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tter Interview]이만수 감독 “비밀병기 박종훈·최윤석 사고칠 겁니다”

입력 2012-03-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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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만수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서 스포츠동아 트위터 인터뷰에 참가한 팬들에게 줄 친필 사인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오키나와 | 전영희 기자

내 야구는 ML 빅볼·한국 스몰볼 믹스
치고 받기도 하지만 작전 내야 이겨

가벼워 보인다? 근엄한 척 못해
이만수 스타일대로 더 설쳐야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던 SK 이만수(54) 감독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메모했다. ‘헐크’처럼 다소 투박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이면에는 섬세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쌓아온 야구일기는 이 감독의 보물 중 하나. 그는 올 시즌의 야구일기를 승리의 경험으로 채우기 위해, 겨우내 부단히 밀알을 뿌렸다. 프로야구 30년 레전드 올스타에서 최고의 지도자로 변신을 꿈꾸는 이 감독을 만났다. 팬들의 정성과 애정이 담긴 질문에 그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답변을 이어갔다. 이 감독이 직접 뽑은 친필 사인볼 당첨자는 @leehy_0206, @lsr2926, @l_seafighter 등 3명이다. (MAX스포츠 제공)



-헐크라는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세요?(@ghj6758 등)

“프로야구가 처음 생길 때 ‘헐크’라는 외화시리즈가 인기였어요. 제가 포수를 보면서 괴성을 지르니까, 당시 초등학생들이 ‘저 아저씨 헐크랑 똑같다’고 해서 붙여준 별명이에요. 미국에서 생활할 때는 ‘빅스마일’이라는 별명도 있었어요. 하도 잘 웃는다고…. 제 얼굴만 보면 우울함이 날아간다고들 했어요.”


-올 시즌 SK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할지요.(@lovelysj0625)

“연습경기 때 조인성이 내야땅볼 치고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공개적으로 칭찬을 했어요. 그게 기본이고, 프로입니다. 허슬플레이,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눈여겨봐주세요.”


-수석코치 시절 팬티 퍼포먼스처럼, 올 시즌 어떤 목표를 내걸고 팬들을 위해 퍼포먼스를 펼칠 생각이 있는지요?(@woobin 등)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데…. 이제는 없습니다. 팬들은 감독보다 선수를 보러 오신다고 생각해요. 파인플레이 한 선수가 자기 스스로 퍼포먼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 몫입니다. 예를 들어 정근우가 다이빙캐치를 했다, 그럼 펄쩍펄쩍 뛰기도 해야죠. 열광하시는 팬들 머쓱하지 않도록.”


-SK에서 해외로 나가도 잘할 것 같은 선수는?(@darktnt82)

“정근우, 최정, 김광현이요. 지금 재활 중이지만, 저는 계속해서 김광현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해 왔습니다. 미국에서는 김광현처럼 다이내믹한 폼과 공격적인 투구를 좋아해요. 씩씩하잖아요. 액션도 있고. 딱 광현이가 미국 스타일인데….”


-최정의 잠재력 어느 정도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imlol27)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어요. 우리 팀에서 제일 들이댑니다. 몸쪽 공이 들어와도 엉덩이 스윽 빼고 이런 게 없어요. 몸에 맞는 공도 많잖아요.(99개·통산 17위) 저도 사구가 많았는데(118개·통산 11위) 조만간 제 기록도 깰 것 같아요. 그렇게 공격적인 모습이 좋습니다.”


-덕아웃에서 다소 가벼워보인다는 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l_seafighter)

“감독하면 근엄하고 무게 있는 모습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10년 있으면서 그런 감독은 못 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토미 라소다(전 LA 다저스 감독)는 덕아웃에서 선수들이랑 같이 화내고 같이 놉니다. 아지 기옌(마이애미 감독), 제리 매뉴얼(전 뉴욕 메츠 감독)도 안타가 나오면 선수들과 함께 환호해요. 그렇게 하는 것이 제 성격에도 맞습니다. 올해도 더 많이 소리 내고, 더 설치려고 해요. 이만수 스타일대로요.”


-롯데에서 임경완을 데려왔는데, 활용계획은요?(@dkzkswmf)

“선수들에게 얘기했어요. ‘이제는 임경완을 임 작가라고 부르지 말라. 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마무리 정대현의 자리는 엄정욱이 맡고, 이승호의 자리를 임경완이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포수로서 공을 받아보고 싶었던 투수가 있나요?(@kibyking)

“슈퍼게임, 올스타전에서 한국의 내로라하는 투수들의 공은 다 받아봤어요. 박찬호(한화)-김병현(넥센)의 전성기 공을 한번 받아보고 싶네요. 엄청난 공을 던졌던 투수들이니까요. 지금도 150km가 넘는 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수 또는 지도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요?(@leehy_0206)

“선수로는 프로야구 개막전이요. 제가 프로야구의 첫 안타, 첫 타점, 첫 홈런을 기록했는데 이건 영원히 남는 것이니까 자부심이 있습니다. 홈런은 아직도 생생해요. 유종겸 선배가 몸쪽을 던졌는데 실투로 가운데로 들어온 직구였어요. 좌중간 아주 크게 맞았지요. 그때 껑충껑충 뛰면서 3루에 있던 서영무 감독님과 껴안으면서 들어왔어요. 지금도 그때 영상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부끄럽기도 하고요. 지도자로는 지난 시즌 롯데에게 1-8로 지다가 10-9로 이긴 경기요.(9월 9일 문학 롯데전) SK가 그 경기를 계기로 치고 올라갔거든요. 만약 그때 패했다면 4강에 못갈 수도 있었어요. 내 지도자 생활의 운명도 바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9회말 1사 만루의 위기를 넘기고, 연장 10회초 정상호의 홈런으로 승리한 플레이오프 1차전(10월 16일 사직 롯데전)도 기억에 남네요.”


-이만수 감독에게 삼성 팬이란?(@lsr2926)

“항상 감사하죠. 현역 시절 제 몸 속에는 파란 피가 흘렀습니다. 지도자로서는 진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어요. 현역 시절은 하나의 추억이고, 이제 SK를 대한민국, 아니 세계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이번 승부조작을 통해 느끼신 점은요?(@Writinguki)

“일단은 야구인으로서 팬들에게,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 선배들이 잘 가르치지 못한 것이 원인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제가 감독 취임 이후 기본을 강조했는데, 꼭 야구뿐만 아니라 프로선수로서 갖춰야 할 자세도 포함한 얘기입니다. 선수들에게도 강조합니다. ‘팬이 없으면 너희들 뭐먹고 살래?’라고요. 물론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리 이전에 갖춰야 할 인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SK가 올해부터 미국식 야구를 추구할 것 같은데 애로사항은 없으신가요?(@soloist_shin)

“미국처럼 무조건 공격만 할 수는 없어요. 작전할 때가 되면, 작전을 내야 이깁니다. 저의 야구는 자율야구와 시스템(작전)의 야구를 접목한 것입니다. 치고 받는 미국식과 세밀한 한국식을 믹서 기계로 갈아서 합친 것이죠. 지금까지 애로사항은 없어요.”


-투수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혜성처럼 튀어나올 선수가 있나요?(@bbongjmna)

“잠수함투수 박종훈을 주목해주세요. 타자 중에서는 최윤석도 비밀병기입니다.”


-취임 이후 기본·팀·집중력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l_seafighter)

“투수가 안타 맞고 백업 가고, 야수가 베이스커버 가는 것. 이런 게 기본입니다. 그걸 못해서 지는 경우가 많지요. 지금 그라운드를 보세요. 번트 시프트 훈련을 하고 있잖아요. 저런 기본적인 플레이를 잘해야 강팀입니다. 집중은 경기장 안에서 100% 에너지를 다 쏟아내라는 것입니다. 본헤드 플레이, 사인미스, 아웃카운트 착각 등이 다 집중을 안 해서 나옵니다. 팀워크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팀이 졌는데 자기가 안타 2개 쳤다고 실실거리면 그건 아니죠. 당겨 치고 싶어도, 팀을 위해 1·2루 쪽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 팀플레이입니다. 허슬플레이를 하고, 연패에 빠지면 농군패션을 다 같이 하는 자세요. 이 3가지만 되면 천하무적이에요.”


SK 이만수 감독은?

▲생년월일=1958년 9월 19일
▲출신교=중앙초∼대구중∼대구상고∼한양대
▲포지션=포수
▲키·몸무게=175cm·82kg
▲프로선수 경력=1982~1997년 삼성
▲지도자 경력=200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2007년 SK 코치∼2012년 SK 감독
▲통산 성적=1449경기, 1276안타, 타율 0.296, 252홈런, 861타점
▲수상 내역=1983∼1987년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1983∼1985년 홈런왕, 1983∼1985년·1987년 타점왕, 1984년 타격왕, 1984년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타격 부문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


오키나와(일본)|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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