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좌절은 언제나 이렇게 한 자리에서 엇갈린다. 3차전 3회초 2사 만루. 삼성 4번타자 최형우(오른쪽)가 삼진으로 돌아서며 탄식하는 순간, SK 투수 송은범(위)이 마운드에서 펄쩍 뛰어 오르며 기뻐하고 있다. 문학|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cut
팔꿈치에 뼛조각 돌아다녀 시즌후 수술
몸상태 안좋아 PS선 열흘간격으로 등판
최고구속 151km 혼신투…V 일등공신
#10월9일 문학 KIA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6이닝 83구 2실점), 10월19일 문학 롯데와 플레이오프 3차전(6이닝 98구 무실점) 그리고 10월 28일 문학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5이닝 94구 무실점).
SK 우완선발 송은범의 포스트시즌 등판 간격이다. 불펜의 연투, 선발의 불펜 전환 등 분주하게 돌아가는 SK 마운드 사정에서 열외의 연속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이것이 특혜가 아니라 투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송은범의 팔꿈치에는 미세한 뼛조각이 돌아다닌다. 겨울에 수술 받아야 될 몸이다. 비유하자면 폭탄을 품고서 던지고 있는 셈이다. 혹시라도 던지다 팔꿈치 상태가 악화되면 내년 시즌 이후까지도 기약 못한다.
그래서 이만수 감독대행과 김상진 투수코치조차 송은범을 내고 싶을 때 내지 못한다. 비약하면 송은범의 등판은 오직 송은범만이 안다. 그런 몸으로 송은범은 팀 SK가 사지에 몰릴 때마다 거듭 구해주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이 대행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 기다림은 28일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서 보답을 얻었다. 송은범은 5회까지 4안타 4볼넷을 내줬어도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았다. 투구수에서 알 수 있듯 고난의 연속이었다. 4회까지 매회 주자를 출루시켰고, 3회 1사 만루까지 몰렸다.
여기서 삼성 3·4번 채태인∼최형우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어 무사 1·2루에 처한 4회에서도 좌익수 박재상의 호송구와 포수 정상호의 필사적인 블로킹에 힘입어 무실점으로 넘겼다.
이런 감동적 역투에 화답하듯 SK 타선은 4회 박재상의 홈런, 5회 최동수의 홈런으로 승리투수의 조건을 만들어줬다. 불펜진도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아내 송은범에게 선발승을 선사했다.
#정상이 아닌 팔꿈치로 송은범은 89구째에 151km를 던졌다. 92구째도 150km로 혼을 던졌다. 2009년 KIA와의 KS 6차전 이후 8경기 만에 KS에서 나온 선발승이었다. 당시 선발승도 송은범의 것이었다.
5년 연속 KS에 진출한 SK의 3차전 전승 징크스도 지켜냈다. 송은범의 3차전 데일리 MVP 선정에 이의는 없었다.
● 히어로 송은범을 말하다
송은범 “잠실 갈 각오로 던져”
2패를 당해서 어떻게든 잠실로 간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오늘 집에서 나올 때 몸이 생각보다 안 좋았다.온 힘으로 던졌기 때문에 스피드가 나온 것 같다.
정상호 포수 “직구 낮게 잘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볼이 낮았기 때문에 삼성타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 포수로서 봤을 때 오늘 직구가 낮게 잘 왔다. 한마디로 말하면 컨트롤의 승리다.
김상진 투수코치 “선발투수 책임 다 해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오늘은 경험이 송은범을 버티게 해줬다. 선발투수로서 팀에 대해 책임감을 보여준 게임이 아니었다 싶다.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