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챔프 1차전에서 혼자 2골을 넣어 귀중한 1승을 책임진 전북 에닝요(왼쪽). 2차전 또한 그의 발놀림에 시선이 집중된다. 챔프 2차전에서 울산의 공격을 책임져야 하는 루시오(오른쪽). 루시오의 한방이 터져야 울산도 우승을 기대할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전북 담당 남장현 기자
전북 ‘원조 닥공’ 봤지
이동국은 찬스 만들고
에닝요는 시원하게 골 골
경기감각 회복 역시 호재
울산 담당 윤태석 기자
설기현 노련미 무시 못해
이재성 고슬기 공백?
강민수 박승일로 충분!
루시오 득점포 두고 봐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는 4일 오후 1시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한다(챔피언 결정전 2차전). 원정 1차전을 승리한 전북이 좀 더 유리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양 팀 모두는 한 목소리로 우승을 다짐한다. 스포츠동아의 두 구단 담당 기자들도 1차전이 끝난 다음 날 울산 시내 한 커피숍에서 한 치 물러섬 없는 설전을 벌였다. 참고로 울산 담당 윤태석 기자가 전북 담당 남장현 기자보다 선배다.
● 울산이 닥공?
남장현(이하 남) : 챔프 1차전 보셨죠? 누가 제대로 된 원조 닥공인지 말이에요.
윤태석(이하 윤) : 닥공은 무슨 닥공! 한 개는 페널티킥이고, 하나는 수비 실수로 주어먹은 건데. 전반전을 보면 오히려 울산이 내용을 압도했지.
남 : 축구는 결국 스코어가 말해주는 거잖아요. 아무리 많이 뛰면 뭘 해요. 결국 이길 팀이 이긴다는 불변의 진리를 울산이 깨달아야 할 듯. 김호곤 감독이 항상 “울산은 공격 축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수비수 투입하는 건 뭐죠? 그게 승부사인가?
윤 : 김 감독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수비를 탄탄히 한 뒤에 빠른 템포 플레이로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일 뿐, 90분 내내 무조건 공격만 하는 축구가 대체 어디 있냐? 김 감독에게 축구를 배워야 할 듯.
남 : 90분 내내 공격하는 축구요? 바로 전북이 하고 있는 거죠. 최선의 수비가 최선의 공격이라는 사실을 정규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 내내 기록으로 보여줬잖아요. 그렇다고 전북이 실점이 많나?
윤 : 그 얘기가 나왔으니까 한 마디 해보지. 모 감독이 그러더군. 전북처럼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축구도 드물다고. 개인 기량이 뛰어난 공격수들에게 의존하는 축구지, 짜임새가 썩 돋보이는 건 아니야.
● 이동국 vs 설기현
남 : 결국 개인 기량이 모여서 최고의 팀을 만들죠.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 양 쪽 공격수인 이동국과 설기현의 대결을 주목했는데, 이동국은 찬스도 많이 만들고, 에닝요의 PK도 유도했죠. 그날 설기현은 뭘 했나?
윤 : 설기현이 뭘 했냐고? 비록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제 몫은 톡톡히 해줬지. 이동국도 잘하긴 했어. 왜 우리나라 최고의 스트라이커인지 알겠더군. 하지만 이동국이라면 이렇게 중요한 승부 때 골을 넣어줘야지.
남 : 작년에도 실패, 올해도 그닥…. 설기현이 대체 K리그에 와서 남긴 발자취는 뭐죠? 이번 챔피언십에 들어와서 딱 한 번 PK골이 전부잖아요. 차라리 캡틴 수비수 곽태휘를 비교한다면 이해하겠지만. 곽태휘를 공격수로 쓰는 건 어때요?
윤 : 설기현은 본래 정통파 스트라이커는 아니잖아. 예전만큼 날카롭지는 못해도 노련한 플레이로 팀 공격을 잘 이끄는데, 챔프 2차전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 하지.
남 : 어찌됐든지 이번은 이동국이 승리한 거죠. ACL 결승 무대에서의 아픔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충만해 있으니까요. 큰 경기 때 나오는 플레이가 진짜 실력을 말해줄 겁니다.
● 경고 누적 공백은?
남 : 그나저나 큰 일 났네요. 울산은 가뜩이나 전력도 약한데, 핵심 자원들이 2명이나 빠지잖아요. 이재성과 고슬기의 역할은 누가 채우려나?
윤 : 너 2002한일월드컵 때 뭐했어?
남 : 전 축구잡지사에서 대학생 인턴기자로 활동했죠. 생뚱맞게 왜요?
윤 : 챔피언십 이후 울산 축구를 보면 2002년 히딩크호가 생각이 나. 강팀들을 연이어 꺾고 올라온 것도 그렇고, 링거 투혼까지 닮은꼴이야.
남 : 지나치게 오버하는 것 아니신가? 이재성, 고슬기 역할을 얘기해 달라니까요.
윤 :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김 감독 말대로 둘의 공백은 강민수와 박승일이 충분히 채워줄 수 있어.
남 : 아, 전북에 있던 그 강민수 말이죠? 경험도 부족하고, 그런 무대에서 제 역할이나 소화할 수 있을까요? 하긴, 박승일도 그렇지만.
윤 : 처음부터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어디 있어? 이렇게 기회를 얻어가면서 성장하는 거지. 박승일과 강민수가 공격-수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고 있어.
● 외인들의 전쟁은?
남 : 챔프 1차전은 그야말로 에닝요의 날이었죠. ACL 무대에서도 내내 완벽한 플레이를 해주더니 이번에도 결국 그가 해줬네요. 울산에는 그런 선수 있나?
윤 : 국내 용병 중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나? 울산의 에스티벤이 거의 유일할 걸. 용병답지 않은 희생정신과 투지,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살림꾼이야.
남 : 에닝요도 투지나 동료들을 위한 희생은 크게 뒤지지 않죠. 루이스도 요즘 하는 정도면 괜찮다고 보여지는데.
윤 : 루이스? 챔프 1차전 때 교체되면서 장비를 집어던지던데. 그런 행동은 팀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 아냐?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
남 : 루이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울산이 자랑하시던 루시오는 어땠나요? 공격 진영에서 어슬렁어슬렁.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은 칭찬하던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윤 : 전쟁 중에 병사를 비난할 지휘관은 있나? 루시오가 비록 부진했던 건 사실이지만 챔프 2차전 때 득점포로 보답할 것이라 믿어.
남 : 루이스도 그래요. 최강희 감독의 전폭 신뢰에는 변함이 없죠. 에닝요와 루이스만으로도 울산은 충분히 깰 수 있을 거예요.
● 원정 다 득점 & 징크스
남 : 일단 전북이 4-1로 이긴 건 맞죠? 원정 다 득점 원칙 잊지 않으셨죠? 전북이 홈에서 진 적이 거의 없는데, 그게 언제였나?
윤 : 원정 다 득점의 묘미는 바로 이런 데 있지. 울산이 전반에 선취 골을 넣으면 양상은 완전히 바뀔 걸.
남 : 그렇게 재미있게 하려고 울산이 홈에서 졌던 거구나. 체력도 떨어지고, 분위기도 떨어지고, 선취 골이 그렇게 쉽게 나올까요?
윤 : 마지막 한 경기 남았으니, 정신력이 체력을 압도하리라 보이는데.
남 : 전북이 경기 감각까지 되찾았으니 쉽진 않을 거죠. 더욱이 챔프 1차전 이기고 우승을 못한 팀이 없었죠. 징크스 아시죠?
윤 :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 아닌가? 두고 보자고.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Bergkamp08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