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이 쿠’로 돌아왔다] 구준엽, “내가 만든 음악으로 대중을 춤추게 하겠다”

입력 2011-08-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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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싶은 옷 입고
거리도 맘대로 활보하고
스타의식없이 살아

연예인이 무슨 디제이냐
처음엔 텃새도…
내가 만든 음악으로 즐기는 것
그게 디제잉의 매력!
직업의식은 확실하죠?


“내 음악으로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싶어요.”

그는 도전 정신이 강하다. 얼핏 남들 다하는 일을 뒤따라 하는 것 같지만, 지켜보면 늘 깜짝 놀랄 정도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1996년 남성 듀오 클론으로 데뷔해 댄스 음악 유행을 이끈 구준엽이 ‘디제이 쿠’(DJ KOO·43)로 돌아왔다.

2003년부터 디제잉 아티스트로 클럽 등에서 공연을 하다가 “이젠 내 음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으로 프로듀싱부터 편곡까지 맡고 디지털 음반 ‘돌아와 리믹스’를 내놓았다. ‘돌아와 리믹스’는 클론의 히트곡 ‘돌아와’에 일렉트로 하우스(electro house) 사운드를 입혀 네가지 버전으로 리믹스해 담았다.

“클론 시절부터 디제잉에 관심이 많았어요. 2000년 강원래의 사고로 활동을 하지 못하다가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나이는 들고 무릎은 성하지 않을 것 같고, 춤에는 자신 있으니까 관련된 일을 찾다가 디제이에 처음 도전하게 됐어요.”



그의 도전 의욕에 불을 지핀 건 3월 해외 유명 디제이들이 참가한 미국 마이매이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이었다.

“그동안 디제이로 활동하며 남의 음원을 사서 트는 정도였어요. 나만의 음원, 노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낄 찰나에 그 페스티벌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모두 자신의 곡으로 무대에 오르더라고요. 높은 몸값을 받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그렇다고 몸값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처럼 프로페셔널하게 되고 싶었어요.”

○“연예인이 무슨 디제이?”…편견과 텃새 장벽 이겨내

아직도 한 편에서는 디제이하면 나이트클럽, 노는 문화 등의 오해의 시선이 많다. 구준엽 역시 장벽에 자주 부딪혔다.

“배척하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많았죠. 텃새도 심했고요. 클러버(clubber)들로부터 ‘연예인이 무슨 디제이냐’고 오해도 많이 받았고요. 나를 보여줄 무대를 한번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2006년 서울 강남의 한 클럽을 찾아가 ‘돈은 안받을 테니 무대에 한번 세워달라’고 했죠. 당시 ‘콜미 디제이 쿠’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영역을 펼쳐나갔어요. 제가 만든 음악으로 춤을 추고 신나게 즐기는 것 자체가 매력적인 일이죠.”

그는 최근 MBC ‘나는 가수다’에서 김범수와 함께 무대에 올라 ‘희나리’를 일렉트로 하우스로 리믹스해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KBS 2TV ‘불후의 명곡2’에서도 포미닛의 멤버 전지윤과 함께 클론의 히트곡 ‘난’을 편곡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후배들을 돕기 위한 자리였지만, 신선한 무대에 오히려 그가 더 빛났다. “(김)범수의 요청에 흔쾌히 오케이 했죠. ‘나는 가수다’는 파급력이 크잖아요. 음악에 대한 집중력도 높고요. 범수를 통해 일렉트로 하우스 장르를 많이 알릴 기회가 생겨 큰 보람이었죠. (전)지윤이의 무대도 마찬가지고요. (일렉트로 하우스가)세계 트렌드라는 것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연예계 대표 얼리어댑터 “도전정신 원동력? 철이 없다는 것”

구준엽 도전정신의 원동력은 한마디로 “철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연예계에서도 유명한 얼리어답터이다. 국내에 정식 수입되기도 전에 아이폰을 분해해 화제를 모았고, 만화에나 등장할듯한 헬멧, 일명 ‘아이언맨 마스크’를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철이 안 들어서 그래요. 하하하. 어떻게 보면 무모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욕심이 커요. 새로운 것을 매일 찾죠.”

‘철이 들지 않아서’ 그는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청소년처럼 생각과 행동도 자유롭다.

“남들보다 덜 늙는 것 같아요. 생각이 열려 있으면 촌스러울 수 없어요.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그걸 멋있게 표현하는 게 제가 사는 비결인 것 같아요. 저는 스타일리스트도 없고 입고 싶은 대로 입고, 거리도 마음대로 활보해요. 직업의식으로 다니는 사람이지 스타의식으로 다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롤 모델은 마돈나처럼 나이 들어서도 원하는 것 하면서 자유를 누리고 살고 싶어요.”

이정연 기자 (트위터@mangoostar)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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