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로 이적 이틀만에 삼성 만나
연장서 결정적인 3점포로 승리 안겨
5연패 탈출…KCC·KGC도 나란히 V
김동욱(194cm)이 친정팀 서울 삼성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며, 고양 오리온스 선수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경기 전, 라커룸의 김상준(삼성) 감독은 연신 담배를 꺼내 물었다. “프로에 온 뒤, 2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요. 요즘은 하루에 2갑 쯤?” 삼성은 4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원정 경기 전까지 9연패 늪에 빠져 있었다. 팀 최다연패기록과 타이였다. 타들어 가는 담배는 김 감독의 답답한 속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4일 경기의 출전 선수 명단을 받아든 김 감독은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2일 김승현과 트레이드 돼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은 김동욱이 스타팅 멤버에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불과 이틀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였기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일단 초반에는 미스매치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김동욱에 대한 대비책을 묻자) (김)동욱이가 워낙 공격력이 좋은 선수라서….”
반면 5연패 중이던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김동욱에게 힘을 실었다. “(김)동욱이에게 ‘(삼성에서) 올 시즌 플레잉 타임이 길지 않았는데, 이 팀에서 너의 본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욱이는 우리 팀 주전이다. 경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다.”
추 감독의 기대대로 김동욱은 경기 내내 활발한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73-73으로 맞선 4쿼터 종료 16.4초전과 연장종료 4분26초전에 얻은 자유투 4개를 모두 실패해, 순식간에 역적으로 몰릴 위기에 빠졌다. 양 팀이 78-78로 맞선 연장종료 43초전. 3점 라인 밖에서 솟구친 김동욱(15점)은 반전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가 던진 공은 깨끗하게 그물을 통과했다. 결자해지 3점포였다. 결국 오리온스는 종료 직전 크리스 윌리엄스(24점·12리바운드)의 2점슛 등에 힘입어 85-83으로 승리했다.
5연패에서 탈출한 오리온스(4승17패)는 삼성(4승18패)을 최하위로 밀어내고 9위로 올라섰다. 반면 팀 역사상 최다연패(10)에 빠진 삼성은 ‘농구 명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삼성 김상준 감독은 “측정결과 김승현의 몸 상태는 약 70% 정도다. 좌우 근력의 불균형이 있지만, 몸에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 감각이 문제이지, 볼 감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이르면’ 다음 주 쯤 1∼2분이라도 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에서는 전주 KCC가 전태풍(19점)-디숀 심스(20점)-하승진(8점·12리바운드)의 활약에 힘입어 홈팀 전자랜드를 81-74로 꺾고, 부산 KT와 함께 공동 3위(14승8패)로 도약했다.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오세근(22점·14리바운드)이 이끈 안양 KGC인삼공사가 서울 SK를 71-59로 제압하고 단독 2위(15승6패)를 굳게 지켰다.
고양|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