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미디어데이] 재치 이승엽 vs 솔직 박찬호 vs 엉뚱 김병현

입력 2012-04-0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3인3색의 개성있는 화법을 보여준 이승엽 박찬호 김병현. (왼쪽부터) 박화용 기자

미디어데이 해외파 3인3색 화법


승엽 “박찬호 선배를 이기겠∼다람쥐”
찬호 “대전구장 준비안돼 어려운 시작”
병현 “법대 여자후배에게 밥 사주겠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팀장은 3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캠퍼스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미디어데이를 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자회견 같다”고 평했다. 국가대표가 아니라면 볼 수 없었던 이승엽(삼성)-박찬호(한화)-김병현(넥센)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관심이 쏟아지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각기 다른 팀, 다른 환경에서 생애 첫 미디어데이를 맞는 세 선수는 스타일만큼이나 화법에서도 개성이 넘쳤다.


○이승엽, 모범답안 속의 재치

이승엽은 ‘일등 삼성’의 대표선수라는 자리를 의식하듯 성품 그대로 모나지 않은 답변을 이어갔다. 지난해까지 일본에 있다가 삼성에 복귀한 사실을 염두에 둔 듯 “(옆에 앉은) 정근우(SK) 선수가 ‘형이 우승한 것도 아닌데 왜 여기 있느냐’고 해서 좀 미안한 감정이 있는데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듯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에 관해서도 “삼성은 분위기가 최고”라는 말로 야구 외 팀 리더의 역할도 맡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그러나 박찬호와의 투타대결에 대해선 “박찬호 선배가 유리하다. (나를)맞히면 되니까. 그러나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람쥐”라고 ‘개그콘서트’를 패러디하는 재치답변으로 ‘의표’를 찔렀다.


○박찬호, 솔직함 속의 비판의식

박찬호는 “호된 신고식”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시범경기에서 뭇매를 맞은 사실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시범경기를 겪으며 ‘쉽지 않구나’ 생각했지만 도전과 꿈의 길이 변하진 않는다. 너무 혹독하게 신고식을 당해 모든 타자들이 다 어렵다. 연구를 많이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을 가장 어려운 타자로 꼽은 박찬호는 “아니다 싶으면 포볼로 내보내면 되니까 키는 내가 쥐고 있는 것 같다”고 유머를 섞기도 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시즌 개막을 대전이 아니라 제2구장인 청주에서 맞아야 되는 한화의 열악한 인프라를 꼬집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야구장이 준비가 안 돼서 너무 어려운 시작이다. 선수들은 육체적으로, 감독님은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병현, 과묵함 속의 엉뚱한 매력

김병현은 말은 짧게 했지만 임팩트가 넘쳤다. “사자성어도 없고 준비를 못했다. 그러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넥센 야구장은 목동에 있는데 잘 모르고, 인천 부천 김포도 가까우니 많이 야구장 오셔서 응원해주면 그것이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 등 짤막하면서도 강렬했다. 특히 미디어데이 장소가 모교인 성균관대임을 두고 “학교는 좋은데 나와야 된다”고 말해 큰 함성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느라 2학년만 마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재치를 발휘한 것이다. 성균관대 법대를 다닌 김병현은 여자 후배들에게는 흔쾌히 밥을 사주겠다는 친절한 면모도 발휘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