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타자 vs 투수 트리플크라운…어떤 게 힘들까”

입력 2011-09-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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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이대호. 스포츠동아 DB.

■이래서 타격 3관왕 대단해

“파워·정확도 겸비해야 달성 가능
매 경기 출장 체력적인 어려움도”
이대호, 생애 세번째 3관왕 도전

■이래서 투수 3관왕 대단해

“방어율 1경기만 망쳐도 회복 불가
투수가 승리 등 팀기여도 더높아”
윤석민 방어율·다승·탈삼진 1위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설문

22명 “타격 3관왕 더 위대하다”
타자 8명 중 6명-타격코치 8명 중 7명 등

22명 “투수 3관왕 더 가치있다”
투수 8명 중 6명-투수코치 8명 중 7명 등


트리플크라운. 타자든 투수든 꿈의 고지다. 한마디로 못하는 것이 없는 완벽한 선수만이 달성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타자는 타격·홈런·타점 3관왕, 투수는 다승·방어율·탈삼진 타이틀을 동시에 따내야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다.

지난해 롯데 이대호(29)가 타격 7관왕에 오르면서 2006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여세를 몰아 올시즌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6일까지 이대호는 타율(0.349)과 타점(94)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23)은 삼성 최형우(25홈런)에게 2개 뒤진 상황이다. 만약 홈런까지 독식한다면 메이저리그에도 없는 생애 3번째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완성하게 된다.

이대호가 아직 트리플크라운이 불확실한 반면, 투수 쪽에서는 확실한 주자가 있다. 바로 KIA 윤석민(25)이다. 윤석민은 벌써부터 다승(15), 방어율(2.33), 탈삼진(156) 타이틀이 눈앞에 와 있다. 각 부문에서 2위와 격차도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생애 첫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타자의 트리플크라운과 투수의 트리플크라운 중 어떤 것이 더 달성하기 힘들까. 그리고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일까. 스포츠동아 ‘이슈&포커스’는 이에 대해 야구계 파워엘리트 50인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2-22,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총 50명이 설문에 참가한 가운데 투표결과 투수와 타자가 똑같았다. 투수 22명, 타자 22명, 유보 6명이었다. ‘이슈&포커스’ 설문조사에서 동수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는 뜻이었다.

유보를 택한 6명 중에 현역 감독(감독대행 포함)이 3명이나 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한참을 고민하다 “정말 어렵다. 이혼할 때 애한테 아빠 따라갈래? 엄마 따라갈래? 하고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이다”며 웃었다. 한대화 감독 역시 “투수든 타자든 가장 중요한 3개 부문에서 동시에 1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고,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은 역설적으로 “투수 트리플크라운과 타자 트리플크라운이 나온다는 자체가 불행한 일이다. 어느 누구에게 MVP를 줘도 아깝지 않다. 아예 공동 MVP를 줘야한다”며 웃었다.


○타자는 타자, 투수는 투수

그룹별로 보면 투수(투수 출신)와 타자(타자 출신)의 의견이 뚜렷이 대비돼 주목됐다. 타자 8명 중 6명은 타자의 트리플크라운이 달성하기 더 힘들고 더 가치있다고 평가했고, 반대로 투수 8명 중 역시 6명은 투수 쪽을 선택했다. 타자 중에서는 최동수(SK)와 김재호(두산) 2명이 투수 쪽, 투수 중에서는 손승락(넥센)과 이상열(LG) 2명이 타자 쪽에 손을 들어줬다.

투수코치 중에서는 일본인 출신 오치아이 코치만이 타자를 선택하면서 “전반적으로 봤을 때 타자 쪽 기록이 더 의미 있다. 홈런은 파워, 타율은 정확도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두 개를 다 갖기 힘들다. 반면 투수는 한 가지 잘 하면 동반해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타격코치 8명 중에 넥센 심재학 코치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고, 나머지 7명은 모두 “타자의 트리플크라운이 더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KIA 서재응은 “타자는 한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를 쳐도 만회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지만, 투수는 한 경기에서 대량실점하면 방어율 회복이 잘 안된다”고 말했고, 넥센 강정호는 “타자는 아파도 무조건 경기에 나가서 그것도 잘 쳐야 트리플크라운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그렇다면 현역 선수 중 트리플크라운을 직접 달성한 주인공은 어떨까. 이대호는 “투수는 잘 던지면 타이틀이 다 따라오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 한두 번 쉬어갈 수도 있지만, 타자는 1∼2주 쉬어버리면 기록을 따라가기 힘들다. 미국이나 일본을 봐도 타자보다 투수 트리플크라운이 더 많지 않은가”라고 주장했고, 류현진은 “타자보다 투수의 기록이 팀 전력이나 상황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특히 다승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해설위원 및 야구인은 “타자”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김인식 규칙위원장과 조종규 심판위원장, 김재박 경기감독관, 그리고 야구해설가 7명 등 야구인 부류에 포함한 10명은 타자의 트리플크라운에 더 무게를 뒀다. 김인식 위원장과 김재박 감독관이 “우열을 가릴 수 없다”며 유보를 선택한 가운데 5명은 타자, 3명은 투수 쪽에 힘을 실었다. 이들 중에서도 타자출신(하일성 허구연 조종규 이순철)은 타자, 투수출신(양상문 이용철)은 투수로 갈린 가운데 타자 출신인 김용희 해설위원은 투수, 투수출신인 이효봉 해설위원은 타자에게 표를 던졌다.

이효봉 위원은 “진짜 좋은 투수는 한 시즌 꾸준히 선발로 나오면 자기 피칭 패턴에 따라 다승, 방어율, 탈삼진을 한꺼번에 챙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같은 투수가 한 시즌 제대로 긁히면 충분히 세 타이틀을 한꺼번에 차지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타자는 아무리 홈런을 많이 쳐도 타격왕까지 동시에 해낸다는 게 정말 어렵다. 또 타점은 팀 전력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타자의 트리플크라운이 더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역 8개구단 감독들은 “투수”

막상 팀을 운영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어떨까. 8개구단 감독을 놓고 분석한 결과 이들은 타자보다는 투수 쪽에 무게를 실었다.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3명(김광수 한대화 류중일)을 제외한 5명의 감독 중에서는 넥센 김시진, KIA 조범현, LG 박종훈, 롯데 양승호 감독이 투수의 트리플크라운이 더 가치있다고 말했다. 조범현 박종훈 양승호 감독은 타자 출신이다. 반면 SK 이만수 감독대행만 타자의 트리플크라운이 더 달성하기 힘든 위업으로 평가했다.

김시진 감독은 “투수는 경기수가 많아지면 방어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타자는 자신이 잘 하면 트리플크라운도 가능하지만, 투수는 잘 던져도 승리를 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타자는 매 경기 다 나가기 때문에 체력의 어려움이 크다. 반면 투수는 선발 로테이션이 있다. 타자는 잘 해야 3할 아닌가. 미국에서도 타자의 컨디션 조절이 더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트리플크라운을 더 높게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 프로야구 역대 트리플크라운


이만수·이대호 등 3차례 vs 박철순·선동열·류현진 등 5차례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올해로 30시즌째를 맞는다. 그 중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이만수와 이대호 단 2명뿐이다. 1984년에 삼성 이만수(현 SK 감독대행)가 사상 최초로 트리플크라운에 성공한 뒤 2006년 롯데 이대호가 26년 만에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생애 2번째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한 이대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역사에도 없는 사상 3번째 타격 트리플크라운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투수 쪽의 역사는 다소 복잡하다.

트리플크라운 3개 부분은 다승, 방어율, 탈삼진이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탈삼진 타이틀이 1993부터 생겼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탈삼진 대신 승률이 포함된 3개 부문 타이틀을 따면 투수 트리플크라운으로 인정했다.

1992년까지 다승·방어율·승률 기준으로 보면 1982년 박철순에 이어 선동열이 1989∼91년 3차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탈삼진 타이틀이 생긴 1993년 이후 다승·방어율·탈삼진을 휩쓴 투수는 2006년 류현진이 유일하다.

KIA 윤석민이 사상 2번째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기준(다승·방어율·탈삼진)을 소급적용하면, 선동열은 1986년, 1989∼91년 4차례 트리플크라운을 작성한 셈이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는 총 36차례, 타자는 15차례 트리플크라운이 나왔다. 그런데 타자 트리플크라운은 1967년 칼 야스츠렘스키(보스턴)이 마지막.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2000년대에만 2002년 랜디 존슨(애리조나), 2006년 요한 산타나(미네소타), 2007년 제이크 피비(샌디에이고) 등 3차례 작성됐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투수 18차례, 타자 11차례 트리플크라운이 탄생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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