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15승을 거두는 등 커리어 하이를 찍은 올 시즌을 뒤로 하고 경찰청에 입대하는 롯데 장원준. 그는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스포츠동아DB
팀내 다승·방어율 1위 불구
두 시즌간 1군에서는 못봐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
2011시즌 성적 15승6패, 방어율 3.14. 팀내 다승·방어율 1위이자 8개 구단 전체로 볼 때도 다승 공동3위·방어율 4위의 준수한 성적이다. 무엇보다 2004년 프로 입단 후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더욱이 1년만 더 하면 9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그는 정작 12월 말 군에 입대한다. 다행히 경찰청 입단이 확정됐지만 앞으로 두 시즌 동안 1군에선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롯데 ‘좌완 에이스’ 장원준(26) 얘기다.두 시즌간 1군에서는 못봐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
● 마음을 비우다. 그래서 몸이 가벼웠다
2008베이징올림픽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그는 두 번 모두 제법 가슴앓이를 했다. 병역미필자였던 그는 그 누구보다 태극마크가 간절했지만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고,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사실 그가 못해서라기보다 류현진(한화) 김광현(SK) 등 특출난 좌완 후배들에게 밀린 탓이 컸다. 장원준은 3일 “아무 미련 없이 군대에 간다고 생각하니 올시즌은 마음이 오히려 홀가분했다. 몸도, 성적도 좋았다. 모두 코칭스태프, 동료들 덕분이다”고 한 시즌을 되돌아봤다.
● 꼭 이기고 싶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SK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 선발로 등판, 5이닝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안았던 장원준은 4차전에서 불펜으로 나서 4이닝 무실점 쾌투로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 감격을 맛봤다. 그의 호투로 롯데는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만들었고, 5차전을 앞두고 장원준은 팀을 구할 구세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송승준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선 그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세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내려왔다. 1-2 스코어는 1-4로 벌어졌고, 장원준이 무너지자 사실상 롯데의 가을잔치도 거기서 끝이 났다. 마운드를 내려오며 그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 때 심정이 궁금했다. 이제 조금 시간이 지나서인지 장원준은 차분히 답했다. “정말 이기고 싶었고, 군대 가기 전에 한국시리즈에 가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 (5차전에) 마운드에 올라 볼을 뿌리는데 스피드는 4차전 때와 비슷해도, 볼끝도 변화구 각도 밋밋했다. 순간적으로 느낌이 안 좋았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비록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당장 7일부터 롯데 선수단은 사직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에 돌입한다. 장원준은 “인사만 하고 나오면 되지 않겠느냐”면서 “운동복은 챙겨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아직 남아있는 듯 했다.
12월 28일 논산훈련소로 입소하는 그는 대신 “새해를 군에서 맞게 생겼다”며 웃었다. 입대 전 어떻게 지낼 것이냐고 묻자 “그동안 혼자 살던 집도 정리해야 하고, 좀 더 쉬고 싶다”고도 했다. 올 2월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만났을 때, 이미 시즌 뒤 군에 갈 계획을 갖고 있던 그는 “웃으면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물었다. 지금 어떠냐고. “열심히 했잖아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러면서 또 한마디 곁들였다.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