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챔피언십에서 2,3,4위 팀을 모조리 꺾으며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울산 현대에는 독특한 미팅 풍경이 있다. 이른바 ‘사우나 미팅’이다.
울산 서부구장 클럽하우스 안에는 사우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사설 사우나 못지않은 넓은 크기를 자랑한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평소 사우나를 자주 즐긴다. 선수들에게도 적극 권장한다.
김 감독은 2009년 울산 사령탑에 부임한 뒤 클럽하우스 사우나에 제빙기를 설치했다. 얼음찜질을 하고 싶은 선수들은 제빙기로 직접 얼음을 만들어 간이 욕조에 넣고 수시로 이용할 수 있다.
선수 중에서도 사우나 마니아가 있다. 설기현이다. 클럽하우스에 있으면 수시로 사우나를 오가는 설기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보니 자연스레 사우나 안에서 회동이 이뤄진다. 김 감독은 경기 전날에도 딱딱한 미팅 룸에 선수들을 소집하지 않고 사우나에서 만나 대화를 한다. 경기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나 지적 사항 등을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전달할 수 있다. ‘알몸 대화’를 하다보면 사제간의 벽이나 세대 차이도 많이 허물어진다.
설기현도 마찬가지다. 사우나에서 후배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자신의 이런 저런 경험담을 들려준다. 울산 김광수 주무는 “전에는 사우나를 이용하는 선수들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최근 사우나 마니아가 된 선수는 김신욱, 고슬기, 최재수 등이 있다.
이런 사우나 미팅은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빛을 발한다. 김 주무는 “올 여름 팀이 무패 늪에 빠졌을 때 선수들끼리 사우나에서 소통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자칫 하위권으로 내려갈 수 있었던 위기를 잘 넘겼다. 이번 챔피언십 들어 3일 간격으로 계속된 경기에 선수들이 지칠 때도 사우나를 하며 피로를 풀고 의기를 다진다”며 웃음 지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