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FC 최만희 감독(아래)이 15일 전훈지인 전남 영암의 한 호텔에서 박기동에게 어깨 마사지를 받으며 흐뭇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광주FC
광주FC 최만희(56) 감독과 박기동(24)이 14일 전훈지인 전남 영암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동아가 신년 기획으로 마련한 ‘사제토크’를 가졌다. 광주는 작년 K리그 1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둘은 최상의 궁합을 이뤘다. 스승은 일본 무대에서 실패한 제자를 보듬었고, 제자는 스승을 절대적으로 믿었다. 창단 2년차에 더 강한 돌풍을 예고한 최 감독과 박기동의 대화록을 공개한다.
○창단 돌풍&대표팀
최만희(이하 최): (박)기동이의 첫 골을 잊지 못하지. 창단 첫 골이었잖아. 작년 3월5일 대구와 개막전이 생생하네. 그 때 네가 신었던 축구화는 구단 보물 1호잖아.
박기동(이하 박): 사실 축구화가 새 것이 아니었어요. 훈련 때 신었던 걸 어떤 느낌 때문에 그냥 신었는데 결과가 좋았어요.
최: 그런 면에선 대표팀이 아쉬워. 대표팀 다녀와서 너무 의욕적으로 하다 허벅지까지 다치고. 솔직히 못했지. 안 그러냐?
박: 죄송해요. 잘하고 싶었는데.
최: 대표팀 다녀와서 확 튀는 선수가 있고, 가라앉는 경우도 있는데 네가 후자야. 그래도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하는 법이지. 일본에서 도시락만 먹고 왔잖아. 사실 갓 부임했을 때 솔직히 널 안 뽑으려 했어. 그런데 다른 팀이 널 탐내더라.
박: 일본에서 자신감이 완전히 떨어졌어요. 밑바닥을 쳤죠. 선생님이 뽑아주지 않았으면 어휴, 끔찍하네요.
○2년차 징크스는 없다!
박: 광주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국 쿤밍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뭔가 달라진다는 걸 느꼈어요.
최: 작년 1월4일 네가 합류했어. 배고픔에서 묻어나온 열정이 느껴졌어. 꼭 사고를 칠 것 같다는 예감? 독기를 품고, 의욕도 강하고.
박: 아뇨, 명색이 포워드인데, 3골5도움 밖에 못했잖아요.
최: 넌 2년차지만 간판이잖아. 올해는 더 잘할 거야. 부상에도 작년 31경기나 뛰었잖아. 난 2년차 징크스를 꼭 깨고 싶어. 존재 가치를 더 높여야지.
박: 작년에 전 50점이에요. ‘2년차 징크스’를 놓고 동료들과 많이 얘기해요. 그래도 우린 뭉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걸 알아요. 매 경기 득점해야죠.
최: 뭐, 44골? 다 뛰겠다는 거야?
○서로에게 바라다
최: 네 장점을 좀 더 살려줘. 191cm 신장인데, 유연하고, 가슴 트래핑 후 슛 하는 걸 보면 포항 황선홍 감독의 현역 시절이 생각나. 올해 더 즐겁게 놀아봐라.
박: 그러고 보니 혼난 기억은 거의 없네요. 선생님이 ‘져도 좋으니, 보여줄 건 보여주자’고 자주 하시는데. 그럼 더 오기가 생기죠. 참, 스텝 훈련은 좀 힘들어요.
최: 아니, 계속 해야지.
박: 사실 저 스텝 좋아해요. 열심히 스텝 밟고 8위권 진입 할 겁니다.
최: 그래, 고맙다. 큰물에서 놀면 너희도 커지는 법이야. 스플릿시스템 상위 리그에 들어보자고.
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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