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범죄와의 전쟁’서 맞고 또 맞고… 때리는 것보다 나아
● ‘꿀 성대’ 별명…“목소리 관리? 술 담배 다하는데 뭘”
● 빅뱅 탑과 눈매가 닮았단 말에…“큰일 날 소리”
영상카메라 앞에서는 팔팔 날아다니던 그가 사진기자 앞에서는 영 어색해 보였다. 185㎝, 87㎏ 큰 키로 카페 안을 허우적허우적 걸어 다니다가 한 곳에 서서 어정쩡한 포즈를 취했다. “진웅 씨, 어깨·허리를 펴 주세요.”, “아, 예.” ● ‘꿀 성대’ 별명…“목소리 관리? 술 담배 다하는데 뭘”
● 빅뱅 탑과 눈매가 닮았단 말에…“큰일 날 소리”
충무로와 안방극장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진웅(본명 조원준·36)이다. 스타답지 않게 촬영 도중 카메라 조명 받침대가 쓰러지자 재빨리 일으켜 세웠다.
십여 컷을 찍은 그가 취재 기자 테이블에 앉았다. “반갑습니다.” 묵직한 바리톤 목소리가 카페 안에 울려 퍼졌다.
새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 2일 개봉) 홍보 차 시간을 낸 것. ‘충무로 신 스틸러’로 각광받고 있는 그는 현재 류승범, 이요원과 영화 ‘완전한 사랑’ 촬영 중이다.
‘뿌리 깊은 나무’(SBS)에서 세종(한석규)을 호위하던 조선 제일검 무휼, 지난해 연말 개봉한 ‘퍼펙트게임’에서 롯데 자이언츠 4번 타자 김용철로 변신했던 그는 2일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에서 폭력단의 2인자 김판호로 나온다.
▶ “저주 받은 뱃살과 예민한 성격이 콤플렉스”
‘범죄와의 전쟁’은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넘버원이 되고자 했던 나쁜 놈들의 한판 대결을 그린 영화다. 우연히 히로뽕을 손에 넣은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이 폭력배 두목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판호는 ‘경주 최씨 일가’ 익현과 형배가 틀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인물이다. 지독한 2인자 콤플렉스, 얼굴 흉터, 비열한 미소까지 영화 속 모습은 충직한 ‘세종의 칼’ 무휼을 지우기에 충분하다.
“저도 판호처럼 콤플렉스 많아요. 저주 받은 뱃살에 콤플렉스가 있고, 성격도 콤플렉스죠. 내가 봐도 예민합니다. 배우라는 직업은 항상 고민하고, 그 고민을 발현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작품을 할 때 준비가 안 되면 현장에 못 가겠어요.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무휼 때도 그랬다. 대본에는 무휼이 전형적인 조선시대 무신으로 나와 있어 그대로 하기가 싫었다고. 뭔가 더 끌어내고 싶은 마음에 며칠 내내 술만 마셨다. 막걸리, 소맥, 와인 등 주종까지 바꿔가며.
“어느 순간 ‘이도는 무휼의 조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자 실타래가 풀렸어요. 이 인물을 응시할 때의 시선 등 느낌이 왔어요.”
이런 연기 고민 덕에 2011년 SBS 연기대상에서 한석규와 베스트 커플 상 후보에 올랐나보다. 그는 박장대소하며 “베스트 커플 상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며 “커플은 남녀를 말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범죄와의 전쟁’때는 윤종빈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통영에 가서 밤새 소주를 벗삼아 이야기를 했다고. 둘 다 부산 사람이다 보니 아이템이 막 나왔다.
이렇게 탄생한 게 맥주병 린치 장면. 여전히 판호를 아랫사람으로 보던 형배는 "담뱃불 좀 붙여봐라"고 하고, 판호는 “내 니 담뱃불 붙여주던 김판호 아이다”라며 받아치다 형배가 휘두르는 맥주병에 무참히 맞는다. 형배는 피 칠갑한 판호의 얼굴에 담뱃불까지 지진다.
“한 번에 오케이가 나서 다행이죠. 판호라면 좀 버텨야 한다고 생각 했는데, 첫 방 맞고 정신없어서 못 일어나겠더군요. 연기할 필요가 없었어요. 혹이 났죠. 그래도 마동석 형님에 비하면 양호하죠.”
다른 신이지만, 마동석 형도 맥주병으로 맞는 장면이 있다. 운 나쁘게도 마동석은 살갗이 찢어져 꿰매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 그래서 그는 아프다는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고.
“대한민국 영화에서 위험한 장면은 정말 위험해요. 몇 달씩 합 맞춰서 운동을 하던 형 얼굴에 유리 가루를 짓이기는 연기를 한 적이 있어요. 형수랑 아기도 다 봤는데 못하겠더군요. 형 얼굴에 피는 나고, 마음이 안 좋았어요. 차라리 맞는 게 편하죠. ‘범죄와의 전쟁’에선 맞으니까 속이 편하더군요. 어쩔 땐 검이 낫죠. 몸에 직접 대진 않으니.”
▶ 넉넉한 풍채 덕에 일당 30만원 이색 아르바이트도
‘다작 배우’ 조진웅은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한 뒤 7년 동안 40여 편에 출연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촬영할 때도 ‘퍼펙트게임’과 ‘뿌리 깊은 나무’를 함께 찍었다.
최민식, 한석규 두 거물을 한꺼번에 모신(?) 소감은 어떨까. 그는 “최 선배는 돌 직구를 던지는 날카로운 투수, 한 선배는 부드럽게 보듬어 주는 호수”라고 말했다.
“친구들이 부러워하죠. 전 거드름을 피우면서 ‘두 분 다 좋으셔’라고 하고. 지난해 연말 무대 인사 때문에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 빠졌는데, 한 선배한테 전화가 왔어요. ‘내가 너에게 드라마에서 3보 이내로 떨어지지 말라고 했는데, 왜 안 왔니? 네 생각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고 다음에 또 뵙자고 했어요. 한석규 선배에게 언제 ‘쉬리’에서처럼 민식 형님과 함께 보겠냐고 했더니 ‘또 기회가 있겠지’라고 하셨어요. 기대돼요.”
조진웅은 체중이 고무줄처럼 변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우리 형’(2004년) 때는 128㎏, ‘마이 뉴 파트너’(2008년) 때는 78㎏을 찍었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2010년) 때는 120㎏이 됐고 ‘퍼펙트게임’ 때 85㎏으로 내려갔다.
“그래도 130kg은 못 찍겠어요. ‘퍼펙트 게임’ 한다고 살을 뺐죠. 지금은 살이 살짝 더 쪘죠. 30대 중후반으로 가면서 살 처지는 건 감당이 안돼요. 보톡스 받는 건 무섭고, 경락이라도 할까 봐요. 다이어트 비법이요? 소식하고 저녁을 아예 굶어요. 운동은 헬스장 가는 게 전부예요. 할 줄 아는 운동이 없어요.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운동하러 갈 때마다 짜증나요.”
그렇다고 넉넉한 풍채가 그의 말처럼 저주스러웠던 것만은 아니다. 경성대 재학 시절
그는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한강 이남 매장 앞 밀랍 인형이 내 사이즈로 바뀌었다. 광대 분장하고 매장을 돌면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하루에 30만 원 버는 괜찮은 아르바이트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살을 뺀 후 그의 눈매가 빅뱅의 탑을 닮았다는 ‘소수 의견’이 팬들 사이에 돌기도 했다.
“엥, 탑이요?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절대! 큰 일 나요. 2년 전에 영화제 행사에서 탑을 봤는데, 어찌나 멋진지 옆 자리에 있던 황우슬혜가 안 보이더군요.”
보통 체중을 줄이면 목소리까지 변하기 마련. 하지만 살을 빼고 출연한 ‘뿌리 깊은 나무’에서 그는 ‘꿀성대’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성우 못지않은 좋은 목소리로 주목받았다. 목 관리 비법이 궁금했다.
“(갑자기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흠흠. 라디오 시켜주면 잘할 자신 있습니다. 술 담배 다하고, 특별히 관리하는 건 없고. 가습기 하나 사 놓는 정도? 현장에서 목소리가 안 나오면 미온수를 배 찢어질 때까지 마십니다.”
특이하게도 그가 이전 인터뷰 때 말한 특기는 진도 북춤이다. 2001년 연극 바라데기를 기회로 배운 북춤이라고 한다. 여전히 잘 추느냐고 물었다고 손사래를 친다.
“첫 인터뷰 할 때 나온 얘긴데 그때만 해도 제가 보여줄 게 없었어요. 그러면 기사가 안 된다고 해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욕 많이 먹었어요. 굉장히 치열하게 배웠기 때문에 지금도 할 줄 알죠. 40~50명이 함께 북춤을 추면 심장이 울려요. 정말 좋죠.”
▶ “올해 목표요? 일 열심히 해야죠!”
‘감초 연기자’ 소리를 듣던 그가 이제는 주조연급으로 우뚝 섰다. ‘범죄와의 전쟁’ 크레딧에서도 그의 이름은 최민식, 하정우에 이어 3번 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는 건 진짜 기분이 좋죠. 한편으로는 부담도 됩니다. 한 가지는 확실한 건 내 몸뚱이가 쪼개는 한이 있더라도 팬들을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거죠.”
2012 년 흑룡의 해, 용띠 조진웅은 어떤 비상을 꿈꾸고 있을까.
"팬도 생기고, '배우들의 로망'이라는 현장 의자도 선물 받았어요. 다른 주연배우들의 현장 의자와는 값어치로 따질 수 없는 귀한 선물입니다. 새 영화 ‘완전한 사랑’도 열심히 찍어야죠. 8년 사귄 여자친구요? 잘 만나고 있어요. 꽤 버티네, 그 친구가.(웃음)"
글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동아닷컴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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