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 김영현-박성연 작가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입력 2011-12-23 09: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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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뿌리깊은 나무’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에서는 해례였던 소이 (신세경 분)은 개파이(김성현 분)의 독화살에 맞았고 죽음을 직시한 소이는 동굴에 들어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해례를 모두 적고 세종대왕이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강채윤(장혁 분)에게 전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 강채윤은 반포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무휼과 함께 개파이와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무휼과 강채윤 그리고 개파이는 마지막 승부와 함께 죽음을 맞았다.

세종 이도는 훈민정음을 선포하고 소이가 쓴 해례를 읽었다. 하지만 이미 소이가 연두(정다빈 분)를 시작으로 한글을 전달했기 때문에 백성들은 글을 잘 읽는 모습을 세종과 강채윤은 보게 된다.

밀본 본원인 정기준(윤제문 분)은 생각지 못한 공격을 받아 깊은 상처를 입어 아버지 정도전이 만든 경복궁 비밀통로에 침입해 마지막 이도를 만나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죽음을 맞이했다.

한글 반포 1년 후, 세종은 그들을 회상하며 직무를 보는 모습이 그려졌고 밀본 세력은 새로운 본원 심종수(한상진 분)을 밑으로 세워져 한글을 천한 글자라고 만들어버리는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또한 살아남은 한가놈(조희봉 분)은 한명회로 알려져 더욱 놀라게 했다.

‘한글창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만든 ‘뿌리깊은 나무’는 시청자들의 많은 성원을 받아 수목극 시청률 1위라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또한 배우들 뿐만이 아니라 작가진들도 주목받기 시작한 것. MBC ‘선덕여왕’ 이후 ‘뿌리깊은 나무’로 돌아온 김영현-박상연 작가를 22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났다.

이하는 일문 일답이다.


-'뿌나'를 통해 현실을 보는 드라마 같았고 세종 이도를 보며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의도했던 바인가

박상연: 전혀 의도한 바가 없다. 세종 이도는 위대한 인물이라는 캐릭터였고 재밌고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아마 이도를 극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계셨던 게 아닐까. 아무래도 우리나라 현대사회에서 극적으로 살아가셨던 분은 故박정희 전 대통령과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을 테니까.


- 밀본이 MB정권을 뜻한다고 추측했던 누리꾼들도 있었다


김영현 : 우리도 그 소리 듣고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사극을 쓰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정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연결시켜서 생각하시는 것 같다. 부담이 되긴 하지만 그렇게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부담을 안 가지려고 노력했다.


-역사 왜곡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 지


박 : 사실 매번 논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뿌리깊은 나무’ 원작 소설이 있기 때문에 픽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해야 맞다. 시대정신을 위배하지 않는 한에서 많은 상상력을 썼다. 하지만 역사학자나 누리꾼들의 비난이 꼭 필요했따. 왜냐햐면 사람들이 드라마 그대로가 역사라고 생각하면 안되니까. 논란을 믿고 많이 썼다.


- 작가들은 세종이란 인물을 어떻게 그리길 바랬나

김 : 실록이나 여러가지 자료를 보면 세종대왕이 여러가지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세운 인물이다. 하지만 '뿌나'가 그 분의 모든 업적을 다룬 드라마가 아니었다. 하지만 세종대왕이라는 사람을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자기에게 부여된 임무와 트라우마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열심히 일할 수 없었을 것 같았다. 심리적 압박감은 어디서 왔을까 라는 것을 생각했다.

또한 한글에 대한 반대상소문을 받았을 때 혼자서 욕을 하거나 자신의 친한 사람들에게 농을 던져 놀리는 등 약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그런 임금을 담고 싶었다.

박 : 세종대왕시대는 태평성대시대이라 알고 있기 때문에 극적으로 소화해내기 어려운 시대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컨셉트는 '세상은 태평성대이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궁과 왕은 지옥같은 삶을 보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정도의 일을 감당하려면 어느정도 강박관념이 있는 왕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뿌나'는 한글의 힘을 보여줬다. 작가들도 '한글'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


김 : 처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박 작가와 '글을 뭘로 봐야 할까'라는 고민을 했고 '권력'으로 보자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글을 만드는 세종과 많은 백성과 신하를 대표하는 강채윤 그리고 사대부로서 밀본을 설정했다.

그리고 극을 전개해가며 '한글'이 정말 위대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드라마를 통해 한글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세종대왕은 천재라서 불연듯 한글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많은 공부를 해서 만들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천재성이 있음에도 공부를 하셨을 수도 있다. 한글 안에 모양, 소리 그리고 동양철학까지 다 담으셨다. 정말 정성을 들인 글자이다.

박 : 아무래도 우리가 늘 사용하는 글자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것이라는 것을 느꼈죠. 우리가 숨을 쉬듯 한글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잖아요. 근데 굉장한 보물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보물인 한글이 대단하다는 것을 함께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광평대군이 채윤에게 한글은 딱 '28자'라고 말한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 배우들의 연기력은 어떻게 생각했나


김 : 우리도 시청자 입장에서 너무 잘 봤다 (웃음). 처음 작업하던 분들이어서 새로움을 느꼈다. 영화에서 부드럽게만 봤던 한석규씨가 착착 붙는 연기를 하셔서 놀랐다. 그리고 장혁씨는 연기에 진정성이 있었다. 사실 우리 대사가 쉽지만은 않은 대사가 많았다. 깊은 감성과 복합적인 감정들이 있었어야 했는데 내가 쓴 것 보다 배우분들이 더 잘 표현했던 것 같다.

박 : 처음 대본 리딩할 때 '우리가 이런 배우들의 대사를 쓸 수 있다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감탄했다. 장혁씨는 그야말로 '진정성의 화신'이다. 대본보다 더 진한 감정을 담았고 아이디어가 많았다. 장혁씨가 '채윤이라면 이런 대사를 할 것 같아요'라는 아이디어들이 있었는데 작가보다 더 깊은 곳을 찌를 때가 많았다. 신세경씨는 그 나이에 그런 분위기를 표현해 낼 줄 아는 배우는 별로 없을 것 같다. 벙어리였을 때부터 말이 터지기까지 감정을 잘 이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조희봉씨를 처음 뵀는데 너무 좋다. 어떻게든 다음 작품에 함께 하고 싶다.


-조연들도 주목을 받았다


김 : 보통 사극은 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내지만 '뿌나'는 실타래처럼 얽힌 드라마이다. 역동적인 이야기가 나와야 하다보니 이런 저런 인물들이 적절히 배치돼야 했다. 또한 다른 사극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두명의 대결구도가 펼쳐지지만 이번엔 세명의 대결구도였다. 그리고 그 캐릭터마다 각자의 자라온 환경, 그리고 생각들이 다 달랐기 때문에 여차하면 캐릭터를 잃어버릴 까 긴장하며 썼다.

박 : 늘 투입시점을 결정하고 구성해요. '선덕여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연들이 극 초반부터 나온다는 거죠. 그냥 등장하는 게 아니라 뭔가 호기심을 갖게 하고 나중엔 중요한 인물로 변하는 거죠. 개파이 같은 경우는 만화적인 인물이었어요. 이야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협적인 걸 많이 섞였죠. 연두도 활약을 많이 했고요.


-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김 : 나는 오빠가 두 명이 있는데, 평소 내 작품에 크게 관심이 없다. (웃음) 근데 '뿌나' 만큼은 관심을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잘 될거다'라는 확신이 있었다. 또 초등학교 6학년인 조카는 매일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왜 아쉬운 부분에서 늘 끝나냐' '안돼 고모!' 라는 등 문자를 보냈다.

박 : 저는 유치원때부터 알던 아이리스 작가님의 반응이 놀라웠죠. 그 분은 사극을 절대 보지 않아요. '대장금','선덕여왕'도 안 봤어요. 마치 사극을 보지 않아야 하는 신념같은 게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근데 '뿌나'는 열심히 보고 있어 놀랐다.


- 앞으로의 행보는

김 : SF를 하고 싶다. 제작환경이나 방송사가 허락해줄지 모르겠지만 (웃음)
박 : 사극 아닌 다른 거 하고 싶다. '선덕여왕' 이어서 '뿌나'를 쓰니 사극은 좀 지겹다. 이제는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현대극을 한번 써보고 싶다.

사진제공ㅣ SBS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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