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오현 “삼성화재 옷 입고 쉬어본 적이 없다”

입력 2011-1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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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여오현.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는 삼성화재가 평정하고 있다. 3라운드 중반 14승1패(승점 38점)로 독주체제를 굳혔다. 삼성화재의 연승(8연승)만큼이나 주목받는 선수는 바로 리베로 여오현(33·175cm)이다. 여오현은 그야말로 물 샐 틈 없는 수비와 디그(상대 팀의 스파이크나 백어택을 받아내는 리시브)로 삼성화재 가빈과 박철우의 공격을 빛나게 하고 있다. 경기를 보고 있으면 저런 공을 어떻게 받아낼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여오현이 이처럼 맹활약 할 수 있는 비결은 단순히 경기를 읽는 시야가 넓고, 순발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타고난 성실함에 있다. 기록을 살펴보면 ‘성실맨’ 그 자체다.

● 모든 공격은 여오현 손끝에서 시작

배구에서 리시브와 수비는 모든 공격의 시작이다. 리시브와 수비가 안정돼야 비로소 원하는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 최근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강서브를 때린다.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받아내고 반격을 할 수 있느냐가 모든 팀들의 화두다. 서브 리시브와 디그 이 두 가지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23일 현재 디그 부분 1위(세트당 3.64개)를 달리고 있는 여오현의 순도 높은 활약은 삼성화재 연승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디그 부문 2위인 상무신협 신요한(세트당 2.89개)과 비교해도 단연 앞서있다.

● 성실함이 그의 최대 무기

여오현은 매 경기 상대 공격수를 철저히 분석하고 경기에 나선다. 팀의 수비위치와 상대 공격수의 특징과 움직임을 철저히 계산해 수비 위치를 잡는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여오현의 무기는 성실함이다. 여오현은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뒤 단 한 경기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여오현은 프로데뷔 후 11년 동안 2007∼2008 시즌 개막전 경기에 국가대표 아시안게임 예선전 출전을 위해 단 1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 외에는 모든 경기에 빠짐없이 나섰다.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 시즌부터의 경기 기록을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삼성화재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236경기를 했고, 여오현은 235경기에 출전했다. 출전 경기수로는 단연 1위다. 뒤이어 원년멤버인 세터 권영민(현대캐피탈)은 234경기에 출전했고, 세터 최태웅(현대캐피탈)은 227경기를 뛰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세트수를 보면 순도면에서 차이가 크다. 여오현은 840세트를 소화했고, 권영민은 774세트다. 66세트 차이가 난다. 이는 여오현이 거의 모든 경기에서 풀세트를 소화했다는 것을 뜻한다. 프로리그 뿐만 아니라 11년 동안 국가대표 소집에서도 한 번도 제외된 적이 없다. 철인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자기 관리가 생명인 프로선수라고 해도 이만한 성실함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는 선수는 드물다. 이런 타고난 성실함과 실력을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아 지난 12일 2011 동아스포츠대상 ‘올해의 선수’ 상을 수상했다.

배구선수에게 그 흔하다는 부상 한 번 없는 철저한 몸 관리와 배구 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독기와 성실함이 국내 최고의 리베로 여오현을 만들어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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