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때 세계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였다. 팬들의 추억 속에 자리하던 핵잠수함은 이제 툴툴거리던 엔진을 손보고, 변색 됐던 표면을 덧칠하고 있다. 넥센 김병현이 4일 구리에서 열린 LG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호투하며, 부활의 청신호를 켰다. 구리|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직구 구속 141km…“1군서도 통한다”
정민태 코치 “올시즌 7승 정도 기대”
넥센 김병현(33)은 4일 구리구장에서 열린 LG 2군과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1볼넷 무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2번째 투수로 등판해 1.2이닝 1안타 2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투구수도 당시 43개에서 이날 56개까지 늘렸다. 비록 2군경기지만 국내무대 첫 선발등판인 이날은 당시보다 훨씬 안정감 있는 투구내용이었다.
○변화구도 OK!
김병현은 지난달 29일 롯데전에서 직구에는 만족감을 나타냈지만 변화구에 다소 문제점을 보였다.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컨트롤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6일 만의 등판인 이날 직구뿐 아니라 변화구도 마음먹은 대로 꽂혔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1km로 지난 등판(145km)보다 떨어졌지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쌀쌀한 날씨에다 변화구에 중점을 둔 피칭이어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총 투구수 56개 중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싱커 등 변화구가 27개였다. 직구뿐 아니라 변화구가 먹혀들기 시작하면서 2회 1사 후 손인호와 나성용, 3회 정병곤과 김태군을 상대로 4연속 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LG “BK, 충분히 통한다” 이구동성
상대팀 역시 호평이었다. 2006년 WBC 때 대표팀 멤버로 김병현의 투구를 직접 지켜본 바 있는 박명환과 봉중근은 “몸을 잘 만든 것 같다”고 평했다. 다른 투수들은 “롱토스를 하는데 100m를 가볍게 던지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 후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나는 BK(김병현의 애칭)가 가장 좋을 때 본 사람 아니냐”며 메이저리그 해설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구위는 당연히 예전 같지는 않다. 그러나 오랫동안 쉬었지만 오늘 전반적으로 제구력이 좋더라. 날씨가 따뜻하면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고, 서용빈 타격코치도 “버릴 공이 없더라. 직구 볼끝이 좋고, 변화구도 구석구석 꽂혔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게 분명해 넥센이 좋은 전력을 얻었다”고 밝혔다.
○향후 일정과 과제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안 맞았으면 잘 던진 것 아니냐”며 웃은 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직구는 75% 정도인데, 직구가 아주 좋고 슬라이더가 괜찮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5월 중순 1군에 올라온다고 보면 6∼7승 정도 기대하고, 내년에 완벽한 상태로 12∼15승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향후 등판에선 점차적으로 투구수를 늘리고, 등판 후 몸 상태의 빠른 회복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구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