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개봉하는 영화 ‘완벽한 파트너’에서 띠동갑 연하인 김산호(왼쪽)와 파격적인 러브신을 선보인 김혜선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 부어 캐릭터를 만드는 매력이 있는 영화에 갈증을 느껴 왔다”고 말했다. 타임스토리 제공
김혜선(42)이라는 이름 앞뒤에 ‘영화배우’나 ‘노출연기’라는 단어는 왠지 생경하다. 그에게는 드라마에서 익히 봐왔던 옆집 푼수 아줌마나 헐레벌떡 등교하는 아이를 챙기는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기 마련이다. 그런 그가 최근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17일 개봉하는 섹시 로맨틱 코미디물 ‘완벽한 파트너’(박헌수 감독)에서 보여준 파격 노출 연기 때문이다. 그가 맡은 역은 싱글맘인 요리 연구가 희숙. “긴장감 없고 영감(靈感) 떨어지는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연애”라는 지인의 충고를 듣고 새로 들어온 20대 문하생 민수(김산호)를 유혹한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희숙의 딸 연희(윤채이)는 민수의 아버지인 작가 준석(김영호)과 연인관계다.
10일 서울 성동구의 한 극장에서 만난 김혜선은 “1986년 고1 때 영화 ‘춤추는 딸’로 데뷔했다. 내 안에는 영화배우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 후 ‘토끼를 태운 잠수함’(1991년) ‘화엄경’(1993년)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1993년에는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스물여섯에 결혼해 아이 낳고 몇 년 뒤 복귀해 보니 주어지는 역할은 아줌마뿐이었어요. 서른도 넘지 않았는데 고모 역할이면 다행이었어요. 드라마 연기를 계속하기는 했지만 긴 슬럼프에 빠졌죠.”
박 감독이 김혜선의 정적인 이미지 너머에서 다른 모습을 본 것일까. 파격적인 배역을 제안 받고 그는 잠시 망설였다. “20대였다면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관능미, 원숙미, 농염함 같은 단어들을 제 안에서 끄집어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매니저는 결사반대였다. 기존의 이미지를 다 망쳐 드라마 출연이 힘들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고집을 피웠다. “늘 한정된 이미지를 이제 깨고 싶었죠. 늘 참고, 누군가를 보조하는 역할 말고 날 선 이미지로 극을 리드하고 싶다고 설득했어요.”
영화에는 ‘과격한’ 러브신이 여럿 등장한다. 방송 출연 대기실에서 희숙이 민수를 유혹하는 장면은 ‘신체단련’을 요하는 부분이다. “10kg 넘게 살을 뺐어요. 어차피 20대 여배우처럼 S라인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내 몸이 캐릭터와 일치하도록 노력했죠.” 수업이 끝난 요리 강습실에서 서로의 몸에 간장을 바르며 사랑을 나누는 코믹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그가 희숙처럼 이혼한 싱글맘이 아니었다면 노출 연기가 가능했을까. “아들(15)이 쿨하게 출연을 허락해줬어요. 엄마도 비슷한 또래의 김혜수(41), 엄정화(42) 누나처럼 남자주인공과 연기하는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죠.”
그는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자기의 껍질을 깨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이 영화가 연애든, 다른 무엇이든 영감을 받는 일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격 변신을 한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파격 노출 연기를 선보인 여배우들의 변
○ “부잣집 딸, 도도한 철부지 아가씨 등 한정된 배역을 넘어 새로운 캐릭터를 갈구해왔다.”
-‘방자전’의 조여정
○ “요즘처럼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여배우가 이끌어갈 수 있는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미인도’의 김규리
○ “영화에서 베드신은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쌍화점’의 송지효
○ “노출 연기가 나를 한정 짓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나탈리’의 박현진
○ “노출 연기에 모든 걸 던져보고 싶었다.”
-‘두 여자’의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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