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조성환. 스포츠동아DB
“할머니를 위해 뛰어야죠.”
K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전북 현대 캡틴 조성환(29)의 출사표입니다.
항상 그의 가슴에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귀한 손자가 초록 그라운드를 누빌 때 누구보다 흐뭇해하셨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실 할머니께 우승 트로피를 안겨드리겠다는 생각이죠.
경남 함안에 살고 계신 할머니 전용오(89) 씨는 항상 손자에게 특별한 분이죠. 어릴 적 새벽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셨던 부모님을 대신해 전 씨는 손자가 뛰는 거의 모든 대회를 챙기셨대요. 언젠가 할머니를 슬프게 한 철 없던 시절을 되돌아봅니다.
“학창 시절, 다른 친구들은 엄마, 아빠가 경기장에 나오셨는데 저만 할머니께서 나오셨죠. 어린 마음에 그게 너무 창피했어요. 그래서 할머니께 ‘이제 나오시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했죠. 할머니께서 몹시 서운해 하셨대요.”
엄마의 기도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라죠? 모든 할머니들처럼 전 씨는 가장 귀여운 손자를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를 드리셨대요. ‘우리 손자, 아프지 말게 해주세요.’ ‘우리 손자, 좋은 선수가 되도록 해주세요.’
그 기도가 쌓여 지금의 그가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조성환이 챔프전을 놓칠 수 없는 까닭은 또 있답니다. 할머니께서 건강이 허락하시는 한, 챔프 1차전이 열릴 울산을 방문하실 예정이거든요. 전주까진 어렵겠지만 울산은 함안과 가까운 곳이니. 마음 같아선 울산에 한 방 꽂아 넣고 할머니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싶은데…. 물론 본업인 수비부터 충실히 한 뒤 부수적인 소득이겠지만 말이죠.
“할머니 앞에서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요. 뭘 할지 고민 중이에요. 대망의 무대에서 꼭 웃고 싶어요.”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