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체하면 넷북, 분리하면 태블릿 PC - 에이서 이코니아 탭

입력 2011-08-23 17: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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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PC를 처음 마주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 당시 태블릿 PC는 모양만 커진 스마트폰이라 여겼다. 좀 더 넓은 화면에서 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할 수 있다지만 그저 고개만 갸우뚱할 뿐이었다. 그런 용도라면 노트북이나 넷북이 더 요긴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태블릿 PC는 이름 속에 ‘PC’를 품고 있지만 노트북이나 넷북, 하다못해 데스크탑 PC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요즘 태블릿 PC는 애플의 iOS 운영체제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허니콤 등) 등을 탑재한 것이 대다수고,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PC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다. 즉 태블릿 PC용 운영체제는 태생이 모바일 기기용이라 일반적인 PC용 운영체제에 기능이나 성능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반면 용량이 적고 운영이 쾌적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에이서(Acer)에서 출시한 태블릿 PC인 ‘이코니아 탭(Iconia Tab) W500(이하 이코니아 탭)’은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7를 탑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이코니아 탭은 사용자에게 익숙한 윈도우 계열을 채택함으로써 다른 태블릿 PC로는 불가능했던 인터넷 뱅킹이나 전자상거래를 평소와 같이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는 PC용 온라인 게임 실행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다만, 사양이나 성능 한계 때문에 원활한 플레이가 어렵긴 하다). 이코니아 탭은 결정적으로 키보드 도킹 스테이션(별매)에 연결하면 일반적인 윈도우 기반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2011년 8월 현재 이코니아 탭의 인터넷 최저가인 도킹형 키보드를 포함해 621,000원, 도킹 미포함 599,000원이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도킹 키보드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리라 판단된다.

멀티미디어 기기로 적당한 성능

이코니아 탭을 성능만 보고 말하자면 멀티미디어를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일반 노트북처럼 3D 그래픽 칩셋과 SSD(Solid-state Drive)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SSD는 일반 하드디스크와는 달리 메모리 소자로 구성되어 입출력 속도가 상대적으로 대단히 빠르다. 이코니아 탭에는 AMD 라데온 HD 6250 그래픽 칩셋을 내장하여 다른 태블릿 PC보다는 우수한 그래픽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윈도우 7에서 기본 제공하는 성능 체험 지수에서 그래픽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이나 게임 그래픽 점수는 7.9점 만점에 각각 4.1점, 5.5점을 기록했다. 특히 SSD를 탑재한 덕분에 디스크 데이터 전송률 점수는 5.9점에 이른다. DDR3 2GB 메모리도 멀티미디어 기기로서 부족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일반 넷북보다도 낮은 CPU 성능이 바로 그것이다. 윈도우 7 체험 지수는 2.7점을 기록할 정도로 낮은 편이다. 아울러 SSD가 입출력 성능이 뛰어나다 해도 용량이 32GB 정도라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가 곤란하다. 물론 이코니아 탭은 일반 노트북이 아닌 태블릿 PC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유형이 윈도우 기반의 일반 노트북과 유사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이코니아 탭의 외관은 다른 태블릿 PC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액정 화면 크기는 10.1인치이지만, 테두리와 검은색 여백(베젤)이 꽤 두꺼운 편이라 다른 10.1인치 태블릿 PC에 비하면 조금 작아 보인다. 대신 양손으로 이코니아 탭을 잡고 조작해도 화면을 잘못 누르는 실수는 적은 편이다.


모바일 기기에서 사양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바로 무게다. 실제로 한 손으로 이코니아 탭을 들어 보니 생각보다 무거웠다. 무게를 측정해보니 본체만 약 950g, 도킹 키보드까지 장착하면 약 1,570g 정도였다. 이는 노트북이나 넷북에 비하면 가벼운 축에 속하지만, 다른 태블릿 PC가 대략 500~700g이라는 점에서 보면 사용자에 따라 휴대하기가 버거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코니아 탭의 터치 방식은 다른 태블릿 PC와 같은 정전식이다. 즉, 손이 아닌 다른 물체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전원이 켜진 상태로 가방에 넣어도 오작동의 우려는 없지만, 추운 겨울날 장갑을 낀 채로 조작할 수는 없다. 이는 정전식 터치 방식의 특징적 한계다.



이 밖에 이코니아 탭은 다양한 연결 단자를 지원한다. 좌측 면에는 영상/음성 외부 출력이 가능한 HDMI 단자와 SD메모리카드 리더가 있다. 아울러 볼륨 조절 단자, 전원 버튼, 이어폰 단자가 순서대로 배치돼 있다. 도킹 스테이션과 연결되는 아랫부분에는 USB 2.0 연결 단자도 제공된다.


노트북으로 변신하기 위한 비밀무기


앞서 말한 대로, 이코니아 탭의 특징 중 하나는 도킹 키보드다. 이를 활용하면 장문의 문서를 작성할 대 일반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평범한 외장 키보드처럼 생겼지만, 유선 랜 포트와 2개의 USB 포트, 마우스를 대신하는 트랙포인트가 달려 있다.


다만, 방향키가 작아 게임을 즐기기는 쉽지 않았다(손가락이 작다면 그나마 나을 듯). 아울러 본체와 도킹 키보드가 단단하게 고정되는 방식이 아니라서 사용 중 본체가 흔들거리는 점, 화면 각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은 사용하는 내내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윈도우7 탑재하여 일반 사용자에게도 익숙

요즘에는 태블릿 PC라고 하면 대부분 애플의 아이패드 시리즈나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을 떠올린다. 아이패드는 애플 iOS를 탑재했고, 갤럭시 탭은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이들은 각각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내려 받아 사용하는 형태로 스마트폰과 동일하다.


이에 비해, 이코니아 탭은 윈도우 7 홈 프리미엄 버전을 탑재했다. 모바일용 윈도우 운영체제가 아닌 데스크탑 PC나 노트북 등에서 사용하는 것과 일반용 제품이다. 따라서 일반 PC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그대로를 이코니아 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따로 학습할 것도 필요한 것도 없다. 평소에 PC 사용하던 방식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다른 태블릿 PC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나 어린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리라 판단된다.


태블릿 PC 홍수 시대의 생존 전략


이코니아 탭은 노트북의 탈을 쓴 태블릿 PC다. 그 이유는 필요 및 용도에 따라 형태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도킹 키보드에 연결해 노트북처럼 사용하다가 잠시 외출을 할 때나 화장실 갈 때는 본체만 분리하여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여기에 늘 사용하던 윈도우 환경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다만, 윈도우 초기 최적화 부분은 지적할 만하다. 이코니아 탭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구매 직후 윈도우를 포맷하고 재설치하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불필요한 서비스나 프로그램이 사양보다 과도하게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코니아 탭은 ODD가 내장되어 있지 않으니 윈도우 재설치가 더욱 곤란하다. 향후 이러한 문제가 하나 둘 개선된다면 이코니아 탭은 지금과 같은 태블릿 PC 홍수 속에서 자신 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박준구(zzizizic@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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