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98년 연기자 손창호 하늘로…

입력 2011-08-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코믹 연기가 가장 어렵다는 배우들이 많다. 격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트레이닝을 거쳐 호쾌하게 펼쳐내는 액션 연기보다 능청맞은 웃음 연기가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한때 천부적인 넉살과 해학넘친 연기로 개성 강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인기를 모았던 사람이 있다. 하지만 비극적인 운명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1998년 오늘, 배우 손창호(사진)가 45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4시20분께 짧지 않은 투병의 괴로움 속에서 풀려난 것이었지만 그를 기억하는 대중에게는 슬프고 안타까운 부고였다. 그 아픈 삶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사흘 만에 KBS 2TV ‘영상기록 병원 25시-바다로 간 영화배우 손창호’ 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970년대 ‘얄개’ 시리즈로 인기를 모으며 독특한 코믹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손창호는 3년 전부터 앓아온 당뇨병과 만성신부전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1996년에는 왼쪽 눈의 시력을 잃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특히 팬들을 안타깝게 한 것은 그가 병원비를 내지 못해 1998년 초 행려병동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중동고 재학 시절인 197 0년 MBC 3기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감독 수업을 위해 일본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 빚을 지면서 열정을 갖고 제작한 영화 ‘동경아리랑’이 흥행에 실패한 뒤 건강이 악화했다.

다큐멘터리가 비춘 그의 아픈 삶은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의 좌절로 비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행려병동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던 그 순간, 손창호는 영원한 연기자로서 스스로를 기억했을 터이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