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LG 박현준, 포크볼 좋~지만 몸도 생각해야지

입력 2011-12-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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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가을잔치 진출에 실패했지만, LG가 그나마 웃을 수 있는 건 박현준이란 보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박현준의 존재 가치는 더 커진다. 스포츠동아DB

LG 뉴 에이스 박현준

타고난 유연성 자칫 오버워크 위험성
손목 비트는 포크볼 신체 무리 줄수도

“170km 강속구 던지겠다” 의욕 충만
강한 정신력과 함께 자제능력 갖춰야

내년 시즌 상대팀 집중견제 대책 필요
구위 향상 대신 구위 유지에 신경써야


LG는 올해도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즌 초중반까지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은 당연한 일인 듯 보였다. 다른 해와 다르게 리즈와 주키치, 두 용병투수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복덩이’ 박현준의 대단한 피칭이 계속 됐다. 그는 임창용(야쿠르트)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빠른 직구를 던지는 사이드암투수다. 타자들이 좀처럼 방망이 중심에 맞히지 못하는 인상적인 포크볼도 던진다. 비록 팀은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나머지 7개 구단의 제1선발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투수를 발견한 것은 값졌다. 확실한 선발투수 1명으로 내년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이번 주에는 LG의 신(新)에이스로 부상한 박현준을 집중 조명해보자.

● 기술적인 부분

박현준은 정말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다. 오버핸드가 아닌 사이드암이 150km대의 공을 던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위에서 아래로 힘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옆으로 투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파워를 전부 공에 싣기 힘들다. 사이드암이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유연성이 뛰어나야 한다. 유연성이 좋다는 것은 운동반경이 넓고 회전반경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오히려 화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90%의 힘으로, 또는 팔스윙만으로 충분히 훌륭한 투구를 할 수 있음에도 타고난 유연성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버워크(폼이 커지거나 더 많은 힘이 들어가는 것)가 일어나게 된다.

오버워크가 일어나면 체력소모가 커지고 몸에 무리가 오게 된다. 박현준은 지금까지 이러한 단점을 모르고 투구를 한 것처럼 보인다. 워낙 뛰어난 신체조건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어리다.

이 뿐만 아니다. SK에서 LG로 트레이드된 이후 선발등판 기회를 부여받았고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 경기에 집중했다. 점점 타자를 이기는 기분, 승리를 챙기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리한 투구폼이 시즌 중반 제구력 불안으로 이어졌다. 제구가 흔들리자 투수에게 가장 큰 부담을 주는 구종인 포크볼 구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박현준이 던지는 포크볼은 ‘언터처블’이었다. 보통 오버핸드 투수가 던지는 포크볼은 공을 쥐는 손가락 위치에 의해 회전수가 줄어들면서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각도가 만들어진다. 사이드암 투수도 자연스러운 팔동작이면 오버핸드보다 더 잘 떨어지는 구종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직구도 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박현준은 공이 손가락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손목을 많이 비트는 투구법으로 포크볼을 던진다. 팔을 많이 비트는 동작(본인이 의식한 동작)은 몸에 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오버워크인 것이다. 시즌 중반 2군에서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행히 2군행은 전화위복이 됐다. 공만 잡으면 전력투구로 강하게만 던지던 패턴에서 강약조절을 배웠고 폼에 여유도 생겼다. 몸에 이상이 오면서 스스로 조심하게 됐고 덕분에 부드러움을 가미할 수 있었다. 단, 이 부드러움이 내년 시즌에도 계속 될지는 의문이다. 투수는 힘이 있으면 힘을 빼기 힘들다.

긍정적인 것은 신임 투수코치인 차명석 코치가 선수와 소통을 잘 한다는 부분이다. 선수는 코치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이해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 멘탈적인 부분

마운드 위의 멘탈은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배우기도 어렵다. 그동안 좋은 자질을 갖추고도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선수생활을 접는 이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그런 점에서 ‘강심장’으로 통하는 박현준은 투수로서 가장 필요한 점을 갖추고 있다.

물론 강한 멘탈이 앞서 설명한 무리한 동작을 만드는 원인이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 “170km의 빠른 공을 던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170km를 던지려면 상식적으로 얼마 만큼의 힘을 써야할까. 처음부터 ‘세게’, ‘강하게’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다.

실제 승부처일 때나 상대타자를 꼭 잡아야하는 상황에서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유연성과 힘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 8개 구단 선수들 중 유연성, 근력, 팔, 어깨상태는 상위권에 랭크돼있다. 강한 마인드로 후회 없이 전진만 한다. 투수로서 자제능력(마인드 컨트롤)은 필수요소다. 마음의 안정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가지기 위해 참선이나 명상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과유불급,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할 수 있다.

● 변화해야 할 부분

올시즌 만약 봉중근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박현준은 과연 선발자리를 꿰찰 수 있었을까. 대답은 ‘노(No)’다. 시즌 전 캠프에서 그의 역할은 롱릴리프였다. 하지만 기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팀의 견제를 피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2012시즌은 준비부터 분명히 다르다. LG는 박현준이 에이스로서 15승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투수구성을 할 것이다. 선수에게도 공 하나하나, 한 게임, 한 게임에 대한 책임감이 따를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열심히만 던지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부담감을 안고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구위를 더 향상시키기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직구, 포크볼뿐 아니라 커브도 좋은 각도를 만들어낸다. 단, 커브는 좀 더 연마할 필요가 있다. 던지는 순간 강한 힘을 넣기 때문에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1루 덕아웃 쪽으로 이동한다. 공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 타자들이 잘 안 속는다. 앞으로 커브나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다면 더 쉽게 타자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지름이 1인 원과 반지름이 5인 원의 힘 차이는 5배지만 속도는 자연히 줄어들어 힘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반지름이 같은 1이라도 속도가 5배가 차이난다면 이는 5배 아닌 5×5=25배의 힘의 차이가 난다. 원을 크게 하는 것보다는 스피드를 올리는 게 효율적이라는 이론이다. 박현준도 더 큰 투구폼으로 강하게 던지기보다는 타고난 유연성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비시즌에 몸을 추스르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 대단한 활약을 보였지만 분명히 몸에 손상을 입었다. 현재 사이판에서 공은 던지지 않고 보강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바람직하다. 내년에는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져선 안 된다. 에이스의 숙명이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시키는 훈련만 했다고 하면 지금부터는 자신이 부족했다고 느낀 것,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더 크고 훌륭한 선수, 뛰어난 투수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많은 LG팬들의 갈망하는 4강 티켓은 박현준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 LG 박현준?

▲ 생년월일 = 1986년 9월 22일
▲ 출신교 = 금평초∼전주동중∼전주고∼경희대
▲ 키·몸무게 = 185cm·90kg(우투우타)
▲ 프로입단 =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
▲ 2012년 연봉 = 1억3000만원(2011년 4300만원)
▲ 2011년 성적 = 29경기 163.2이닝 13승 10패 방어율 4.18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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