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감독. 스포츠동아DB
‘선수 우선주의’ 열린 리더십 훈훈
넥센과 두산이 엎치락뒤치락 난타전을 벌인 8일 잠실구장. 두산 우익수 이성열이 13-11로 앞선 9회말 2사 1·2루서 넥센 이택근의 플라이 타구를 잡아내며 경기가 종료됐다. 두산의 시즌 첫 승, 김진욱 감독(사진)의 취임 후 첫 승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경기 종료 후 이성열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공을 부주장 이종욱에게 건넸다. 사령탑 첫 승 공을 김 감독에게 챙겨주기 위해서다. 이종욱은 그 공을 김승호 운영부장에게 건넸고, 김 부장은 야구공에 ‘2012년 4월 8일 김진욱 감독 시즌 첫 승’이라는 글을 적어 케이스에 담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 공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콧 프록터에게 양보했다.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공이었지만 프록터가 한국무대에서 첫 세이브를 신고한 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제 프록터는 자신의 첫 세이브 공을 흥분한 이성열이 관중석에 던진 걸로 오해해 안내방송을 통해 “첫 세이브 공을 기념으로 갖고 싶다. 공을 잡으신 분께는 미안하지만 그 공을 찾고 싶다”고 요청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물론 내 첫 승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앞으로 이길 경기가 더 중요하다”며 “승리 공이야 또 이겨서 챙기면 된다. 한국에 와서 올린 첫 세이브를 기록한 프록터에게 공을 건네주라”고 말했다. 늘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며 선수우선주의를 강조하는 김 감독다운 행동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