 커피를 마실 때마다 매번 이 복잡한 과정을 거칠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자신이 직접 커피를 내리기보다는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점 커피를 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추출이 간단하고 빠르면서도 저렴한 비용에 맛과 향이 좋은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점심값보다 비싼 ‘별다방’, ‘콩다방’ 커피 대신 직접 커피를 내리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고급 커피 1잔 분량의 원두가 개별 포장되어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원두커피가 인기몰이 중이다. 이를 보통 ‘캡슐 커피’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캡슐 커피 시장에서 선두에 있는 커피 머신 브랜드가 바로 네스프레소(NESPRESSO)다.

IT동아에 악마가 소환되다


IT동아에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인 ‘픽시(PIXIE)’가 들어오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 중 상당수는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캡슐 커피는 처음 접한 사람들이다. 작고 앙증맞으면서도 수많은 종류의 캡슐 커피를 앞에 두고 정적이 흘렀고, 마침내 그 중 호기심 강한 L이 나섰다.

“한 번 마셔보지 뭐.”

미처 말릴 새도 없이 L은 캡슐 커피를 손으로 ‘용케’ 뜯어 내용물을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한모금 머금은 L의 얼굴에 고통의 흔적이 스쳤다. L은 아무 말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맛을 볼 것을 종용했고, 고통 어린 표정은 마치 흑사병이 창궐하듯 IT동아 편집부에 퍼졌다. 그가 제조한 것은 악마의 음료가 아니라 그냥 ‘악마’였다.

다행히 본 리뷰어는 이 참담한 사태에 동참하지 않았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맛봐야 알 수 있나? 사실 캡슐 커피가 인스턴트 커피믹스처럼 물에 타 먹는 커피라면, 굳이 수십 만원에 달하는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필요 없을 터였다. 그리고 실제로 캡슐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와 다르다. 인스턴트 커피는 추출한 커피를 냉동건조한 후 가루로 만들어 놓은 상태라 뜨거운 물에 녹지만, 캡슐 커피는 그라인딩 상태인 원두커피를 개별 진공포장한 것이다. 즉 추출하기 이전의 콩가루(?)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걸 그냥 물에 섞어서 마셨으니, 입 안에 ‘메피스토펠레스(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영혼 매매 악마)’가 소환된 셈이다.

맛과 향, 그동안 충분히 검증됐다

지혜를 통해 위기를 벗어난 것처럼 묘사했지만, 사실 리뷰어는 이전에 캡슐 커피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다른 직장에 있을 때 직원들의 요청에 의해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들어왔고, 전 직원에게 캡슐 커피 서너 개가 지급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캡슐 커피는 생각보다 큰 파장을 불러 왔다.

시험삼아 캡슐 커피를 맛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커피의 맛과 향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곧이어 한정된 캡슐 커피를 쟁탈하려는 암투가 벌어졌고, 한 개의 캡슐 커피가 ‘아버지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마지막 담배와도 바꿀 정도로 가치가 높아졌다. 더구나 시간이 갈수록 커피의 개수가 줄어들면서 커피 애호가들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까도남’ K팀장이 점심 식사 후 H백화점 나들이를 제안한 것도 그때 즈음이었다. 금단 현상을 이기지 못하고 캡슐 커피를 직접 구입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네스프레소는 총 11곳의 국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마침 근처의 백화점에 네스프레소 매장이 있었다. 매장을 방문한 K팀장은 심사숙고 끝에 종류별로 총 4박스의 캡슐 커피를 구입했고, 이 캡슐 커피는 자물쇠를 채워 둔 K팀장 서랍장 제일 아래칸에 보관됐다.

물론 K팀장 혼자만 먹지는 않았다. 가끔 본 리뷰어가 좋은 기사를 쓴 날이면 부상(副賞)으로 하나씩 쥐어주곤 했다. 갓 내린 에스프레소의 풍성한 크레마는 본 리뷰어를 비롯한 직장인들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었다. 캡슐 커피의 맛과 향이 전문점 커피 못지 않다는 것은 캡슐 커피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IT동아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다른 일 때문에 픽시의 마수걸이를 뒤로 미뤄두고 있었는데, 리뷰용으로 아껴뒀던 캡슐 커피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보였다. 여직원들이 하루에 하나씩 몰래 먹고 있었던 것이다. 한 명이었다면 티 나지 않았을 텐데 여럿이서 야금야금 먹다 보니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캡슐 커피는 동이 나 리뷰를 진행하지 못할 뻔 했지만, 그녀들의 자제력보다는 캡슐 커피의 매력을 탓하는 게 맞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캡슐 커피의 맛과 향은 전문점 커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지만 평소에 커피 전문점의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되는 본 리뷰어의 주관적 판단이다.


픽시, 더 작아지고 간편해졌다

이제 픽시를 직접 사용해 커피를 추출해 볼 차례다. 픽시는 기존의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은 물론, 네스프레소 제품 중에서도 가장 작은 커피 머신이다. 여성이 한 손으로 들기에도 무리 없을 정도로 가볍고, 이동성도 높다.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기능은 기존 제품 그대로다. 물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있어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두 종의 커피를 선택할 수 있으며, 예열이 완료되거나 물이 부족할 때는 조명의 색이 변한다. 예열은 30초 정도 걸리고, 예열이 끝나면 바로 커피가 추출된다. 첫 번째 커피가 완성되는 시간은 총 1분 남짓, 예열이 필요 없는 두 번째부터는 30초 가량이면 바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사용 후 9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커피 추출구가 낮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텀블러나 머그컵처럼 키가 큰 컵은 사용이 불편할 수 있다. 커피가 다 나올 때까지 컵을 기울이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거슬린다면 높이가 종이컵 크기의 일반컵을 사용하길 추천한다.

에스프레소에 생크림, 우유, 캐러멜 시럽 등을 첨가하면 다양한 맞춤형 커피도 만들 수 있다. 애초 물탱크에 물 대신 우유를 넣어도 되지만, 청소할 것을 생각하면 그냥 물만 넣는 것이 낫겠다. 물탱크는 간단히 기울이는 것만으로 분리가 되며, 추출이 완료된 캡슐 커피 껍데기는 머신 내부에 쌓이게 되므로 주기적으로 비워주어야 한다.


이 가격에 전문점 커피를 마신다 생각해보라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기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도 충분하다. 커피가 추출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고(은은한 커피향을 음미하며), 커피 찌꺼기가 나올 때마다 부지런하게 치워주면 되니까. 하지만 바쁜 아침 1~2분이 소중한 사람이라면 캡슐 커피를 고려할 만 하다. 또한 기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된 커피가 남아서 처치 곤란한 적이 있었다면, 1인분씩 깔끔하게 추출되는 캡슐 커피의 편리함에 십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픽시의 공식 출시가는 349,000원이다. 사실 네스프레소 제품은 다른 캡슐 커피 머신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네스프레소’라는 브랜드가 주는 신뢰 때문일 것이다. 먹는 것에 돈을 아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매일 사먹는 몇 천원짜리 별다방, 콩다방 커피에 비해 캡슐 개당 800원에 불과하니 매우 저렴한 편이다. 유지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많이 마시면 많이 마실수록 이익을 본다는 것은 분명하다.


현직 바리스타의 네스프레소 픽시 체험기

카페베네 독산사거리점 부매니저 조은진(25)씨


기존 커피전문점에서 취급하는 원두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평소 바리스타로서 다양한 원두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네스프레소 픽시를 통해 그 소원을 조금이나마 이룬 것 같다. 일단 원두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또 생각보다 조작이 간단하고, 쉽게 분리해 세척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기존의 커피 머신을 사용해 직접 커피를 추출하려면 번거로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두를 오래 보관하면 맛과 향이 변하기
문에 유통기한을 엄수해야 하고,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만큼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또 예열 시간이 10~15분 가량 걸리고, 원두를 내리려면 또다시 15~20분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데 적어도 30분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바쁜 아침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까? 네스프레소 픽시를 사용해 보니 화장실 다녀올 시간이면 에스프레소가 완성이 된다. 사용해 보니 기존 커피 머신의 단점을 잘 보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픽시가 뽑아낸 커피의 향과 맛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실 이 정도 향과 맛이라면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해도 큰 무리 없을 것 같다. 특히 캡슐에 따라 원두 고유의 향과 맛을 나름대로 잘 살리고 있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었다. 나중에 결혼할 때 누군가가 선물로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컵 발판이 약해 보였
다. 쉽게 분리 가능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인데, 자주 끼웠다가 빼면 부숴질 것만 같다. 또 캡슐 커피의 가격이 높고 정확한 생산 날짜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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