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은퇴식+영구결번 OK…코치연수 NO!

입력 2012-04-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바람은 떠나지만 등번호 7번은 영원히 남는다. 이종범이 4일 KIA가 제안한 은퇴식과 영구결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코치직은 거절했다. 그리고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스포츠동아DB

이종범, 자존심 선택…선감독과 선 긋다

코치직·코치연수·잔여연봉 정중히 사양
선동열 감독 등 현 코칭스태프와 거리 둬
“KIA로 다시 돌아올 것”…지도자 꿈 밝혀


‘바람’ 앞에 ‘태양’은 흔들림이 없었다. 바람은 태양을 떠나 아름다운 마무리, 그리고 자존심을 택했다.

KIA 이종범(42)이 화려한 은퇴식과 영구결번이라는 최고의 예우 속에 유니폼을 벗는다. 그러나 코치직은 정중히 사양했다. 구단과 원만한 관계는 유지하되,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현 코칭스태프와는 분명한 거리를 두며 선을 그었다. 은퇴와 함께 지도자의 꿈을 분명히 했지만 지금 당장은 감독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코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종범은 4일 광주에서 KIA 김조호 단장과 만난 직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개인적으로 야구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구단은 코치직 또는 코치 연수를 제안했지만 이종범은 잔여 연봉을 포함해 모든 것을 사양했다. 다만 자신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식과 영구결번은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받았다. 그리고 “절대 KIA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코치 등 구단에서 제시해준 것들을 거절해 팀을 떠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마음이 아니다. 꼭 KIA로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KIA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담겨있다. 이종범이 코치와 연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는 표면적으로는 “가족과 함께 지내며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나 지도자의 꿈을 분명히 밝히고, 야구 공부를 해서 KIA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고도 그 시기와 방법 등에 있어선 즉각적인 선택을 유보했다.

유니폼을 벗지 않고 팀에 남아 플레잉코치, 혹은 코치로 지도자수업을 시작하는 편이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다. 하지만 이종범은 은퇴를 결정할 때 선동열 감독에게 서운함을 표출했다. 은퇴를 권유한 것이 아니라, 사령탑으로서 이종범이 최상의 전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선 감독도 “매끄럽지 못한 마무리가 아쉽다”고 말했다. 결국 서로가 당장 한 팀에서 감독과 코치로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은 여운을 남겼다.

물론 마지막 마무리를 하면서 선 감독과 이종범은 웃으며 작별했다. 4일 구단과 면담 후 이종범은 선수단과 인사하기 전 선 감독에게 “감독님 죄송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선 감독도 웃으며 “괜찮다, 괜찮아”라고 답했다. 이종범은 구단에 “‘감독께 많이 서운해했다’고 비춰져 당혹스럽고 죄송했다”는 말도 했다.

이종범은 은퇴와 함께 예술중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는 딸이 있는 서울로 이사한다. 은퇴식 등 구체적인 일정은 구단과 추가로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5일 오후에는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