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경질] “더 이상 김성근감독에 끌려다닐 수 없다”

입력 2011-08-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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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전SK 감독. 스포츠동아DB

SK,전격경질 카드 왜 나왔나?
재계약 놓고 갈등 증폭…일방적 사퇴발표에 결단
순위싸움 치열한데 사퇴선언 감독 지휘봉 부담도


SK는 18일 김성근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이만수 2군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김성근 감독의 시즌 후 자진사퇴 발언이 나온 지, 만 하루도 안돼 나온 행보였다. 구단과의 자존심 싸움을 둘러싼 김 감독의 강수에 SK 역시 초강수로 맞선 것이다.

1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과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SK팬들이 김성근 감독 경질에 대해 항의성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문학 |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순위 싸움은 포기할 수 없다

SK 신영철 사장은 18일 김성근 감독의 경질 직후, “이 상태가 오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2위와 3위는 다르고, 1위와도 경기차가 많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순위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페넌트레이스가 한창인 17일, “시즌 후 사퇴하겠다”고 말한 것 자체가 이미 유래를 찾기 힘든 행보였다. 김 감독이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선수단에는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달될 수밖에 없었다.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감독에게 남은 시즌을 맡기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도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SK에게 ‘경질카드’는 분명 부담이 있었다. 18일 문학 삼성전에서도 SK팬들은 수시로 김성근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구단에 불만을 표시했다. 몇몇 관중은 그라운드로 뛰어들기도 했다. 경기 후에는 수백명이 그라운드로 모여들여 SK의 유니폼을 불태우기도 했다.

여론은 분명 구단보다 김성근 감독에게 호의적이다. 김성근 감독과의 파워게임으로 피로감이 누적돼 있는 SK 구단 입장에서도, 몇 개월을 기다리는 편이 훨씬 편안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SK는 비난여론을 감수하면서도, “정상적인 시즌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1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과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한 팬이 그라운드에 들어와 관계자에 의해 끌려나가고 있다. 문학 |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더 이상 김성근 감독에게 끌려갈 수 없다

이미 김성근 감독과 SK구단은 재계약 논의와 관련해 감정이 많이 틀어진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이 여러 차례 언론에 자신의 불만을 토로한 데 대해 구단의 심기도 불편해져 있었다. 최후의 순간까지도 양측의 힘겨루기는 계속됐다.

신영철 사장은 “김 감독님이 17일 사퇴발표 때도 원래 당일경기까지만 지휘봉을 잡으려고 해서 당황스러웠고, ‘사표를 못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야구관계자들은 “김 감독이 선수단 운영의 거의 전권을 행사했고, 구단이 많은 전지훈련비를 쓰는 등 투자에도 인색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18일 삼성-SK전이 열린 문학구장은 내내 어수선했다.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을 지지하는 팬들이 플래카드를 내거는가 하면, 경기중 한 남성이 상의 탈의 후 그라운드에 들어 와 관계자들에 의해 끌려나갔다. 경기 후에는 김성근 감독 경질에 항의하는 팬 수 백 명이 그라운드로 난입했다. 이들은 마운드 근처에서 구단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펴고 ‘김성근’을 연호했다. 일부 팬들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사이에 불을 지른 뒤 SK 유니폼 등을 태워 그라운드에도 손상을 입혔고, 또 다른 팬들은 3루쪽 덕아웃 쪽에서 공 박스를 꺼내와 공을 집어 가기도 했다. 결국 그라운드의 불을 끄기 위해 소방대원까지 출동했으며, 이들의 거친 행동은 약 30여분 가까이 계속되다 진정됐다. 문학|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구단입장에서는 김 감독의 공개비판에 대해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다수의 야구 관계자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시즌 중 자진사퇴는 구단 입장으로 보면 무책임한 결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의 경질은 ‘더 이상 김 감독에게 끌려갈 수 없다’는 SK의 의지로도 풀이된다. 신영철 사장은 “김성근 감독님의 성과는 평가하고 있다. 그룹차원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라며 전관예우는 충분히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문학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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