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원이 음란사진 게재… 심의위서 ‘위원 심의’ 초유사태

입력 2011-07-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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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위원 블로그에 올려… “음란물 판정 항의하려 했다”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40·사진)이 위원회가 음란물 판정을 내렸던 남성 성기 사진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스스로 심의를 받게 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28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박 위원이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문제의 게시물은 박 위원이 20일 올렸으며 남성 성기 사진 7장과 나체 남성의 뒷모습 사진 한 장이 포함돼 있다. ‘전체 공개’로 게시돼 누구나 접속해 볼 수 있는 상태다.

박 위원이 게시한 사진들은 한 누리꾼의 미니홈피를 캡처한 것으로 14일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음란물 판정’을 받고 삭제 조치됐다. 당시 전체회의에선 위원 9명 가운데 8명이 음란물 판정에 동의했고 박 위원만 반대 의견을 냈다. 박 위원은 블로그에서 “사진들은 자기표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고 사회질서를 해한다거나 하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한 처벌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이 28일 소위원회가 열리기 전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하면 심의가 취소되지만 위원회 설치법에 따라 면직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위원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4일 위원회의 음란물 판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문제의 게시물에 대해) 자유롭게 평가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박 위원은 2009년 3∼6월 창조한국당의 추천을 받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 위원으로 활동했으나 활동 종료 직전 한국계 미국인임이 밝혀져 논란을 빚었다. 당시 그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5세 때 미국으로 이민갔다. 1999년 한국의 한 대학에서 오라고 했는데 미국 국적이 없으면 병역 문제가 생기더라”며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음을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이 있었는데도 그는 올해 4월 민주당 추천을 받아 방송통신심의위원이 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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