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성적 스트레스’에 망명할 뻔?

입력 2011-1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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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지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조차 두려울 만큼 부담이 컸던 초보감독. 그러나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두고 대구로 돌아갔다. 잠실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8개월전 삼성의 오키나와캠프에서 무슨 일이…

귀국 전날 “돌아가기 싫다” 갑작스런 억지
대구·경북출신 사령탑 첫 KS우승 품고 개선


초보 사령탑에서 우승 감독으로 변신했지만 8개월 전의 기억은 또렷하다. 국내에선 아직 꽃샘추위가 만만치 않던 3월 초. 일본 오키나와에 있던 삼성 류중일(48)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날 송삼봉 단장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류 감독은 “단장님, 저 진짜 한국 돌아가기 싫습니다”라며 갑자기 억지를 부렸다.

이유는 단 하나. 시험 전날 밤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느낌처럼 귀국 전야 극심한 중압감이 류 감독을 엄습한 것이다. 8개월 전의 일화를 털어놓으며 송 단장은 “정말 보기가 딱할 정도였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하라고 누차 얘기했지만 귀국이 임박하니까 스트레스가 엄청났던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KS) 5차전을 앞두고 류 감독 스스로 “처음에 봤을 때 이 팀은 4위 전력이었다”고 고백했듯 정규시즌 개막 직전 삼성을 우승 후보로 꼽은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과감히 4강권에서 제외한 이들도 더러 있었다. 나름대로는 훈련을 충실히 소화한 데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강해 자신감이 없진 않았지만 막상 시범경기를 치르기 위해 귀국하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5차전 승리로 KS 우승을 확정한 이튿날 선수단과 함께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가던 류 감독은 “하룻밤이 지났지만 허전하다. 우승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짧지 않았던 여정을 회고했다. ‘한국에 돌아오기 싫다던’ 그에게 ‘금의환향’하는 기분을 묻자 소탈하게 웃기만 했다. 3일 오전 류 감독은 대구시청을 방문해 김범일 시장에게 우승 인사를 한다.

대구·경북 출신으로는 처음 K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삼성 감독이라는 훈장을 달고 이제 대구 거리를 누빌 수 있게 됐다. 시즌 동안에는 보는 눈을 의식해 가급적 대구 시내 외출도 자제하던 초보 사령탑이 우승 감독으로 격상돼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게 됐다. 8개월 만에 사령탑 류중일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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