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前 코치진 잔여연봉 안주겠다”
“자료 내놔라”…조광래에 일방적 문자

대한축구협회의 깔끔하지 못한 행정처리가 또 도마에 올랐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싫다”는 최강희 신임 감독을 억지로 데려와 계약조차 않은 채 서둘러 취임 기자회견을 시킨 장면은 그렇다 치자. 비웃음을 사는 것은 해결 못한 전임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잔여 연봉 문제다. 갑자기 실업자 신세가 된 것도 기분 나쁜데, 연봉도 받을 수 없단다.

전임 코치진의 계약기간은 내년 7월까지다. FC서울로 간 박태하 수석코치와 수원 삼성과 계약한 서정원 코치는 새 진로를 찾았으니 돈을 주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이런 내용이 계약서에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돈 받으려면 직장 구하지 말라는 얘기다. 임금 체불로 소송감이다. 모국 브라질로 떠난 가마 코치도 예외가 아니다. 단, 한국에 있으면 돈을 준단다. 이를 거부하자 유소년 코치를 제의했다. 가마코치는 제차 거절하며 “FIFA(국제축구연맹)에 제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을 내치며 협회는 이를 긴급을 요하는 사안으로 판단해 회장 직결 권한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장 직결 권한이라도 이사회에 보고해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 조 전 감독을 경질한 뒤 아직 이사회는 열린 적이 없다. 엄밀히 말해 조 전 감독의 경질 건은 정식 승인되지 않았다. 협회 고위 인사는 “경질건만 놓고 이사회를 열 수는 없다”고 했다. 지키지 않은 예의는 더 문제다. 눈엣가시였던 조 전 감독을 쫓아낸 협회는 달랑 휴대폰 문자 한 통을 보내 ‘대표팀 시절에 사용하던 법인카드와 자가용, DVD 자료를 당장 반납하라’는 요구를 했다. 두 번 다시 보기 싫고 껄끄러워도 이런 요구는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하는 게 옳다. 조 전 감독은 항상 명예를 중시해온 축구 인이다. 그래서 마음의 상처를 또 한번 받았다. 의견 다르면 무시하고, 규정 강조하면서 규정 어기고, 같은 축구 인의 예우까지 저버리는 협회의 처사는 분명 도를 넘어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