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메이트’ 정준일 “잘생긴 유희열은 NO, 노래 잘하는 유희열 OK”

입력 2011-12-16 0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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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그는 곡을 주고 싶은 아이돌로 여전히 소녀시대 태연을 꼽았다. 한때 태연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했던 정준일은 “지금도 연락한다”며 “소녀시대의 태연도 좋고, 태연만의 음악을 할 때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잘생긴 유희열, 노래 잘하는 유희열, 몸매 좋은 유희열….' 3인조 남성 밴드 메이트의 정준일(28)에 대한 윤종신의 평가다.

"외모는 유희열 씨가 훨씬 낫죠. 나머지는…인정합니다."

정준일이 수줍게 웃었다. 라디오에서 종종 들려주던 높은 데시벨의 웃음소리는 없었다. "눈이 심하게 부었다"며 스산한 날씨에 끼고 온 선글라스가 어색해 보였지만, 스키니 바지에 바가지 머리를 고수해온 '정준일 선생님'에게 딱 어울리는 패션이기도 했다.

2009년 데뷔한 메이트(이현재, 임헌일, 정준일)는 인디신의 아이돌이었다. 메이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플레이(play/감독 남다정)'도 찍었다. 임헌일의 입대를 기점으로 메이트는 3월 잠정 해체했지만, 지난달 정준일은 솔로 앨범 '러버스(Lo9ve3r4s)'를 들고 돌아왔다.

"메이트는 철저하게 분업화된 체계였어요. 솔로 앨범을 준비한다고 해서 크게 다른 점은 없었어요. 만들어야 하는 곡의 수가 늘어난 정도. 물론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게 어려웠어요.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제가 나약한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됐고."

첫 솔로 앨범은 애써 메이트와 경계를 짓지 않았다. 여전히 편안하고, 또 사적이다. "픽션에 약해 소설 보단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는 정준일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채웠다고 했다. 그는 담백한 목소리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노래한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전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던 세대잖아요. 산 CD를 뜯으면서 설레기도 하고."

마지막 곡은 그 설렘을 나눌 수 있는 이들과 같이 했다. 바로 노리플라이, 오지은, 스윗소로우, 박새별 등 또래의 뮤지션들과 함께 부른 '러버스'다.

"정순용 씨(토마스쿡) 결혼식 날 녹음했어요. 곡 쓰기도 전에 섭외는 다 해놨고요. 한 소절 더 부른다는 사람도 있고, 키 조절해달라는 사람도 있고. 각자 노래하는 모습을 실제 본 적은 없어서 재미있었죠. (신)재평이 형(페퍼톤스) 목소리가 튄다고요? 일부러 그랬어요. 하하."

정준일의 이런 '90년 대 감성'에서 어떤 이를 유희열을 보기도 한다. 정준일은 유희열에 대해 '오랫동안 동경해온 아티스트'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이 체화됐다고. 이는 정준일이 진행하는 KBS DMB 라디오 '라디오 플래닛'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화자찬과 '문란함'을 넘나드는 '금융광고가 붙는' 고품격 음악방송에 자꾸 빠지게 된다고 할까.

"유희열 씨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제 이야기에 함께 언급되는 게 행여나 불쾌할 수 있잖아요. 근데 그렇지 않다고, 좋다고, 걱정 말라고 했어요."

3인조 남성 밴드 메이트의 정준일. 사진제공=악당뮤직


정준일은 성향도 비슷하다고 귀띔했다. 섬세한 멜로디에 여성스러울 것 같지만, 실은 굉장히 남자답다고. 두 사람의 공통점은 꽤 많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이라는 점, 라디오 진행할 때 원고가 없다는 점. 정준일은 여기에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유희열의 리더십을 닮고 싶다 했다.

"좋은 선배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어요. 윤종신 씨에게는 감성으로 음악하는 법을 배웠고, 이소라 씨로부터는 노래에 감정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배웠어요."

정준일은 세션으로 참여하면서, 또 곡을 주면서 친분이 쌓인 선배들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렇게 동료와 선후배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지만, 데뷔 전 그는 조금 달랐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입상 당시에만 해도 정준일은 '술도 먹지 않고 혼자 있는' 수상자였다.

"음악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게 됐죠. 어렸을 땐 콤플렉스가 많았어요. 외모에 민감할 때인데 당시 피부가 안 좋았거든요. 집 밖을 안 나가고, 혼자할 걸 찾게 되고. 정신적으로 연결되면서 결핍감도 느꼈던 것 같아요. 당구 치고, 여자애들 만나러 가고…. 전 그런 학창시절의 기억이 없어요. 음악으로 위로받았어요. 혼자 있지만 혼자 있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잖아요."

그는 음악을 시작한 동기도 "스스로 위로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제 노래로 순간이 변했다는 말을 들을 때, 음악이 마음을 다루는 일이구나 싶어요. 그럴 땐 책임감을 느끼죠."

'책임감'을 느끼기는 라디오도 마찬가지다. 메이트는 유난히 10대 팬도 많다. 이번 수학능력시험일 정준일은 이례적으로 수험생들의 수십 개의 글에 일일이 답변해주며 팬들의 기운을 북돋아줬다. 재수생에겐 "난 삼수했다"는 격렬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라디오를 모니터 하다가 놀랐어요. 제가 너무 차갑게 느껴졌거든요. 진지하고 진솔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라디오에선 자신을 숨기지 못하잖아요.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싶었어요. 또 하필 그 시간(밤 8시부터 10시)에 라디오를 듣는 친구들이라면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그 시간에 다른 재미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죠."

내년 상반기 군 입대를 앞두고 그는 의연하다. 오히려 흥분된다고 했다. "빨리 다녀와서 자유로운 몸으로 하고 싶은 음악들을 많이 하고 싶어요. 이번 앨범에 못 넣은 것도 많아요." 공백기가 두렵지 않느냐고 물으니 "트렌드에 의존하는 가수도 아닌데요, 뭐."라고 '쿨하게' 답했다. 대신 입대 한 달 전에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했다. "이승환 선배는 무대를 날라 다니시잖아요. 전 그렇게 공연하면 2곡 이상 못 부를 거예요."

그를 그리워할 팬들을 위해 정준일은 '태평양 어깨' 말고도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15일 예매를 시작한 내년 1월 4일 서울 올림푸스홀 콘서트를 시작으로 부산에서도 공연을 한다. 콘서트 이야기에 신중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대뜸 꿈을 물어보니, 그는 웃으며 "거창하게 쓰지 말라"고 당부부터 했다.

"좋은 음악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또 늘 고민하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어요. 기술적으로나 장르적으로나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질 농담이나 하면서."

사진제공=악당뮤직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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